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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초면 흥양리 최고자연 최용호 소장
야생화 외길인생 30년
2009년 03월 16일 (월) 김상희 기자 shkim@wonjutoday.co.kr
   
 
   
 

노루귀, 복수초, 꿀풀, 패랭이… 들판에 흔히 나던 야생화들은 어느덧 '귀한 것' 혹은 '수입해서나 볼 수 있는 것'이 됐다.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한 품종으로도 대를 이어 육성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에 열정을 쏟는 후발주자를 찾기 힘들다. 들에 밟히던 야생화들이 귀한 것으로 변한 이유다.

그러나 원주에는 한국야생화의 자존심을 걸고 자원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이가 있다. 1만㎡의 농원에는 국내 야생화가 총출동했다. 야생화 탐방로 트래킹, 분경작품 체험, 교육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교육농장 '최고자연'의 최용호(54) 소장이 그 주인공이다.

꿈 많던 고등학교 재학시절, 농사를 짓겠노라고 선포한 최 소장의 꿈은 일찍이 또래친구들과는 다른 길을 향하고 있었다. 도시로, 도시로를 외치던 젊은 세대 답지 않게 농사를 하겠다고 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없다.

지황, 인삼, 담배농사를 지은 조부와 부친의 대보를 이어 농사꾼으로 살겠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고등학생 땐 일명 '아톰 관광농원'을 조성하는 게 꿈이었다. 원자, 핵을 뜻하는 아톰이라 이름붙인 건 세상의 중심이 되는 농원을 만들겠다는 그의 야심찬 포부다. 설계도까지 그린 그의 농원 안에는 축산장, 대형호수, 양어장, 과수원 등이 있다.

그러나 야생화에 열정을 쏟기 시작한 건 자연스럽고도 우연한 일이다. 대학시절 과수원을 꾸렸는데 군 생활을 병행하느라 관리가 제대로 안 돼 농사를 망치고 서울로 상경, 직장생활을 하다 우연한 기회에 야생화에 첫 발을 딛게 됐다. 당시 여직원이 매일 꽃시장에서 꽃을 사다 사무실에 꽂아 놓는 것을 보고 야생화를 꽂아보면 어떨까 생각한 것이 발단이 됐다. "우리 시골에 가면 야생화가 많은데 수입 꽃보다 예쁘고 그걸 꽂으면 돈도 안 들어 좋을 거란 생각에 고향 가는 길에 야생화를 가져와 꽂았더니 직원들이 난리가 났죠"

그에겐 늘 보아오던 꽃이지만 야생화를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동료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그는 조금씩 야생화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점점 사라져가는 야생화를 찾아내고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29세 되던 해 야생화연구에 대한 구상을 구체적으로 옮겼다. 셋방 옥상에 실험실을 만들어 육종연구를 시작했고, 이듬해인 85년 농장터를 임대해 본격적인 연구활동에 들어갔다. "그때는 마당이 커서 좋다는 이유 하나로 비가 세는 집인 줄도 모르고 계약했어요. 그래도 마당에 새싹이 오르고 봉우리가 맺히면 그게 그렇게 좋더라구요"

내집장만하면서 '사람 살 곳' 보다 '야생화 살 곳'을 살피는 이는 지구상에 그 밖에 없지 않을까. "한 우물만 파는 이들 중엔 미치광이가 많죠. 꿈이 있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뜨거운 세월과 시간의 강물 속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살아온 수 십 년 동안 걸려 올려진 것, 그것은 고스란히 꽃으로 형상화되어 그의 삶 속에서 다시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의 꿈은 200~300년을 이어온 선진국의 가든과 비견되는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수목원이 많지만 그보단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끼며 쉬다 가는 곳을 만들고 싶단다. 곤충, 물고기, 양서류, 파충류 등 어느 하나에 미쳐 해당분야만 연구하는 이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생태공원을 만드는 꿈이다.

"동산 하나를 한 꽃으로만 장식할 수도 있어요. 전 세계 어딜 가도 볼 수 없는 녀석들로만요. 육종을 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의 꿈은 희망사항으로만 그치진 않아 보인다. 육종연구로 다양한 종을 만들 수 있어 해마다 새로운 야생화가 피어오를 것이다.

"외국에서는 한 품종을 갖고 대를 이어 육성하지만 우리는 하늘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곤 했죠. 하지만 피폐해진 농촌을 살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직접 품종을 연구하고 개량해 단위면적당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고급품종들을 확대·보급함으로써 스스로 경쟁력 있는 농사꾼이 되는 겁니다" 헤어디자이너가 머리만 깎는 게 아니라 머리에 좋은 약품도 개발하듯 나를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개념으로 생각을 전향하고 마인드만 갖춘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꽃도 새싹이 올라오면 묵은 싹은 죽어요. 삶의 이치인 것 같아요. 나와 아내의 우량개체를 물려받은 내 아들이 제2의 최용호가 되어 내 일을 이어가는 것처럼요"

그는 때가 되면 새로운 싹을 위해 묵은 싹은 물러나야 하며, 더 누리고자 하는 욕심은 화를 부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92년부터 8년간 (사)한국자생식물협회 이사 및 부회장을 역임하다 어느 날 불현듯 사표를 내고 낙향했다.

92년 제2회 꽃 박람회 원예콘테스트 자생식물 출품 우수상, 93년 제2회 한국란 명품 전국대회 야생란 부문 최우수품상, 99년 농림부 종자관리소 개인 육종사 자생식물부문 수록, 2000년 세계농업기술상 개발 기술부문 장려상, Korea Food Expo 2008 우리품종 전시회 최우수상,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교육사업은 미래사업입니다. 돈이 되진 않지만 누구든 관심을 갖고 이 길을 택한다면 10년 뒤, 20년 뒤 우리나라는 세계육종강국이 돼 있을 겁니다" 이미 생태체험을 하기 위해 몰려든 외지인들의 독촉에 리모델링이 끝나기도 전에 부랴부랴 교육실과 농장을 개방했지만 정작 원주권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시작은 나였어도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지면 시민 한 평 갖기 운동을 통해서라도 우리나라 야생화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최 소장은 말한다.

외길에 대한 열정은 그가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다. 

김상희 기자 shkim@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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