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바다 장터 생각을 하면 지금도 뿌듯하고 가슴 시려요. 치악제, 민관군체육대회, 배드민턴대회 등 행사마다 쫓아다니며 밥장사 하고, 고구마 농사도 짓고, 8년 동안 돈 되는 일은 무엇이든지 했어요. 열정적으로 일을 했어요. 매일 동사무소로 출근하니까 딸이 하굣길에 동사무소로 쫓아왔을 정도였지요."

98년 IMF시절 원주에 아나바다 운동을 도입하는데 앞장을 섰던 사람이 있다. 단계동 e편한세상 아파트에 살고 있는 윤세훈(54) 씨는 2년 전 명륜1동 새마을부녀회장 시절, 노력봉사로 거둔 수익금 전액을 무의탁노인과 불우세대를 돕는 일에 앞장섰다.

그저 해야 할 일이라 믿고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니 강원도 선행도민 대상, 행자부장관상, 원주시장상 등 수많은 상을 타게 되었다는 그녀는 "지금도 생각하면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며 모든 공을 자기를 믿고 함께 일했던 명륜1동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에게 돌린다.

경제가 IMF시절보다 더 어려워진 탓인지 불우이웃을 위한 손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래도 꾸준히 기초수급자인 독거노인 가사도우미 활동과 병원외출 등을 돕는 사람이 있어 단계동사무소 사회복지담당자의 추천으로 만나게 된 그녀는 오늘도 노인체육대학 김장행사에 다녀왔다면서 내미는 손이 아직도 벌겋다.

아나바다 장터를 열기 위해 원주 전역을 돌며 헌옷수거, 독거노인 이미용 및 목욕봉사, 장과 김치 담가주기, 청소와 이불빨래, 시신을 거두는 등 이웃사랑을 실천한 부지런한 손은 남다르다.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는 비결을 묻자 그녀는 "봉사활동을 하면 행복해진다"며 "주부의 행복은 행복한 가정을 가꾸는 기초가 되고 곧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원동력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또 "우울한 사람은 봉사활동을 하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며 바로 봉사활동을 권한다. 강원도 선행도민 대상으로 받은 상금으로 뒷바라지를 해준 남편에게 정장 한 벌과 독거노인과 장애인 세대에 쌀을 사주었을 때가 봉사를 통해서 얻은 가장 행복했던 일이라고.

가장 안타까웠던 기억은 4년 동안 어머니처럼 섬기던 독거어르신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던 일. 그리고 명륜동 쪽방에서 중학교 2학년생 딸과 함께 살던 알콜 중독자가 피를 토하며 사망해, 오그라든 시신을 주물러 거두어서 염했던 일을 회상하며 또 목이 메인다. 

원주사회복지대학교 17기생인 그녀의 행복수첩엔 사랑의집-종이접기봉사, 시립복지원-풍선아트봉사(생일잔치), 원주시사회복지협의회-천사지킴이, 장애인목욕봉사, 명륜종합사회복지관-다문화가족 한글교실아이돌보미, 원주시투어, 노인체육대학-국수봉사 등 자원봉사 스케줄로 빽빽하다. 봉사의 달인은 역시 달랐다.

원주시가 이렇게 살기 좋은 도시로 성장한 비결에는 숨은 자원봉사자들의 노고가 크다며 본인의 작은 봉사를 부끄러워했다.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버팀목이 되어준 남편 서호원 씨(60)에게 "당신은 진짜 좋은 사람이고,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이해 해주고 내가 사랑하는 오직 한 사람"이라며 진한 사랑고백을 한다. 지난달 단계동 e편한세상 아파트 부녀회 임원으로 선출된 그녀의 2009년도 활동도 기대된다. 기온이 뚝 떨어진 겨울 오후. 그녀를 만나고 돌아서는데 가슴이 훈훈해지는 것은 그녀의 이웃사랑이 전염된 탓이 아닐까.

 박진숙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