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소반' 대표 이매교 씨가 얼굴 가득 환한 미소로 취재진을 반긴다. 촬영에 협조하기 위해 미리 음식을 준비해 놓고 정성을 다해 설명하는 이 대표는 그냥 음식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신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처럼 행복해 보인다.

가족의 식탁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재료를 다듬고, 귀찮고 번거로운 일들도 기분 좋게 하는 이 대표의 손놀림은 즐겁기만 하다.

들기름, 고춧가루, 참깨 등 양념은 모두 문막에 살고 있는 친정의 농산물을 사용하고, 구이용 더덕은 정선 5일장에서 공급받는다. 흙만 털고 가져온 더덕을 몸통이 상하지 않도록 껍질을 다듬고 두들길 때면 온 가게가 더덕향으로 가득하다.

횡성한우 암소머리를 사용한 수육은 야들야들하고 고소하다. 약한 불에 끓이면서 먹다보면 진한 육수가 뽀얗게 우러나 안주로 인기 만점. 개운하고 매콤한 음식을 원한다면 묵은지를 밑에 깐 양념등갈비를 선택하면 후회가 없다.

이 대표는 "처음 개운동에서 시작할 때는 곰탕 전문점이었는데 맛있게 식사하는 손님들의 모습이 보기 좋아 한가지씩 메뉴를 늘이다보니 여러 가지를 하게 됐다"며 "손님이 식성대로 골라먹을 수 있게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말했다.

여러 종류의 메뉴를 다루다보면 한 가지 음식도 제대로 된 맛을 내기가 쉽지 않은데 이 대표의 음식사랑은 모든 메뉴에 골고루 분배돼 맛으로 나타난다.

육회는 신선도를 지키기 위해 주문이 있을 때 마다 횡성한우 판매장에서 구입한다. 달군 철판에 들기름을 듬뿍 두르고 구워낸 황태구이는 밥반찬으로 그만이다. 저장하기 좋아 겨울음식으로 널리 쓰이는 무청 시레기 등 밑반찬도 5~7가지.

또한 어떤 음식에도 조미료를 넣지 않고 자연산 양념을 사용해 손님의 건강을 챙긴다. 재료 뿐만이 아니라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도 예사롭지 않다. 여주에 있는 시댁에 드나들면서 마련한 깔끔한 자기는 음식의 맛과 영양을 지켜줄 뿐만 아니라 보기에도 좋아 식감을 돋워준다.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싶다면 청국장,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을 곁들인 백반과 새싹알밥이 있다. 오징어덮밥과 불고기덮밥은 학생이나 아이들을 위한 메뉴이다. 추운 겨울엔 따뜻한 국물로 먼저 속을 달래는 것이 좋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급하게 음식을 먹다간 탈이 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항아리에 담겨 나온 숭늉이 그 역할을 해줄 듯.

김치등갈비찜 1인분(1만원), 수육(중·2만원, 대·3만원), 더덕구이(8천원), 황태구이(8천원), 백반(5천원) 등 다양한 메뉴가 있다. 단구동 청구아파트 2단지 근처 로얄사우나 빌딩 앞 골목(주황길)에 위치.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 휴무하며, 점심식사부터 가능. 밤9시30분에 문을 닫는다.

▷문의: 765-0705(은소반)

임춘희 기자 h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