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하 전직 대통령. 대한민국 제10대 대통령을 지낸 이곳 원주분이다. 나는 그를 대면해 본 적이 없다. 익히 알려진 최규하로, 그리고 역사가 증언하고 있는 최규하로 만나 보았을 뿐이다.

사진으로 본 최규하는 그저 구수한 시골 어르신 정도로 기억된다. 두툼한 말투에 세련미가 거의 없는 어수룩한 아저씨를 TV에서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그렇다면 그의 재산은 얼마나 될까? 신문기자들은 그가 별세했을 때 서교동의 허름한 자택을 보고는 "전직 대통령의 거처라고 하기엔 너무도 볼품이 없어 당황스러웠다"고 표현했다. 자택 맞은편에 비서관과 경호원이 집무실로 썼던 낡은 컨테이너 박스를 시작으로 세월의 때가 묻은 양은그릇과 50년이 지난 골동품 선풍기 그리고 철 지난 달력을 모아두었다가 이면지로 썼던 그에게 자식에게 물려준 재산이 있냐고 묻는 건 어리석은 질문이다.

노무현 전직 대통령. 조간신문에 경남 김해 봉하마을 뒷산에 산불이 나서 관광객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대신 산불구경만 하고 돌아갔다는 보도가 사진과 함께 실려 있었다. 그 보도를 보며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생각해보고 말 것도 없이 그저 웃음이 나왔다. 누군가의 안된 모습을 보아서도 아니고, 침몰해가는 모습이 통쾌해서도 아니다. 그냥 허탈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경제'에는 무능했을지 몰라도 정치를 바로잡고, 부패를 몰아내는 데 앞장섰다는 이른바 노무현 식 치적은 이제 완전히 허물어지고 말았다. 패가망신시킨다며 재임 시 공직자들에게 꽤 엄격했던 노무현! 촌장 같은 허름한 어투로 도덕성을 강조했던 그에게서 앞으로 얼마나 더 놀라운 사실이 국민을 실망시킬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누군가를 서로 비교해서 폄훼하는 일은 웬만하면 자제하려고 한다. 그러나 최규하와 노무현 만큼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남기고 싶은 욕심이 든다.  

최규하는 누구처럼 촌장 어투를 노림수로 써먹지 않았다. '패가망신' '맞짱' 등의 용어로 위용을 내세우려 한 적도 없다. 그 흔한 '오른팔-왼팔'하는 측근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청렴했고 어리석지 않았다. 그래서 존경받는 몇 안되는 대한민국 대통령 반열에 올라있다. 평생토록 청빈한 공직자의 기품을 잃지 않았다. 성인군자와 같은 고고한 그분의 정신이 강원도와 우리 고장 원주에 뿌리 깊은 전통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치열한 경쟁 속에서 목표와 지표가 부재한 혼돈의 시기에 강원도를 끌어갈 차세대들의 기둥정신으로도 정착되었으면 한다.

내친김에 전직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를 대표 발의한 전말을 밝히려 한다. 물론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에서 전직대통령을 예우하고는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태어난 이 고장에서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가 없어 늘 아쉬웠다. 이 조례는 퇴임 후 감옥소로 갔거나 가야 할 전직들에겐 해당이 없다. 따지고 보면 조례에 적용될 대통령이 그리 많지가 않다.

이것은 강원도 출신 대통령을 위한 미래형 조례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념사업은 강원도와 원주가 함께 힘을 쏟아야 한다. 마침 김진선 지사도 아주 좋은 안이라며 반색을 했고 지원을 약속했다. 김기열 시장 역시 향후 기념사업회를 위한 체계적인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하니 이제 때가 된 것 같다. 

이참에 녹색강원 전체를 최규하를 위한 봉하마을로 만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