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요일 새벽시장에 갔다가 더덕을 팔고 있는 한 아주머니를 만났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는 놀랍게도 몇년 전에 야학에서 만난 분이었다. 새벽시장에서 장사를 한 지 한참 되었다고 하는 이 아주머니는 "선생님, 저 대학 졸업하고 지금, 대학원 다니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코끝이 찡했다.

지난 2004년 나는 저녁 시간에 여유가 있어 S야학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대여섯 분이 꾸준히 수업을 받았는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못가 검정고시 준비를 하는 50대 아주머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에 K라는 이 아주머닌 항상 얼굴이 밝고 강의내용을 수첩에 기록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낮에도 운영하는 가게에서 틈만 나면 수첩을 들여다 보며 공부했는데 단어 몇 개 외우는 것도 돌아서면 잊어 먹기 일쑤라 어려움이 많았다.

이 아주머니는 어린시절 어른이 발을 잘못 밟아 장애를 갖게 됐다. 그 당시 바로 병원에서 치료를 했어야 하는데 형편상 그러지 못해 지금까지 다리를 절룩거린다. 그 후 내가 야학을 그만두고 몇 년이 지난 후 그 아주머니들이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다며 케익을 사들고 찾아왔던 적이 있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이 아주머니는 대학원도 마치게 될 것이고 이후에도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을 것이다.

김정열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