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도 아니요, 기막힌 재주도 없지만 그저 미술이 좋아 모여 일군 세월이 어느덧 40여년이 흘렀다. 초등교사들로 구성된 치악미술회(회장: 백영희·태봉초)는 올해로 38살을 맞은 보기 드문 장수 교사동아리다. 이들의 이야기는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관설초등학교에 근무했던 강상희(74) 1대 회장은 어떤 과목이든 만능이어야 했던 초등교원 특성상 아이들에게 우수한 퀄리티의 미술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마음 맞는 16명의 원성군 초등교사들과 모임을 가졌고, 이것이 시초가 됐다.

실기연수회 형태로 활용되던 치악미술회가 한 단계 성장한 것은 꾸준한 연구활동으로 회원들 실력이 향상되고 어느덧 습작들을 작품으로 내놓을 수 있게 되면서 부터.

71년 12월 26일 가톨릭센터에서 개최된  제1회 치악미술회 회원작품전. 교사들의 끼가 처음으로 외부에 표출된 순간이었다. 이 전시회로 치악미술회는 지역미술 활성화를 이끄는 역할까지 맡게 된다. 지난 1999년 한국미술협회 원주지부가 지역 미술문화의 한 축을 이룬 발자취를 연대별로 기록한 '원주미술의 어제와 오늘'에 소개돼 있고, 최근에는 도교육청이 주최한 서클활동공모전에 우수서클로 선정돼 지원금을 받았다. 백영희 회장은 작년 강원도교원미술교육 연구발표전에서 동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무엇에 미쳐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바쁘고 피곤하다가도 전시회에 내놓을 작품을 떠올리면 날이 새는 줄 모르게 에너지가 쏟아져요. 좋아하니까 할 수 있는 거죠. 마음이 맞는 좋은 사람들과 같은 취미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행운이 아닐까 싶어요" 백 회장의 말이다.

회원들의 열정은 끝이 없다. 시간을 쪼개 전문강사 지도를 받기도 하고 동료교사로부터 자극받아 자기연찬의 기회로 삼기도 한다. 강상희(74) 전 회장은 1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온 치악미술회의 기록을 일일이 스크랩 할 정도로 애착이 깊다. 매년 미술전이 개최될 때마다 편치 않은 몸에도 서울과 원주를 오가며 후배들을 챙기고 용돈까지 넣어주는 든든한 선배다.

그들에게 미술은 죽기 살기로 정복해야 할 대상은 아니지만 삶 속에서 또 하나의 의미로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욕망이 수 십 년 동안 영글면 전부가 되기도 한다. 이종화 씨와 이병현 교장(치악초)이 대표적이다.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종화 씨는 얼마 전 화실을 직접 만들었다. 작년 퇴임한 계인옥 고문도 개인화방을 차려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한 달에 한번 모임을 가질 때마다 그림 배우는 얘기, 근래 작업하는 작품, 좋아하는 화가 이야기 등 다양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제자들 생각만으로 하루가 벅찬 이 시대 교사들이다. 쏟아냈다하면 토끼 같은 아이들 이야기로 끝을 맺는 걸 보면 교사모임임에 틀림없다.

2006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소아암환자돕기 어린이그림공모전도 아이들을 향한 선생님 마음이 오롯이 담긴 일이다. 첫 해 난치병을 앓고 있는 영월 아이를 돕기 시작해 2007년부터 태장, 태봉, 서원주초까지 5번에 걸쳐 백혈병, 간부전증 등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기금을 전달했다. 태봉초 차모 양은 작년 골수이식 수술을 받아 현재는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됐다.

사랑을 알고, 그 사랑을 베풀 줄 아는 향기 나는 사람들. 교육현장에 그들이 있기에  아이들은 꿈을 꿀 수 있다. 

김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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