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분들 중에는 스스로 '화병'이 있다고 하는 사람이 많이 있는데 한국인의 대표적인 신경정신과 질병 중의 하나가 바로 '화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화병은 본래 울화병(鬱火病)의 간편 표기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울(鬱)이란 '막는다' '통하지 아니하다' '답답하다'라는 뜻이고, 화(火)란 심화(心火) 즉, 마음의 스트레스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 '마음에 억울하고 답답한 심정을 풀지 못해 화기가 갇혀 병이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이렇게 화기가 갇히게 되면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쓰리고,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머리 끝으로 열기가 뻗치고 뒷목이 뻣뻣하며 입맛을 잃고 불안하고 잠을 못잔다. 불쑥불쑥 명치 밑이 치밀어 오르고 분통을 참지 못하고 급기야는 내부 장기가 견디지 못해 위암, 췌장암과 같은 암에 걸리게도 되는 것입니다.

마음의 스트레스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지금은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학교 숙제를 해야 한다든지 명절 때 음식장만을 해야 하는 스트레스와 같은 것은 힘들기는 하지만 정해진 시점이 지나면 해소되고 잊혀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설사 병이 된다고 하더라도 긴장이 풀어지는 시점을 기준으로 완화됩니다. 다른 하나는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스트레스입니다. 자존심이 크게 손상 받거나 억울한 손해가 계속되고 도저히 갚을 수 없는 빚을 진 경우 등과 같은 것은 시간이 지나도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고 오히려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음식에 체한 사람이 음식을 더 먹을 수 없는 것처럼 마음에 체해서 더 이상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없어 병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화병의 치료 원칙은 마음에 체한 것을 풀어주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는 마음의 체증을 풀어주는 약물을 사용하여 화병을 풀어주게 되는데 흡사 음식에 체한 사람에게 소화제를 주어 치료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