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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화하는 조례 발전하는 자치 ①
기초의회와 주민참여가 대한민국을 바꾼다
2009년 11월 09일 (월) 김선기 기자 skkim@wonjutoday.co.kr
   
 
   
 

95년 지방자치제가 실질적으로 시행된 지 14년이 흘렀다. 지방자치는 주민이 사는 해당 지역 실정에 맞게 정치를 할 수 있는 제도임과 동시에 국민이 민주정치에 대한 경험을 쌓아 민주주의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제도이다. 하지만, 현재 지방자치는 '자치'보다는 '관치' 성격이 매우 짙다.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된 원인은 법적 뒷받침 부족도 있겠으나 무엇보다 '자치' 구현을 위한 시스템 만들고자 하는 학습과 노력의 부족, 그나마 진행된 '노력'에 대한 정치적 공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법적 뒷받침의 부족은 배제하고서라도 자치구현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학습과 노력, 정치적 공격에 대한 방어능력만 있다면 현재의 지방자치는 '관치'에서 '자치' 쪽으로 한 걸음 더 옮겨갈 수 있을 것이고, 이는 곧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7회에 걸친 기획보도를 통해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1. 진화하는 조례 발전하는 자치 ①
2. 진화하는 조례 발전하는 자치 ②
3. 예산편성의 효과적인 주민참여 방안
4. 하남, 제주의 주민소환 사례와 정책결정의 문제
5. 주민참여 제도화와 제도적 걸림돌
6. 의회와 주민의 소통, 의결권 확대 움직임과 한계
7. 의회의 숨어있는 기능과 역할

조례(條例)는 '지방자치단체가 법령 안의 범위에서 지방 의회의 의결을 거쳐 그 지방의 사무에 관하여 제정하는 법'을 말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 주민에게는 굉장히 생소한 용어였지만 5대 원주시의회에 들어 시의원들이 주민 또는 주민이 소속된 단체와 관련한 조례를 대거 발의하면서 '조례'라는 게 주민 삶 속에 깊이 파고들었다.
한국입법학회는 창의성과 적법성, 합리성, 시행가능성, 민주성을 우수조례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중 적법성과 시행가능성이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5대 의회 들어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김동희·한상국 의원이 발의한 '원주 혁신 및 기업도시 편입지역 주민지원 조례안' 역시 적법성과 시행가능성을 두고 의회와 시가 충돌한 사례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15일 원주시의회의 손을 들어줬다. 조례안이 적법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시행가능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는 또 한 번의 논란이 예상된다. 분명한 것은 조례가 정책형성 기능의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주민을 중심에 두고 행정서비스가 종합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시청의 여러 부서가 함께 공조를 이뤄야 시행할 수 있는 조례가 발의되는 게 그 예이다.

