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권 광역매립장에 설치된 가스 포집정.

석탄에너지에서 독립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신재생에너지이다.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로컬에너지인 지역에서 만들어가는 동네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로컬에너지가 발전한 유럽은 바람, 태양 등 자연환경이나 쓰레기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 농촌지역의 새로운 소득원이 되고 있으며 지역 공동체를 복원하는 효과까지 가져오고 있다. 특별기획 '지역에서 에너지를 찾아라'는 마지막으로 원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로컬에너지 정책방향과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행구동 현대아파트 옆에 있는 태양광 주택.(왼쪽)
▲ 원주시청 앞에 설치돼 있는 태양광 발전시설.(오른쪽)

　
▷가장 효율적인 모델, 로컬에너지

일반적인 전력공급은 핵 발전소와 화력발전소가 대량으로 전기를 생산해 공급하는 형태다. 이들 시설 대부분은 도시에서 수십km 떨어져 있는 외딴 마을에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보니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대형송전탑을 통해 대도시로 끌어오는 과정에서 그만큼 에너지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특히 대형송전탑을 설치하면서 송전탑이 통과하는 지역이나 마을의 산, 강, 하천 등이 심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정부가 로컬에너지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로컬에너지는 발전시설을 제대로 관리·운영하는데 효율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태양광시설은 주로 대규모 건축물 지붕에 설치되는데 이때 태양광을 받아 들이는 발전기가 청결할 때 보다 발전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기가 부착돼있는 지붕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최근 5회에 걸쳐 보도했던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오스트리아 그라츠와 뮤렉시, 독일 윤데마을 등은 동네에너지를 만들어내고 관리하는 대표적인 도시들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이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 된다. 이것이 로컬에너지 정책의 핵심이다.

▷원주시 에너지 소비현황

원주시는 그린에너지 자립형도시 조성사업을 위한 용역조사에 착수했다. 용역을 맡은 한라대학교는 지난달 22일 원주시청 회의실에서 보고회를 열고 에너지 자립형도시 조성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원주시의 주된 에너지원은 전기, 도시가스, 유류, LPG이다. 지난 2005년부터 3년간 사용량은 도시가스가 24.6%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전기 10.2%, LPG 4.8%, 유류 2.4% 순이다.

작년 한해동안 원주시 11만5천670가구가 사용한 에너지 소비량은 도시가스가 62%를 차지하고 있고, 유류 28%, LPG와 연탄이 각각 5%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에너지 소비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기가 전체의 48%인 83만6천여TCO2로 가장 많고 경유 21%, 도시가스 10%, 휘발유 8%, LPG 5%, 등유 4% 순이다.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다 여전히 석탄에너지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원주시는 2020년 인구 45만명을 대비한 Clean & Green city 조성사업을 추진,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숲이나 공원 등 생태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 사제리에 있는 생활폐기물 연료화 시설에서 고형연료(RDF)를 생산하는 모습들.

▷원주시 추진중인 신재생에너지 현황

원주시가 보급한 신·재생에너지는 태양열 급탕시설, 매립가스, 지열, 천연가스, RDF(고형연료)이다. 태양열 급탕시설은 지난해 말까지 9억5천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중증요양원, 상애원 등 11개소에 설치했다.

흥업면 사제리에 위치한 원주권 광역매립장에는 지난 2004년 4천만원을 들여 매립가스 연료화시설을 설치했다. 매립가스 연료화시설은 광역매립장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매립가스를 포집해 탈수, 탈황, 여과 등의 처리과정을 거쳐 가스버너에 연소해 발생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이와함께 전국의 공공시설로서 처음으로 원주시국민체육센터는 지열을 통해 열에너지를 이용하고 있다. 천연가스 차량도 지난 2005년부터 시작해 작년말 기준 83대가 보급된 상태이며 전국 최초로 고형 폐기물을 연료화한 RDF도 설치했다.

이외에도 올해부터 태양광주택 보급사업을 실시, 올해 모두 24가구가 신청, 설치 중이며, 내년에는 50가구로 늘릴 예정이다. 내년에는 하수처리장에 500KW 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을 46억5천여만원을 들여 2013년까지 설치 완료할 계획이며, 백운아트홀과 제2정수장도 각각 50KW, 80KW 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중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

지난 9월 한라대학교에서 착공한 복합발전시스템 연구 및 실증센터는 총사업비 47억원을 들여 오는 2009년 8월 준공한다. 실증센터는 수소전자를 이용해 연료전지를 개발하기 위한 것으로 각종 연구소와 기업, 가정용 발전시스템 개발 등이 들어서게 된다.

또 실증센터 2단계 사업의 일환으로 15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오는 2010년 그린에너지 기술연구단지를 조성한다.

