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흐르는 하천은 하천생태계를 구성하는 동식물의 서식공간이자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휴식과 심미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중요한 자연자원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하천의 환경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면서 단순히 치수와 이수를 목적으로 시행되던 하천정비사업을 하천이 가진 다양한 환경적 잠재기능을 복원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바람직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천은 이수가치와 치수대상 이외에 환경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생활용수와 농공업용수로의 쓰임은 이수적 가치이고, 치수는 하천재해방지를 위한 관리적 측면을 말한다. 최근 중요시되는 환경기능은 동식물의 서식처 기능, 수질의 자연정화기능, 자연경관으로서 심미적 기능 등을 들 수 있다.

1990년대 후반이후 각 지자체마다 시행하고 있는 자연형 하천정비사업은 과거의 하천정비사업이 지나치게 치수와 이수기능에 치우쳐 하천이 본래 가져야할 환경생태적 기능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반성에 기초한 것이다. 따라서 자연형 하천정비사업의 목적은 자연상태의 하천에 가깝게 하천의 지형적, 생태적 특성을 보전 또는 복원하면서 치수와 같은 하천관리기능을 개선하는 데 있다.

며칠 전 필자는 원주시가 자연형 하천정비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반곡동과 단구·개운동 사이 원주천 구간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전에도 가끔 찾아가 물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들과 수변의 식물들을 보며 즐거움을 얻던 그곳이 너무나 참혹한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맑은 물이 흐르고, 많은 물고기들이 놀던 하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하천 바닥은 포크레인으로 전부 파헤쳐지고 콘크리트 덩어리와 토사만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현재 도시를 흐르는 원주천은 치수관리가 비교적 잘 되어있고, 생활오폐수의 분리로 도시하천으로서는 수질도 비교적 양호한 상태이다. 또한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지난 개수사업이후 오랜 시일이 흐르면서 원주천의 하상지형과 수생태계는 자연상태에 가깝게 안정화된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원주천을 대상으로 자연형 하천정비를 실시하려한다면 이미 자연화되고 안정된 하상지형과 수생태계는 유지·보전하면서, 환경친화적이지 못한 기존의 콘크리트 호안이나 전석들을 제거하고 치수적으로 안전하고 식생이 생육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호안공법들로 대체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주시가 시행하고 있는 자연형 하천정비가 오히려 하천지형과 수생태계를 파괴하는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과 시행업체가 하천의 환경적 기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원주천의 정비사업이 단순히 배정받은 예산을 지출하는 토목사업이나 조경사업이 아니라, 원주시민들이 즐길 수 있고 도시내에서 수생동식물의 서식처로 기능하는 건강한 자연하천을 만들어 간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이와 같은 자연형 하천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원주천의 지형적, 생태적 특성들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관찰,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좀더 자연상태에 가깝게 개선하고, 지역주민의 친수기능을 고려하는 구체적인 설계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끝으로 중요한 것은 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지역주민과 전문가, 환경단체의 지속적인 참여와 모니터링이다. 사업의 계획단계부터 시행단계, 사업완료이후의 하천환경에 대한 모니터링은 자연형 하천정비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한번 파괴된 하천이 다시 복원되는 데는 긴 세월이 필요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원주천 자연형 하천정비사업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