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도 체질에 맞아야죠, 백번 말해도 몰라요. 직접 해보고 적성에 맞으면  계속하게 됩니다… 전 봉사가 편해요"

	◇장애인복지관에서 함께 봉사하는 동료들과 함께. 제일 뒤에 서 있는 사람이 이명삼 씨.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세상을 원망하며 절망에 빠질 것이다. 그러나 이 사람에게서는 원망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건장한 사람도 하기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이명삼(37) 씨는 원주에서 탄생한 첫 번째 봉사왕이다. 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2만1천600명의 자원봉사자 중 자원봉사 2천시간 이상을 넘기며 봉사왕의 칭호가 부여된 것.

그렇다고 봉사에 대한 남다른 생각이나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니다. "봉사도 체질에 맞아야 할 수 있어요. 백번 말해도 몰라요. 직접 해보고 적성에 맞으면 계속하는 거고 아니면 관두는 거죠. 전 봉사가 편해요"라고 이 씨는 말한다. 봉사를 삶이 일부분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 씨가 사고를 당한 건 2002년이었다. 직원 2명과 함께 고속도로를 주행하다 옆 차량과 부딪히면서 사고가 났다. 서울과 원주의 병원을 오가며 3년을 병원에서 지냈다.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래를 절단했으나 염증이 생겨 또 다시 서울병원을 갔다 원주로 내려와 재활치료를 받는 등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산재처리가 돼 병원비 걱정은 덜었다.

다치기 전에는 공장에서 일을 했으나, 장애등급을 받은 후에는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이 씨는 "아는 동생의 권유로 상지영서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며 "2학년 때 같은 과 형 소개로 장애인복지관과 인연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학교를 다닐 때는 복지관 행사가 열릴 때 도와주는 정도였는데 졸업 후에는 복지관에 매일같이 출근했다. 복지관 직원들 조차 이 씨가 동료직원인 줄 알았을 정도였다고. 평균 오전9시 출근해 저녁7∼8시에 들어간다.

다음카페 원주사랑 봉사동아리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이 씨는 "집에만 있으면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복지관에 오면 스트레스가 사라진다"며 "함께 쇼핑백을 만드는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주고 웃어주면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노총각인 이 씨는 앞으로 취업도 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한다. 취업을 위해 사회복지를 공부했지만, 본인 적성에는 사회복지보다는 단순노무직이 더 맞는 것 같다고 한다. 몇 차례 공장에 취직하려 했으나, 다리가 불편해 취업이 쉽지 않았다.

이 씨는 "봉사만 하면서 살고 싶다"는 특이한 바람을 전했다. 본인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늘 함께 있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취업을 해야 하니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올해는 꼭 취업을 하고 여자친구도 사귀겠다는 각오를 다진 이 씨는 취업을 하더라도 시간이 날 때마다 봉사를 하겠다고 전했다. 이 씨는 2남2녀 중 막내로, "처음 다쳤을 때부터 나보다 더한 사람도 있는데 이 정도면 다행으로 생각했다"며 "장애인들은 동정을 싫어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장애인들도 정상인과 똑같을 뿐만 아니라 동정어린 시선을 부담스러워 한다고.

이영주 기자 yj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