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다사다난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다사다난 했다. 특히 전 세계적인 경기악화로 인한 팍팍한 삶이 서민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모두들 한 목소리로 죽겠다고 했다. 월급봉투가 줄면서 소비도 감소했고, 이로 인한 제2, 제3의 어려움이 우리사회에 깊숙히 자리잡았다.

하지만 어려운 삶 속에서도 용기를 북돋는 희망적인 뉴스도 적지 않았다. 장애를 딛고 당당히 세상을 향해 자신을 알리거나 어려움 속에서도 남을 돕는 선행을 행한 이들의 뉴스를 전할 때면 가슴이 뿌듯했다. 이 지면에 소개하는 사람들은 올 한해 원주투데이 지면을 장식한 사람들 중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 사람들이다.

"장애는 약간 불편한 것 뿐"

"그걸 알고 있나? 처음에는 작은 광물질이 여러 과정을 거치면 보석이 된다는 것을…. 어쩌면 나는 장애인이 아닌 보석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작은 광물질인지도 모른다."

국제기구 CEC(미국특수아동협의회)로부터 2008장애극복상을 수상한 추비선 양이 쓴 자기소개서의 일부분이다. 이 문구처럼 장애를 안고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분야에서 당당히 최고가 된 이들이 있다. 한국인 최초로 CEC 장애극복상 예술부문에 수상한 비선 양을 비롯해 2008베이징장애인올림픽 보치아대회에서 금메달(혼성단체전)과 동메달을 획득한 정호원 씨, 여덟손가락 양궁선수 연성학 군, 청각장애를 딛고 고려대에 입학한 엄대호 군이다.

추비선(단관초 5) 양은 뇌병변 1급과 지체장애  1급이지만 작가 못지않은 글솜씨와 음악을 사랑하는 소녀다. 저학년 때 친구들 놀림으로 발레리나가 되려던 꿈을 접은 대신, 동화작가와 아나운서의 꿈을 갖고 있다.

고 3때 보치아를 접한 후, 보치아연습을 위해 서울에서 원주로 내려온 정호원(22) 씨는 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끈기와 집념이 돋보인다. 혼자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운 처지지만, 느리더라도 혼자 힘으로 뭐든 해결하려는 정 씨는 주말마다 서울 집에 올라가 하룻밤을 보내고 내려오는 착한 아들이다.

명륜초교 5학년에 재학 중인 연성학 군은 중지가 없는 선천적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원도소년체전에서 금메달(단체전)과 동메달 3개를 획득했다. 양궁에서 시위를 당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지가 없지만 끈질긴 노력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엄대호(청각장애 2급) 군은 자동차 경적소리 정도의 고음밖에 듣지 못해 입모양으로 말의 의미를 알아듣는다. 특수학교 대신 일반고교를 선택 후 고려대에 당당히 합격했다. 엄 군 뒤에는 어머니 최영미 여사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수업을 들을 수 없어 철저한 예습과 언어치료를 병행했다. 

이영주 기자

	▲ 송상철 배영자 부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나눔과 봉사

태장동 송상철(58)·배영자(58) 씨 부부 신문배달하며 8년째 봉사

신문배달로 생활을 꾸려가는 태장동 송상철(58)·배영자(58) 씨 부부. 부부가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밥상공동에서 급식배식과 어르신 말동무를 시작으로 봉사에 발을 디뎠다. 송씨 부부는 자비로 뻥튀기·솜사탕 기계를 구입해 사회복지시설과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먹을거리 봉사활동을 펼쳐 왔다. 요즘 이 활동은 원주시자원봉사대학을 졸업한 동문들로 구성된 '해바라기 봉사회'와 함께 하고 있다. 또 송씨 부부는 2년 전 '나눔을 사랑하는 모임(나사모)'을 만들어 독거노인에게 생일상을 차려주고 용돈을 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열평 남짓 아파트에 살면서도 "우리는 밥만 먹을 수 있으면 된다"며 봉사활동을 매진하는 송씨 부부. 사회를 밝게 하고 있다.  

김선기 기자

	▲ 김씨 할머니와 공광택 이장.