의원발의 조례의 폭발적 증가
조례는 지방의회 의원이 발의할 수도 있고 집행기관인 시에서 발의할 수도 있다. 주민이 발의할 수도 있다. 95년 지방자치 시행 이후 원주에서 주민발의로 추진된 조례는 급식·보육 조례가 유일하다. 공동주택지원조례, 도시가스지원조례도 주민발의로 추진했었으나 추진과정에서의 어려움으로 의원발의로 바뀌었다. 집행기관은 대부분은 조례제정의 근거가 되는 상위법이 개정되거나 행정기구의 설치 등이 필요할 때, 새 정책을 추진하는 근거가 필요할 때 조례를 발의하는 추세이다. '관리'에 비중을 둔 것이다.
의원발의 조례는 4대 의회까지만 하더라도 '관심 밖' 이거나 '대단한 일'이었다. 워낙 의원발의 건수가 적다 보니 의원발의로 조례를 추진하면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95년 지방자치 시행 이후 원주시의회 첫 의원발의 조례는 제2대 의회에서 제정된 '원주시 민자유치사업 심의위원회 조례'이다. 당시 류종호 시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95년 10월 28일 제96회 임시회에서 수정가결했다. 2대 의회에서는 2개, 3·4대 의회에서는 각각 4개의 조례가 의원발의로 제정됐다. 이러던 것이 5대 의회에 들어서 현재까지 무려 80개의 조례가 의원발의로 추진됐다. 입법예고 후 아직 상임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은 조례도 10여 개가 넘는다. 양적인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20배나 증가한 것이다.
송재봉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의원발의가 증가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임이 분명하나 특정의원이 발의한 조례가 충분한 심의 없이 조례로 제정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문제"라며 "단체 중복지원 논란을 일으키거나 여론수렴 없는 조례발의는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책형성 전형을 보여준 '행정정보공개조례'
우리나라 조례제정의 역사 중 가장 높게 평가받는 게 '청주시 행정정보공개조례'이다. 91년 7월 24일 당시 청주시의회 박종구 의원 등이 의원 발의한 조례이다. 전기성 한양대 행정자치대학원 겸임교수는 '조례는 법률의 씨앗이다'라는 책을 통해 이 조례를 '지방자치 입법 사의 금자탑'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청주시의회가 재의결을 통해 조례를 공포하자 시에서는 대법원에 제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92년 6월 23일 조례의 합법성을 인정, 청주시의회의 손을 들어줬다. 청주시 정보공개조례가 시행된 지 4년 후 정보공개법이 제정됐다. 전 교수는 "청주시의회가 조례를 제정하지 않았다면, 대법원이 합법판결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정보공개 제도가 시행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조례를 통해 행정정보 공개라는 아주 새로운 정책을 생산해 낸 것과 동시에 법률까지 제정하는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한 '기업·혁신도시 편입지역 주민지원조례'
'원주 기업 및 혁신도시 편입지역 주민지원 조례안'이 상위법에 어긋나지 않다는 결론이 나고 나서 원주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유사조례 제정이 잇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유사조례가 제정되면 각종 공익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몇 가지를 명확히 했다. 하나는 모든 공익사업 편입지역 주민을 동시에 지원하는 게 재정여건상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 우선순위를 정해 선택적 지원을 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조례에 따라 주민 가운데 일정 조건에 해당하는 일부 주민이 지원을 받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무방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대법원은 법률의 위임이 없어도 자치단체사무에 대해서는 조례제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으며, 특별한 사유가 발생한 주민의 복리를 위해 기금을 조성하는 것은 행정상 또는 공익상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기업·혁신도시 특별법이나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서 담은 주민지원 내용에 이외에도 자치단체가 추가로 다른 것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는 지금까지 공익사업에서 주민을 배제했던 관행에 제동을 건 사례라고도 볼 수 있다. 개발사업의 속도조절을 요구할 뿐만아니라 공익사업이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평가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교통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만이 아닌 '주민영향평가'도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15개의 법률과 국제권고안 등을 근거로 만드는 조례'
용정순 의원은 오는 14일부터 진행하는 135회 정례회에 '어린이가 건강하고 안전한 원주 만들기 조례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용 의원은 "국가는 물론 시도 어린이의 건강과 안전정책에 대한 체계적인 입법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못하고 담당 부서도 여러 군데에 걸쳐  있어 사실상 전담부서가 없는 실정임에 따라 제도개선 차원에서 어린이의 건강과 안전정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전문화된 조례를 제정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어린이 건강과 안전을 위한 각종 정책을 통합적으로 제도화해 실질적인 집행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조례제정을 위해 적용된 상위법도 헌법을 비롯해 아동복지법, 초·중등교육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건강검진기본법, 지방자치법, 식품안전기본법,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도로교통법, 국민건강증진법, 환경보건법, 청소년기본법, 영유아보육법, 유아교육법 등 15개이다. 또한, 세계보건기구 건강·안전 권고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 아동안전권고조치안, 국제연합아동기금의 유엔아동권리협약 등도 조례안을 만드는 데 활용됐다. 말 그대로 원스톱 행정의 전형을 만들어 최고 수준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는 것이다.

7만건 넘는 조례, 하지만 아직도 'Blue Ocean'
원주시뿐만 아니라 조례와 규칙은 전국적으로 폭발적인 증가현상을 보였다.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2008년 말 기준으로 자치단체가 보유한 자치법규는(조례와 규칙) 7만240건(조례 4천8341건, 규칙 2만1천899건)으로 2007년보다 조례는 2천630건, 규칙은 626건이 증가했다. 이는 의원 유급제 시행과 1년 단위 의정비 심의에서 의정 활동 실적이 중요한 평가의 대상이 되면서 의원 발의 조례가 급증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적 특성을 담은 조례도 최근에는 증가추세이나 현재는 대부분 자치단체가 보유한 자치법규가 거의 동일한 상황이다. 아직은 행정과 의정활동에 필요한 기본적인 조례와 규칙에서 진일보하지 못한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송재봉 사무처장은 "조례는 지역주민의 요구를 담는 그릇"이라고 밝혔다. 사회의 다변화에 따라 주민의 요구 또한 다양하게 단계가 높은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고 이는 곧 주민의 요구를 담은 조례제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5대 원주시의회에 들어 의원발의로 추진된 80개의 조례 중에서는 '수준과 내용이 한 차원 높은, 다른 자치단체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 자치법규 입법역사에 기록될 조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조례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처럼 조례제정이 단순히 기존 정책을 보강하거나 특정단체 지원, 현 행정체제 관리만을 담는 게 아니라 정책을 형성하고 기존 패러다임을 바꾸고 주민중심의 행정서비스 강화 등의 내용을 담는 방향으로의 진화를 전제로 한다면 아직도 조례 영역은 미개척 분야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조례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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