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은 각종 수상소식이 이어지며 원주 문화예술인들이 그 어느해보다 풍성한 결실을 거둔 한해. 사진은 4월 원주에서 열린 강원연극제 시상식.

　2011년 전국연극제 유치 쾌거

　2009 원주 문화예술계에 가장 큰 수확이라면 2011년 '제29회 전국연극제' 유치를 꼽을 수 있다. 전국연극제가 원주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으로 도내에서도 지난 1990년 춘천에서 열린 이후 20여년 만이다.

　대한민국 대표 순수예술축제인 전국연극제를 원주에 유치했다는 것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군사도시로 각인된 원주의 이미지를 변화 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그동안 새로운 도시이미지 정립을 위해 민관이 함께 기울인 노력의 가시적인 성과라는 점에서 그렇다. 무엇보다 단일 문화행사로 원주에서 열리는 역대 최대 행사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풍성한 시민들의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원주시향은 '2009년 한국음악상' 본상을 수상하며 국내 대표 교향악단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사진은 지난 14일 시청 로비에서 펼쳐진 찾아가는 음악회.

　이보다 좋을순 없다…문화예술인 수상 잇따라

　원주 문화예술인들은 올해 그 어느해보다 풍성한 결실을 거뒀다. 특히 문학과 연극, 무용계의 약진이 돋보였다.

　연극계에서는 김학철 원주연극협회장이 강원예술상 본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지난 4월 원주에서 열린 제25회 강원연극제에서 극단 치악무대(대표: 권오현)가 '연어는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는다(김태수 작, 권오현 연출)'로 11년만에 대상을 수상했다. 치악무대는 권오현 대표가 연출상을, '요한' 역을 맡아 열연한 육재영 씨가 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7월에는 '고은숙무용단(단장: 고은숙 경희무용학원장)'이 창작극 '따따부따 삐에로'로 제13회 강원무용제 대상 수상 소식을 전했다. 2008년 전재흥무용단에 이어 2년 연속 원주에서 강원무용제 대상팀을 배출한 쾌거였다. 고은숙 단장은 안무상까지 수상해 기쁨을 더했다.

　문인들의 수상소식도 잇따랐다. 김종호(52) 원주문협 부지부장이 제28회 강원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원주문학상 수상자인 한기옥(48) 시인은 대표작 '안개소나타'로 제7회 강원문학작가상을 받았다. 이은실(개운동) 씨와 이순옥(단계동) 씨는 시와 시조부문에서 올해 신설된 제1회 강원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다. 고창영(41·원주문협 부지부장, 박경리문학공원 소장) 시인은 시집 '뿌리끝이 아픈 느티나무'로 제6회 강원여성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고 시인은 이때 받은 상금으로 도서를 구입해 모교에 전달, 주위의 귀감이 됐다.

　미술계에서는 원주공고 심종식(53) 교사가 올해 제정된 제1회 강원미술교육상의 첫번째 수상자가 됐다. 육민관고와 상지대를 졸업하고 횡성에서 작품 활동중인 도예가 서성덕(41·한국공예문화교육연구원 대표) 씨는 제25회 강원미술상 청년작가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김인수(50·원인동 원주표구사 대표) 씨는 한국화 '휴식'으로 '제28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가을전시 부문에 입선했다.

　이밖에도 김봉준(55·신화미술관장) 화백이 환경친화적 사회 실현에 크게 기여한 유공자를 선정, 시상하는 교보생명환경문화상을 수상했으며 극단 노뜰(대표: 원영오)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실시한 '2009 사회문화예술교육 지자체 협력 지원사업평가'에서 도내에서 유일하게 우수단체로 선정됐다. 원주시립교향악단은 '2009 대한민국 국제음악제' 초청에 이어 '2009년 한국음악상' 본상을 수상하며 국내 대표 교향악단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

   민·관이 손 맞잡고 2011년 전국연극제 유치 쾌거 
  소극장·갤러리 연이어 개관…공연·전시행사 활발
  절차·합의·공론화 뒷전 문화재단 설립논란 진행형

　
　신종플루 확산…주요축제·문화행사 줄줄이 취소

　가을들어 빠른속도로 확산된 신종플루의 위력은 무서웠다. 예정됐던 주요 축제나 문화예술 행사들이 속속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8월 아시아 7개국 19개 팀이 참가, 따뚜공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1회 아시아·태평양 마칭밴드 챔피언십 2009 원주대회'가 취소된 데 이어 9월 개최예정이던 한지문화제는 모든 체험행사와 공연을 취소하고 3개 전시행사와 일부 학술대회만으로 진행됐다.

　올해 위원회를 새롭게 꾸린 (사)강원감영문화제위원회도 '2009 강원감영제' 8개 분야 54개 프로그램을 모두 취소하고 동악제만을 진행했다. 설화축제, 장난감축제, 과학축전 등이 줄줄이 취소됐으며 강원예술제와 원주예술제도 학생 참여행사를 제외하는 등 축소 개최됐다.

