이강부(77) 씨는 15년간 원주시의원을 역임했고, 이중 7년은 의장을 지낸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씨에게 막걸리가 평생의 반려자와 같은 존재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씨의 현재 직함은 개운동에 위치한 원주탁주합동제조장 회장이다. 막걸리와는 지금으로부터 55년 전인 1955년 첫 인연을 맺었다. 반평생 넘도록 막걸리 곁에 머물고 있으니 막걸리를 반려자라고 표현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평창군 대화면에서 양조장을 시작했으며, 원주로 이전한 건 1969년이다. 현 개운동주민센터 옆에 있던 개운양조장을 인수해 원주에서 본격적으로 '술장사'를 시작한 것.

그러나 이듬해 정부에서 지역별로 양조장을 통합해 1개만 운영토록 강제함에 따라 개운양조장을 비롯해 도양양조장, 부론양조장, 원주양조장, 제일양조장 등 5개 양조장이 통합됐다. 또한 시군 통합에 따라 판부면과 호저면이 원주시로 편입되면서 판부양조장과 호저양조장까지 합쳐지며 7개 양조장이 원주탁주합동제조장으로 뭉치게 됐다. 60∼70년대 '양조장집 아들'은 최고의 사윗감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양조장은 부의 상징이었고, 막걸리 판매도 호황을 누렸다. 그러자 양조장이 우후죽순 늘었고, 급기야 정부가 지역별로 1개만 운영하도록 강제하기에 이른 것.
　
"막걸리 신드롬이 두렵다"

지난해 일본 수출을 계기로 불기 시작한 '막걸리 신드롬'은 다시금 막걸리 양산체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원주탁주합동제조장이 원주에서는 유일한 양조장이었으나 최근 들어 문막읍, 신림면, 호저면 등에 잇따라 양조장이 문을 열고 막걸리 생산에 나서고 있는 것. 막걸리 신드롬으로 원주탁주합동제조장도 매출이 30% 가량 늘었으나 이 회장은 신드롬을 반기는 한편으론 두려움이 크다고 말한다.

양조장이 많아지다보면 한치 앞 이익에 눈이 멀어 막걸리를 소홀하게 만드는 양조장이 나타날 수 있고, 이같은 양조장으로 인해 막걸리에 대한 인식이 다시금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10년 넘게 천대받던 막걸리가 이제서야 제대로 대접받고 있는데 막걸리를 만드는 사람들이 지금 잘 해야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막걸리 품평회서 우수상 수상

작년 12월 원주탁주합동제조장으로 택배물품이 배달됐다. 포장을 뜯자 그곳에서 나온 것은 상패였다. 경희대 관광대학원·(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한국와인소믈리에학회가 공동 주최한 전통주·막걸리 품평회에서 원주탁주합동제조장이 판매하는 치악산찹쌀동동주가 우수상으로 결정돼 상패를 보내온 것. 원주탁주합동제조장은 치악산찹쌀동동주가 출품된 사실조차 몰랐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에 납품된 치악산찹쌀동동주를 임의로 평가대상에 포함시켜 심사했기 때문이었다.

심사자인 와인·전통주 소믈리에 50명의 입맛에 들 정도인 치악산찹쌀동동주는 지난해 야심차게 출시한 '작품'이다. 막걸리를 마시면 트림이 나고, 다음날 숙취가 오래 간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정해진 숙성기간보다 앞당겨 판매하기 때문이다. 숙성이 덜된 술을 마시는 것이기 때문에 뱃속에서 숙성되며 트림이 발생하고,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게 된다.

치악산찹쌀동동주는 정해진 숙성기간에서 3일을 더 숙성시키고, 고급원료를 사용해 트림이 나지 않고 뒤끝도 깨끗하다. 게다가 원래 약수터였던 곳에 공장을 지으며 지하 100m의 약수를 끌어올려 사용하기 때문에 '술맛=물맛'이라는 공식처럼 술맛이 좋을 수 밖에 없다고 이 회장은 자랑한다. 찹쌀이 둥둥 떠다녀 식혜막걸리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이 회장은 치악산찹쌀동동주가 원주를 대표하는 술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맛과 영양을 보완하고 있다. "원주를 방문해 치악산찹쌀동동주를 마시지 않으면 원주를 제대로 느낀 게 아니다는 말을 듣는 것이 꿈입니다"라고 이 회장은 말한다. 그래도 전체 판매량의 90%를 차지하는 꾸준한 효자는 치악산쌀막걸리이다.

반평생 넘도록 막걸리 곁을 지킨 이 회장의 주량은 어떨까? 사실 이 회장은 입술을 축이는 정도에서 그친다. 술이 몸에서 받지 않아 아예 마시질 못한다고 한다. 　

이상용 기자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