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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만드는 한의사 박창현 씨
"원주를 창작뮤지컬 산실로"
2009년 07월 20일 (월)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
   
 
   
 

 "저만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거죠.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박창현(39) 씨는 단구동에서 가온자리 한의원을 운영하는 현직 한의사다. 일주일을 쪼개 바쁘게 살고 있는 박 씨는 지역 내에서 본업인 한의사보다 극단 산야의 예술감독이자 원주연극협회 부지부장으로 더욱 알려져 있다.


 그가 최근 눈에띄는 행보로 지역 문화예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봄 원주오페라단 예술감독으로 영역을 확장하더니 최근 창단한 원주남성합창단 단장을 맡은데 이어 원주뮤지컬컴퍼니를 창단하고 작은 소극장까지 마련해 문을 열었다. 남들은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 타이틀을 훈장처럼 주렁주렁 달고 있으니 무거울 법도 하지만 그는 요즘 누구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십 수년 가슴에 품어 온 꿈을 차곡차곡 현실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 광주에서 나고 자란 박 씨가 원주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6년. 군 복무를 마친 후 다니던 경희대 공대를 그만두고 상지대 한의대에 입학하면서부터다. 남보다 한참 늦은 출발이었지만 늦깎이 대학생은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공부와 시험의 연속으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면서도 당시 비상임으로 운영된 원주시립합창단에 들어가 베이스를 맡았고 이듬해인 97년에는 극단 산야에 입단해 98년 '철부지들'을 시작으로 매년 한 편씩 3년간 직접 연출한 뮤지컬을 무대에 올렸다.


 "학기 중에는 엄두를 못냈어요. 조금 여유가 생기는 겨울방학을 이용해 작업을 하고 이듬해 학기초에 무대에 올리는 식이었지요. 아마 원주에서 처음 시도한 뮤지컬이었을텐데 꽤 반응이 좋았었요. 돈을 벌었다고 할 순 없지만 지원 한푼 없이도 적자는 나지 않았거든요."


 자신이 연출한 뮤지컬 외에도 다수의 작품에 음향을 맡거나 조연출로 참여하며 주목을 받은 그가 이후 지역 문화판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한의대 본과에 진학하면서 도저히 연극무대에 설 여유가 없었고, 대학 졸업 후에는 경기도 분당에 한의원을 내고 생업에 매진했기 때문.


 하지만 그것도 잠시. 천상 무대예술인인 박 씨의 고민이 시작된다. 예술의 전당이나 대학로 등 공연장 가까운 곳에 살며 문화를 보고 즐기면서 향유할 것인가. 아니면 예전처럼 직접 창작작업을 시도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선 것. 그는 가족들을 설득해 원주로 내려오는 길을 택한다. 몸 속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창작욕구를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었기 때문이란다.


 "창작을 하기위해 꼭 원주로 내려올 필요가 있었느냐?"는 우문에도 명쾌한 답이 튀어 나온다. "무대예술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작곡, 자본, 제작 등 각 영역에 걸쳐 역할을 할수 있는 인적자원이 필요하고 그들이 서로 믿지 못하면 결코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없어요. 그런 점에서 신뢰할 수 있는 선·후배들이 있는 원주가 제겐 최적의 공간이죠. 제가 지금까지 지치지 않았던 이유도 제 열정을 끌어내 준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중·고교 시절을 포함해 12년간 연극판에 있었지만 박 원장의 시선은 늘 연극보다 음악이 함께있는 뮤지컬을 향해 있었다. 원주로 내려와 배우들을 모집하고 워크숍을 갖고, 그렇게 1년 반에 걸쳐 준비한 작품이 이달초 무대에 올린 살롱 뮤지컬 '프로포즈'다. 사실 '프로포즈'는 작년 연말 공연을 계획했지만, 공연장을 구하지 못해 무대에 올리기까지 다시 반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오기가 생겼다. 우리들만의 극장을 만들자고 달려들어 탄생시킨 것이 이번에 창작기념 공연을 올린 단구동 블루소극장이다. 당초 극장은 현재 운영중인 한의원이 어느정도 안정된 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의지가 있을 때가 기회'라는 생각에 앞당겨 저지른 일이다. 단원들이 직접 망치질이며 용접을 마다않고 달려들어 완성한 땀이 배인 공간이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곳이기도 하다. 박 원장은 "아마 관에서 지었다면 투자한 비용의 10배는 더 들었을 것"이라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당장은 조금 힘들지만 앞으로 매년 한 작품씩 창작뮤지컬을 만들어 무대에 올릴 계획입니다. 그때 그때 필요한 배우인력을 오디션을 통해 선발해 공연을 하고, 또 다시 작품을 만들고…. 3~4년 후를 기대하고 있는데,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원주로 찾아와 무대에 서고 원주에서 만든 뮤지컬을 들고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을 하는 겁니다. 그러다보면 원주는 자연스럽게 창작뮤지컬의 산실이 되리라 믿습니다."


 이쯤되면 돈키호테로 비춰질 수도 있는 그의 뱃심이 궁금해진다. "시장성을 볼 때 원주에서 뮤지컬이 과연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다분히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는데 돌아오는 답이 걸작이다. "저만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비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거죠." 질문한 사람은 되려 당혹스러운데 쉬지않고 설명이 이어진다. "인생은 결정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분명히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듣기에 따라 지나친 낙관론으로 비칠 수 있는 박 원장의 꿈에 귀 기울여 지는 것은 그만이 가진 '긍정의 힘'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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