금대2리 공광택 이장 독거노인 친부모처럼 20년

원주에서 나이가 많은 판부면 김씨(111세) 할머니. 이 할머니에게는 친자식이나 다름없는 아들이 한명 있다. 판부면 금대2리 공광택(68) 이장이 그 주인공. 공 이장은 20여년 전 낡은 집에서 홀로 어렵게 살아가는 김 할머니를 알게 된 이후 지금까지 식사를 챙겨드리고 청소와 빨래까지 마다하지 않는 핏줄아닌 아들로 살아오고 있다. 판부면 봉사단체인 백운산한우리회와 땅 주인의 도움을 얻어 무너질 것 같은 김씨 할머니의 집을 조립식으로 새롭게 지어 드리기도 했다. 이러한 선행이 알려져 공 이장은 지난해 선행도민대상 효행상을 받기도 했다. 이제는 판부면뿐만 아니라 원주시 전체에 공 이장과 김씨 할머니의 인연이 널리 알려져 있을 정도. 아름다운 인연이 지속돼 효 정신이 더욱 널리 퍼져나가길 기원한다.

지체장애 3급 이명삼 씨 원주 첫 '봉사왕' 칭호받은

　원주시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2만1천600여명의 자원봉사자 중 처음으로 봉사왕 칭호를 받은 이명삼(36) 씨. 그는 2007년 1월부터 올해 11월말까지 2천시간이 넘는 자원봉사를 펼쳤다. 그는 2002년 9월 서울 모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사고를 당해 지체장애 3급이 됐지만 이후 상지영서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가 봉사활동을 펼치는 곳은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9시부터 오후8시까지 종이봉투 만드는 일을 돕고 있다. 온라인 카페 '원주사랑' 봉사동아리에서도 활동하고 있고 행복어르신지킴이 단원이기도 하다. 장애를 극복하고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갈거리사랑촌 박성옥 씨 알코올중독자서 상담원으로

갈거리사랑촌 원주노숙인쉼터 상담원인 박성옥(44) 씨. 그는 아침 노숙인 쉼터로 출근해 입소자들을 돌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이후 중앙동 십시일반에 가서 갈거리사랑촌 회의에 참석하고 태장동에 있는 원주노숙인 쉼터 자활사업장 갈거리 고물상으로 이동, 이곳을 관리한다. 그가 특별한 이유는 쉼터 입소자들처럼 한때 알코올중독에 노숙이라는 힘겨운 세월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는 주변 도움으로 2006년 자활 희망일터인 쌀가게에서 일을 하며 돈을 모았고, 그 돈으로 2007년 상지영서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그의 꿈은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술 또는 약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원주의 키팅선생님

호저중 권욱진 교사, 특목고 합격자 배출
삼육중 임대식 교사, 매주 일요일 무료지도
치악초교 홍의재 교감, 호루라기 선생님

사제지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수직관계가 아닌, 친구이자 가족으로서 참된 교육을 실천한 교사들이 있다. 제자를 위해 아무런 조건 없이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위를 훈훈하게 했던 권욱진 교사, 임대식 교사, 홍의재 교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개인시간을 포기하며 학생들의 학구열에 불을 지펴 면단위학교에서 특목고 합격자를 배출한 호저중 권욱진 교사는 교내 학생들 뿐 아니라 타 학교 학부모들까지 자녀학습을 도와달라는 문의를 받고 있다. 성적이 떨어진 자녀들을 걱정하는 학부모들과 외고입학을 희망하는 학부모들의 SOS요청이 줄을 잇고 있는 것. 요즘엔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중학교 2학년생의 학습지도도 돕게 됐다. 권 교사는 이후 가정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대상으로 한 스터디그룹도 만들었다. 겨울방학동안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스터디그룹을 운영할 계획이다.

