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율 과장

원주의료원 사거리를 지나 등교하거나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스파이더맨은 매일 아침 만나는 친숙한 존재다. 원일로 등 주요 상점가에서도 스파이더맨은 유명인사다.

스파이더맨 이강율(37) 씨는 자동차 세일즈맨이다. 대학에서 전기과를 전공한 뒤 벽산·라이프·청구아파트 등에서 전기관리기사로 근무하다 격일제 근무에 염증을 느껴 1998년 자동차 세일즈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2년 후 현 직장인 르노삼성자동차 공채 1기로 입사했다. 당시는 르노삼성자동차 영업소가 도내에서 유일하다보니 도내 전역을 대상으로 영업 체계를 갖추는데 주력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고 보니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세일즈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 자동차 세일즈는 나이나 경력, 학력과는 철저하게 무관한 실적위주의 경쟁사회다.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을 모색하다 '튀기로' 했다. 아내 김명자(36) 씨의 든든한 남편이자 아들 효재(8)와 딸 한빛이(4)의 아빠로서 못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2006년 호박탈을 쓰고 영업소 앞에서 아침마다 지나는 행인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다 기왕이면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장소를 원주의료원 사거리로 옮기고 스파이더맨 복장으로 교체하며 이때부터 스파이더맨으로 불리게 됐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은 현수막을 붙이고 아침7시부터 1시간30분동안 오가는 차량 및 행인들에게 손을 흔들며 환한 인사를 건네자 효과는 금세 확인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로부터 "너가 맞냐?"는 전화나 "힘내라"는 격려문자가 걸려온 것. 아침인사가 끝난 후 스파이더맨 복장으로 회사로 직행해 출근도장을 찍은 뒤 그 복장 그대로 오전 내내 상점가를 돌며 전단지를 돌리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사방팔방 다니며 영업활동을 했다.

이런 노력으로 2007년에는 자동차 100대를 판매하며 자신의 최고기록을 수립했고, 회사에서 상도 받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원주의료원 사거리로 출근하기를 1년여 반복한 끝에 몸에 무리가 왔다. 병원에서는 당뇨와 함께 체질에 변화가 오며 알러지가 발생한 것 같다는 진단을 내려 스파이더맨 홍보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복장을 착용하면 여름에는 땀이 비오듯 하고, 겨울에는 내복을 2개씩 껴 입어도 추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면서 체질이 변한 것 같다고 한다. 스파이더맨을 중단한 이듬해 판매고가 60대로 줄자 아픔을 무릅쓰고 다시금 스파이더맨이 됐다.

매일 아침 원주의료원 사거리로 출근하며 이제는 많은 팬이 생겼다. 특히 어린이집으로 등원하는 아이들에겐 스타 수준이다. 사탕을 준비했다가 아이들에게 건네는 센스를 발휘하고 있다.

스파이더맨이 된 후 즐겁게 웃는 법도 배웠다. 억지로라도 웃으며 손을 흔들다보니 이제는 '스마일'이 스파이더맨 캐릭터가 됐다. 보는 사람들이 즐겁기 때문에 본인도 즐거울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즐겁게 영업하니 실적도 자연스럽게 따르더란다. 이 씨는 "팬들이 생겨 이제는 하기 싫다고 안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원주의 스파이더맨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상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