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재배농가들은 건설업에 종사하다 복숭아 농사로 전업한 강형기(52) 씨가 복숭아 농사에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칭찬한다. 강 씨는 "복숭아농사는 서로 공생해야 살아남고 끊임없이 개발하고 노력해야 뒤쳐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씨가 복숭아 농가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는 것은 복숭아 저농약 인정을 획득하고 지속적인 품질개량으로 우수한 품질의 복숭아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 지난 1998년 IMF 금융위기 당시 건설업에 종사했던 강 씨는 공사현장에서 자금회수가 안돼 부도를 맞은 뒤 1999년 농업으로 업종을 바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건설업을 하다 채무만 떠안은 채 무엇을 할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며 "1년여간 고민 끝에 농사를 짓기로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건설업에 종사했던 터라 복숭아농사를 지으면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실수를 성공으로 이어준 비결이 있었다고 한다. 1999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작성한 작업일지가 비결.

강 씨는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농가들은 복숭아 재배기술을 알려주지 않았다"며 "친한 이웃에게도 기술을 전수하지 않았던 게 당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결국 독학으로 복숭아농사를 짓게 된 강 씨는 10년 동안 작성한 작업일지를 통해 반복되는 실수를 범하지 않게 됐고, 작업일지는 복숭아농사 지침서나 다름없게 됐다. 현재 670주의 복숭아나무를 식재해 복숭아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한해도 빠짐없이 품종개량을 진행했고, 2002년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저농약인증을 받으면서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강 씨는 "당시 저농약인증을 받은 8농가가 함께 소나무회를 구성해 소독과 농약 등의 시료시기를 달리 적용하면서 원주풍토에 맞는 복숭아 재배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각기 다른 재배기술로 복숭아를 생산했던 농가들은 2003년 치악산복숭아 연합사업이 실시되면서 품질을 일원화하기 위해 재배기술을 공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 현재 연합사업이 구체화 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강 씨는 "당시 저농약 인증을 받은 복숭아는 3.6kg 기준으로 판매했고, 일반농가는 4.5kg으로 판매했지만 가격은 오히려 저농약 인증 복숭아가 높게 받았다"며 "연합사업을 위해서는 포장재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고품질 복숭아를 생산하기 위한 재배기술 공유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품종이 개발되고 있는 시점에서 소비자가 선호하는 복숭아는 지금보다 크기가 작고, 모양도 예뻐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 씨는 전했다.

그는 "복숭아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고, 목표를 가질 수 있게 됐다"며 "치악산복숭아가 전국 제일의 복숭아로 인정받는데 있어서 APC시설(산지유통센터)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농가와 농협, 원주시가 하나같이 필요성을 느끼는 APC시설이 꼭 설치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기영 기자k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