좋은 소식도 들려왔다. 합격소식을 접한 한 시민이 김해외고에 합격한 이승현(3년) 학생의 장학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 프리모학생복을 운영하고 있는 이 주인공은 승현 양이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3년 동안 3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학생들에게 '아버지'라 불리는 삼육중학교 '키팅선생' 임대식 교사도 빼놓을 수 없다. 매주 일요일마다 4시간씩 학생들의 수학과목을 지도한 임 교사는 요즘엔 일요일에서 토요일 저녁으로 시간대를 옮겨 아이들의 학습지도를 돕고 있다. 올해 역시 한국수학교육학회로부터 수학 최우수학교로 선정됐으며, 지도한 수학경시반 아이들 중 5명은 과고, 외고 등 특목고도 합격했다.

임 교사는 졸업한 제자들에게도 틈틈이 연락하는 등 여전히 '아버지' 마음이다. 아이들은 먼저 연락하지 못한 죄송스런 맘을 표하며 수학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됐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특히 교수나 연구학자로 수학을 평생 공부하고 싶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늘 고맙고 보람을 느낀다고.

학생치안을 위해 호루라기를 제작하기 시작한 치악초교 홍의재 교감도 화제가 됐었다. 보도 이후 KBS '전국은 지금' 프로그램 생방송으로 출연하며 이날은 전교생 및 교직원들이 수업을 잠시 중단하고 TV를 시청하기도 했다. 요즈음엔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부모들부터 사물놀이 등 동호회활동을 하는 노인들까지 호루라기를 얻을 수 없겠냐는 전화가 사방에서 오고 있다고.

교내 관현악단을 활용해 25인조 호루라기연주단도 구성했다. 홍 교감은 호루라기의 길이와 굵기를 잘 맞추면 특정계음을 내는 악기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개당 30~40분의 작업과정을 거쳐 호루라기악기를 만들어냈다. 2주 전에는 한국가스공사를 방문해 첫 연주를 선보인 결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한국오카리나음악협회 원주지부 권오필 지부장은 홍 교감을 찾아와 호루라기로 연주를 한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며 음악동호인으로 함께 활동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홍 교감은 처음 그 마음처럼 여전히 매일 이른 아침부터 학교를 한 바퀴 돌고, 아이들의 등굣길 교통안전봉사자를 자처하고 있다.

끊임없는 제자사랑을 실천한 이들 세 교사의 열정이 아이들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되듯, 그들 삶의 지향은 이제 다른 이들의 삶을 비추는 또 하나의 등불이 될 것이다. 험난한 세상에서 참된 교육을 바로 찾고 아버지이자 친구로서 극진한 사랑을 베풀고 있는 그들의 건강한 교육에 마음의 박수를 보낸다.

김상희 기자

"여성도 할 수 있다" 파워우먼

원주시 첫 여성서기관 임월규 씨
전국 첫 여성소방령 원미숙 씨 
 첫 여성자율방범대장 김명신 씨

양성평등이 상당히 진행되긴 했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남녀간 불평등 사례가 적지않다. 특히 경직된 것으로 평가되는 관료사회에서 여성이 고위직으로 진급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원주시청 첫 여성 서기관과 전국 최초의 여성 소방령이 배출된 것은 높이 살만 하다. 지난 9월 서기관으로 승진한 원주시 임월규 도시개발사업본부장은 도내 시군 가운데 첫 여성 서기관으로 기록됐다. 특히 조직관리 및 업무 추진력을 인정받아 발탁된 것이어서 높게 평가됐다.

원주소방서에 근무하던 원미숙 씨는 올 1월 전국 최초로 여성 소방령으로 승진하면서 화제가 된 인물이다. 승진과 함께 정선소방서 소방행정과장으로 발령난 원 씨는 지난 1978년 도내 최초의 여성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될 당시에도 화제가 됐었다. 남편 여윤길 씨도 소방공무원으로, 현재 영월소방서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봉산동 여성자율방범대장 김명신 씨는 올해 활발한 봉사활동으로 주목받았다. 지난 2006년 원주시 최초로 여성자율방범대장에 취임한 김 대장은 이동통신대리점을 운영하면서도 방범순찰, 산불예방 캠페인, 불우이웃돕기 등 남성 자율방범대원에 전혀 뒤지지 않는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원주시자율방범연합대 임원 중 유일한 여성으로, 재무차장을 맡고 있다.

이상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