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의 대표축제인 단종문화제가 올해로 43회째를 맞이했다.

원주에서 승용차로 1시간 거리인 영월은 조선 6대 임금인 단종의 묘가 장릉에 있어 해마다 단종문화제를 열고 있다. 또한 조망이 좋은 별마로천문대에서는 밤이면 촘촘히 박힌 별 세상을 만끽할 수 있고 사진박물관, 민화박물관, 책박물관 등 14곳의 박물관을 돌며 자녀들과 함께 평소 접하지 못한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다.

시내에서 30~40분 정도만 벗어나면 동강과 서강 줄기로 이어진 기암절벽을 비롯해 수려한 자연이 잘 보존돼 있어 자연보다 더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이 없다는 것을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주말,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충절의 고장인 영월로 가족 나들이 떠자보자.

구불구불한 시골길의 정취를 맛보며 무르익은 봄을 만끽하고 싶다면 치악재를 넘어 국도를 타고 주천방향으로 가면된다.

주천에서 영월방향으로 가다보면 한반도 지형을 쏙 빼 닮아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선암마을이 나온다. 선암마을에는 폐교를 꾸며 만든 소박한 책박물관이 있는데 오래된 교과서 등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곳이다. 그 길을 따라 가면 제천과 영월 교차로 지점인 삼거리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좌회전 하면서 길을 따라 오르면 소나기재가 나온다. 소나기재 정상 전망대에서는 서강을 배경으로 큰 바위 둘이 나란히 서 있는 선돌을 감상할 수 있다. 소나기재만 넘으면 장릉이 나온다.

고속도로나 자동자전용도로를 이용해서 영월에 도착하면 바로 단종이 눈물의 귀향살이를 했던 청령포가 나온다. 청령포는 삼면에 서강이 휘돌고 한쪽은 육육봉이라는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어 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드나들수 없는 섬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전시물이나 시설물의 화려함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이곳에선 신이 빚어놓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겸손하게 어루만지며 15살 어린나이에 유배당한 단종의 애달픔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보면 어떨까.

청령포에서 차로 5분거리에 장릉이 있어 단종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장릉에서 시내쪽으로 내려가면 단종이 사약을 받고 승하했던 관풍헌이 있다.

해발 800m, 별을보는 고요한 정상, 별마로 천문대는 맨 마지막에 들러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맘껏 구경할 수 있는데 인터넷이나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시내를 벗어나 동강다리를 건너 20분정도 달리면 한 여름에도 서늘한 바람을 뱉어내는 고씨동굴이 나온다, 고씨동굴 주변에 있는 음식점에서는 이 고장의 대표음식인 칡국수와 감자전 등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단종문화제는 1967년 처음 시작되었는데 전국에서 유일하게 왕릉에 제향을 올리는 문화행사로 알려졌다, 단종의 고혼이 잠든 장릉(莊陵)과 관풍헌, 청령로, 동강둔치에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관내 학생들과 주민들이 단종어가·정순왕후·엄흥도·사육신·생육신 등의 모습을 재현하고 '능말도깨비놀이' 와 같은 독특한 분장으로 시가지를 돌던 가장행렬이 지난 2001년 이후 처음 올해 다시 선보일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번 가장행렬은 '너랑나랑 쏘아올린 단종사랑, 그리고 희망이야기'라는 주제로 특별한 상상력을 동원해 1천여명의 지역 학생들이 엮어내는 퍼포먼스로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제향의식에는 종묘제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제례악과 육일무 공연으로 격조 높은 왕실문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민속놀이 중 하나인 칡줄다리기는 무게 6톤에 달하는 칡줄로 200여 명의 장정들이 동·서로 나뉘어 힘겨루기를 하는데 원래 정월대보름을 전후해 영월 사람들이 단종 당집에 고사를 지낸 후 칡줄을 동강변에 가지고 나와 동강을 사이에 두고 힘을 겨뤘었다고 전해진다.

자녀가 어려서 행사참여에 어려움을 겪는 관광객을 위해 영유아방을 마련하고 아이들이 잠시 휴식하면서 놀 수 있도록 간단한 놀이기구가 설치되어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대행사로 장릉참배 체험, 유등띄우기, 락크롤러대회, 궁도대회, 게이트볼대회 등이 열리고 옛적 단종문화제를 사진으로 감상하는 사진전과 야생화, 서각화, 수석전 등이 열린다.

문화제 마지막 날에는 승하 550년만에 재현해 지난 2007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단종국장(端宗國葬)'이 장엄하게 치러지는데 영월군민 2천여명이 조선시대 전통복식과 의장을 갖추고 발인반차 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가장행렬 구간을 그대로 돌다가 창절사에 들러 노제를 지내는 등 전문가의 철저한 고증을 거쳐 영월의 독특한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국장재현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는 식사를 제공하고 영월사랑상품권(1인2만원)을 나눠주며 '단종대왕 소원등'을 무료로 달아준다.

홈페이지(http://www.ywfestival.com/danjong)에 자세한 참가신청이 안내돼 있다.

▷문의: 370-2221(영월군청 문화관광과)　

임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