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가장 큰 힘.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사는 마을을 전국 최고의 부자동네로 만들도록 주민들과 노력하겠다"

호저면 고산리 이병규(44) 이장에겐 '최연소'라는 수식어가 자주 따라 붙었다. 2002년 호저면자율방범대장에 취임했을 때 최연소 방범대장이었으며, 2004년 이장을 맡았을 때도 호저면 이장 중 최연소였다. 2005년 호저면 이장협의회장을 맡았을 때도 원주시이통장협의회장 중 최연소였다.

젊은 나이에 농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96년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해 올해 13년차 농부이다. 직장생활을 할 때도 농사일을 하기는 했지만 당시는 부친 이연봉(86) 옹을 옆에서 거드는 수준이었다. 상지대 축산과를 졸업 후 5년여간 직장생활을 하다 농업에 전격 뛰어든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직장생활을 할 때도 농업을 천직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농부의 자식으로서 한시도 농촌을 잊은 적이 없었고, 당연히 농사를 지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부친이 고령인 데다 농사일이 워낙 많은 것도 직장생활을 일찍 포기할 수 밖에 없없던 이유였다. 그는 벼농사 6만㎡와 5천㎡에서 복숭아농사를 짓고 있다. 이중 벼농사는 3천300㎡에 친환경농법을 도입했으며, 복숭아는 저농약인증을 받았다.

최근에는 대학에서의 전공을 살려 '무항생제 한우 인증'에 도전했다. 항생제가 첨가된 사료를 전혀 쓰지 않는 대신 친환경 볏짚·등겨·콩깍지·옥수수 등으로 한우를 사육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틈틈히 상지대 경영대학원을 다니며 2001년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일 벌이기 좋아하는 탓에…

자율방범대장과 이장을 맡으면서 여러가지 일을 벌였다. 2002년 자율방범대장을 맡았을 때는 정월대보름 달맞이행사와 노인경로잔치를 기획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고산리 풍물패를 조직하기도 했다.

이장을 맡은 뒤에는 새농촌건설운동을 추진해 2006년 원주시 우수마을 및 2007년 강원도 우수마을에 선정됐으며, 올해 원주시 참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사업에 뽑혀 원진녀 씨 생가를 복원했다.

원진녀 씨 생가는 천주교 제2대 교주인 해월 최시형 선생이 고산리에 은거했을 당시 머물던 집이다. 시비 4천만원에 마을기금 4천만원 등 8천만원을 들여 집터를 매입 후 최근 복원을 완료했다. 해바라기축제도 그의 작품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 백호라이온스, 성문사, 상지대, YBN 등과 자매결연을 맺어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자매결연은 마을 농산물 판매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는 현재의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마케팅을 꼽는다. 그래서 강원도농업기술원에서 6개월 과정으로 개설한 농촌마케팅 교육을 받았고, 강원대에서 1년 과정으로 개설한 그린투어리즘 교육도 이수했다. 매주 한 번씩 춘천을 오가며 교육을 받아야 했지만 이를 통한 마케팅 전략으로 주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최근에는 식혜나 장을 담글 때 사용하는 엿질금을 가공하는 사업을 주민들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으로 그는 지난 26일 농림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가족은 나의 힘"

23살이던 1987년 한살 연상의 아내 이순예(45) 씨와 결혼했다. 당시 군복무 중이었는데 휴가를 얻어 결혼식을 올렸다. 캠퍼스 커플이던 아내가 못견디게 사랑스러워 군인의 신분으로 결혼했다는 것.

마을일을 하느라 집안일은 뒷전인데도 아내는 묵묵히 남편을 믿고 따른다. 2남1녀 중 맏이 영환이와 딸 샘이는 이 씨 부부의 대학 후배이기도 하다. 상지대 응용물리학과를 다니던 아들은 현재 군복무 중이며, 딸은 상지대 회계과에 입학예정이다. 막내 효원이는 늦둥이로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다.

이 씨는 "가족들이 가장 큰 힘이 된다"면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사는 마을을 전국 최고의 부자동네로 만들도록 주민들과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