　이밖에도 원주시 창작·공연·전시활동 지원사업 수혜 대상인 예술인과 단체들도 예정했던 공연·전시행사를 미루거나 취소했다. 신종플루 때문에 한차례 연기된 공연이 연기한 날까지도 신종플루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취소되는 헤프닝도 있었다.
　
　소규모 전시·공연장 늘어…전시·공연 양적 확대

　인동아트갤러리를 비롯해 아코자갤러리, 갤러리 디오 등 소규모 전시장과 블루소극장, 웃끼홀 등 소규모 공연장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공연·전시행사가 활발하게 이뤄진 것도 2009년 원주 문화예술계에 반가운 소식이다. 자신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거나 특별한 성격을 가진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어 같은 맥락으로 놓고 보긴 어렵지만 지역에서 활동중인 예술가들이 오랜미래신화미술관, 홍송미술관, 불이재미술관, 문화공간 우리, 나무미술관 등을 속속 개관, 운영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일이다.

　이에 힘입어 양적인 측면에선 공연과 전시행사가 크게 늘어난 한해였다. 문화예술인 창작·전시활동 지원금이 1억7천만원으로 증액됐고 지원범위가 최고 400만원까지 확대된 것도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 지난해 타계한 고 박경리 선생 선양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원주시와 토지문화재단은 박경리문학공원에 선생 사후 최초로 조형물을 건립했으며 연세대 원주캠퍼스 내에는 교수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선생의 문학비가 세워졌다.

　박경리 선생 선양사업 활발…한국 문학의 산실로

　지난해 타계한 고 박경리 선생 선양사업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소설 토지 기념사업과 문화가치 제고를 위한 자료조사 및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용역'을 통해 박경리 문학공원과 토지문화관을 중심으로 '문화도시'를 조성하는 기념사업 추진계획이 수립됐으며 이에 발맞춰 다양한 사업이 추진됐거나 계속 추진중이다.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긴 했지만 토지자료관은 올해 1차 내부공사를 완료하고 내년 8월 개관까지 내부 전시공간과 2차 외부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연초부터 오세영 화백, 김영동 작곡가 등 유명인사들의 자료기증도 잇따라 박경리 선생 선양사업을 통해 원주를 문향이 가득한 도시로 만들기 위한 원주시의 계획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8월에는 첫 야외무대에서 펼쳐진 서사음악극 토지가 시민들을 매료시켰고, 토지 속 등장인물에게 편지쓰기 대회, 소설 '토지'를 통해 한국 근대사를 조명한 '토지 한국사 학교'가 개설, 운영돼 기존 '토지학교'와 함께 전국적인 조명을 받았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내에는 교수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선생의 문학비가 세워졌으며 박경리 문학공원 앞뜰에는 선생의 조형물이 선생 사후 국내 최초로 건립돼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전국에서 7만7천여명이 다녀간 박경리문학공원에는 올해도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현장학습이나 수학여행차 공원을 찾는 청소년들도 크게 늘어 공원 주변에 십수대의 버스가 무리지어 정차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 원주횡성문화정보센터 카나비와 반곡역사미술공간만들기위원회(위원장: 박명수 화백)가 추진한 '철도역사(歷史)를 담은 미술역사(驛舍)-반곡역갤러리' 개관식.

　주목할만한 새로운 시도

　원주횡성문화정보센터 카나비와 반곡역사미술공간만들기위원회(위원장: 박명수 화백)가 추진한 '철도역사(歷史)를 담은 미술역사(驛舍)-반곡역갤러리'는 지역 미술인들이 주민들의 추억이 깃든 간이역을 미술관으로 변신시킨 프로젝트로 주목을 받았다.

　중앙로 문화의거리와 인동아트문화센터를 중심으로 희망을 찾고있는 인동예인회의 활동도 주목할만 하다. 10년 이상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중인 중견작가들은 '작가의 소유물로서의 예술이 아닌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예술'을 표방하며 활발한 전시활동을 펼쳤다.

　이밖에도 전용 공연장을 마련한 극단 웃끼의 장기공연, 원주오페라단(단장: 최용석)과 '원주뮤지컬컴퍼니(단장: 박창현)'의 창단과 활발한 공연활동은 2009년 지역 공연계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문화재단 설립 추진…진정되지 않은 논란

　문화재단 설립 추진과정에서 드러난 논란은 원주 문화예술의 현주소를 보는 듯해 씁쓸한 뒷 맛을 남겼다.

　시가 작성한 설립안을 놓고 운영 인력 배치와 활용방안이 재단의 성격을 불분명하게 해 정체성이 희석된다는 비난이 불거졌다. 지역 문화단체·기구들을 직·간접적으로 통제해 결국 일부만의 재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특히 추진위원회 결정과는 다르게 발기인들이 구성됐고 이로인해 혼란을 빚고 있지만 원주시가 이에대한 뚜렷한 해명이 없는 점도 불신감을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기본적인 절차와 합의, 공론화 과정이 배제됐거나 최소한 뒷전으로 밀린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어려운 토양속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과 직접적인 수혜자인 시민들을 위한 고민이 아니라 시기와 여건이 맞으니 '일단 만들어 놓고 보자'는 식이 아니냐?"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