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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이주영 씨 모녀
"귀농 후 '사는 재미' 느낍니다"
2009년 06월 08일 (월) 김상희 기자 shkim@wonjutoday.co.kr
   
 
   
 

"모든 게 다 갖춰진 도시서 살 때는 몰랐어요. 뭐든지 빠르게 진행됐고 지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다인줄 알았거든요"

"모녀가 함께 수강하는 건 도서관이 생긴 이래 처음이에요"

어느 날 문막도서관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대부분 주부들로 구성된, 아니 그럴 수  밖에 없는 평생교육프로그램에 모녀가 함께 등록해 아주 열심히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찾은 부론면의 손곡예술아카데미에서는 문막도서관의 평생교육프로그램인 도예교실이 한창이다. 평일 한가로운 오전시간, 일찌감치 아이와 남편을 학교와 직장에 보내놓고 이곳을 찾아 각종 생활용품과 주방그릇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사용하려는 주부들로 가득하다.

그 중 눈에 띄는 수강생이 있었으니, 바로 최연소 수강생 이주영(26) 씨와 그의 어머니 신혜선(52) 씨. 이들은 요새 새롭게 '사는 재미'를 느끼는 중이다. 용인시에서 거주하던 이들 가족은 작년 1월 우연한 기회에 원주로 관광 왔다가 한 달 후 불현듯 귀래면으로 이사를 왔다.

쉽지 않은 귀농을 결정한 건 친환경적인 삶을 갈망했던 이 집 가장의 강한 설득에 의해서였다. 외국생활이 잦은 남편의 일,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큰 딸, 용인과 원주 등 각지에서 학교를 다니는 쌍둥이 작은 딸들…. 뿔뿔이 흩어진 가족생활도 익숙했고 쳇바퀴 도는 일상도 편안했다. 그런데 느닷없는 남편의 제의에 평온히 흐르던 질서는 깨지고 맨바닥에서 시작하듯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고민도 잠시. 마침 귀래에 거주하던 지인의 이사계획을 접하고 귀농의 꿈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세상에, 정말 흙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더라구요" 하루 종일 흙을 만지며 즐거워하는 남편의 모습에서 신혜선 씨는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다. 그리고 편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도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불안감도 조금씩 떨치게 됐다.

아파트 만큼이나 제한되고 규격화된 아파트 앞마당의 텃밭에서 재미로 채소를 기르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농촌생활에 재미를 붙였다. 큰 딸은 잠깐 휴학하고 귀국해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이사온다는 말에 쾌재를 불렀던 작은 딸(연세대 원주캠퍼스 재학 중)은 40분에 한 대 꼴로 다니는 버스를 타고 통학을 하지만 싱글벙글이다.

도예교실은 주영 씨가 어릴 때부터 해보고 싶던 일이었다. 이 시대 여느 모녀가 그렇듯, 이때까지 엄마와 함께 따로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던 주영 씨는 신문에 게재된 평생교실 회원모집 공고를 보고 함께할 것을 제의했다.

문막도서관 직원들은 유례없던 일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주영 씨는 최연소 회원이라는 이유로 총무를 맡았다. 원주에 아는 사람이라곤 옆집 할머니와 손가락에 꼽히는 마을주민들 뿐이던 이들 모녀에게 도예교실은 원주사람들과의 관계를 한 발짝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며칠 전에는 난생 처음 내 손으로 구워 만든 그릇을 완성했고, 여기엔 처음으로 직접 재배해서 담근 열무김치가 맛깔스럽게 담겼다.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듯 벅찬 감동을 표하는 남편과 함께 이곳 생활이 행복해진 순간이다.

"얼마 전에는 큰 딸아이가 상추를 뜯으러 허리춤에 바구니를 끼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어찌나 웃긴지 사진을 찍어주고 싶었어요. 모두가 행복한 일상이죠" 신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주영 씨의 변은 "중국에선 한 끼 식단에만 고기 3종 세트가 총 출동할 정도라 늘 기름기 없는 상큼한 것이 먹고 싶었다"는 것.

이들 모녀는 함께 지내면서 친구가 됐다. "실은 엄마에 대해 친구보다 아는 것이 없었죠. 엄마가 도예에 소질이 있는지 몰랐어요" 주영 씨 만큼이나 신혜선 씨도 딸에게서 새로운 발견을 하고 좀 더 섬세한 이해의 과정 속에서 딸을 담아내고 있는 중이다. "이제 복학하고 시집가면 함께 지낼 기회가 더 없어질 텐데… 이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요"

모든 게 다 갖춰져 있는 도시에서 살 때는 몰랐다. 뭐든지 빠르게 진행됐고 지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다인줄 알고 살았다. 귀농이건 문화생활이건 시간과 돈을 비롯한 모든 여건이 갖춰졌을 때에만 시도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가면서 느끼는 풍광들… 외국명소 뺨치는 그 자연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어요. 이런 소소한 요소들이 사람을 여유롭게 하는 것 같아요. 환경적 변화를 두려워했지만 막상 겪어보니 당시의 고민은 불필요했음을 깨달았어요. 아마 이사를 오지 않았더라면 그 흔한 평생교육프로그램 광고를 찾아보고 등록할 일도 없었겠죠.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세요. 아무런 준비도 필요하지 않아요. 그저 지금 당장 시작해도 괜찮더라구요. 아마도 삶이 더 풍요로워지리라 생각합니다"

김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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