가현동 원주하수처리장 일대에 설치한 바이오가스 연료화사업은 바이오메탄을 생산해 자동차 연료용과 주택난방용, 산업용의 가스를 생산하는 시설. 연간 1천700톤의 이산화탄소 포집, 식음료 공장과 대학연구실, 철강 절단, 병원, 공연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연간 유기성 바이오 퇴비 7천200톤을 생산하기도 한다. 162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이 사업은 환경관리공단에서 타당성 검토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국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여서 향후 추진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이다.

정부가 전국 600개의 그린에너지 자립형 시범마을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원주시도 이에 발맞춰 그린에너지 시범마을을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 태양열, 지열, 소수력, 바이오 등 에너지 공급원을 활용해 주택, 축사, 비닐하우스 등에 사용하는 그린에너지 시범마을은 화석에너지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마을로 조성하고 온실가스 감축과 관광자원화를 실현해 교육,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후보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진행중이며 내년 상반기에 주민의견을 수렴해 1천8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에 들어간다.
　
▷신재생에너지 기본조사부터 이뤄져야.

지역실정에 맞는 신재생에너지를 찾기 위해서는 올바른 에너지 통계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지역과 기온, 날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다르고 효율이 높은 로컬에너지로서 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주의 경우 에너지에 대한 기본 통계조차 마련돼 있지 있다. 원주시가 추진했거나 향후 추진계획을 세우고 있는 각종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정부정책에 의해 추진된 사업이어서 사실상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

신재생에너지원별 공급과 소비현황이나 에너지이용시설 현황, 에너지원별 소비량과 가격, 에너지 수급현황조차 전무한 상태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 기초통계를 구축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각종 에너지 사업을 실시해 향후 성과분석과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사업수행이 가능하도록 지역에너지 통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식변화, 교육시설 도입 필요

오스트리아, 독일, 덴마크 등에서 추진한 신재생에너지와 우리가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축산분뇨를 이용한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이나 폐식용유를 활용한 바이오디젤 등은 더러운 냄새와 소음 등을 생산해내는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시설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들은 지구온난화와 이산화탄소 발생을 막고 환석연료사용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이다. 혐오시설인 것을 인식하고 냄새나 소음 등을 감수하는데에는 어릴때부터 환경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독일에는 재생에너지의 확산 보급을 위한 교육 홍보시설이 많다. 덴마크와의 국경도시 플렌스부르크에 있는 아테팍트도 그 중 하나이다.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에너지에 대한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고 지속적으로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던 시기다. 

아테팍트는 연료전지와 태양광 태양열 풍력 등 각종 재생에너지에 대한 원리를 알기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각종 기구가 있다. 풍차를 돌려 물을 끌어올리고 얻어지는 위치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꿔 전력을 생산하는 기구부터 수직축 풍력발전기까지 다양하다.

 아테팍트는 플렌스부르크대학 에너지 환경메니지먼트 과정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대학의 연구정보가 방문객들에게 전달돼 방문객들의 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아테팍트는 정부를 포함해 기업 등 어디에서도 지원받지 않는다. 시설안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는 등 자체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다. 연간 방문객은 1만5천여명에 이르며 어린이와 성인 교육프로그램이 있고 여름에는 에너지 박람회도 개최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통해서도 수익을 얻는다. 방문객에게는 성인 4유로, 어린이 3유로의 입장료를 받는다.

베르너 키비트 씨는 "아테팍트 방문객들은 화석원료를 쓰지 않고 바람과 태양 등에서 오는 에너지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면서 "특히 10년 20년 후 지구촌의 주역이 될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자연으로부터 직접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가르친다"고 말했다.

이기영 기자 kylee@wonjutoday.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에서 지원한 공동기획취재로 진행된 것입니다.

                        지역의 재생가능에너지가 지역경제 살린다

유럽은 70~80년 석유파동이후

	▲ 이성조 환경운동연합 간사

에너지 전환 및 자립정책 시작

지금으로부터 20년전, 1988년 8월 27일은 세계적 바이오디젤 탄생지인 오스트리아 무레크(Mureck)에서 '지역 자체의 에너지 이용을 통해 에너지 자급자족 완성' 이라는 에너지 독립 철학이 실현되는 날 이었다.

현재 해외 에너지 의존도 97%를 보이고 매년 에너지 수입을 위해 855억 6천 600만달러(약 119조원)라는 막대한 금액을 쏟아 붇고 있는 국내 현실과 비교해 본다면, 지역에서 자체 에너지를 찾고 이용하는 오스트리아 작은 마을의 노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70~80년대 전세계 석유 파동과 대규모 원전 사고 이후 고유가와 기후변화 문제 대응, 원전폐쇄 결정 등은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독일, 덴마크 등과 같은 여러 유럽 선진국에서 에너지 효율 향상과 에너지 전환 및 자립 정책으로 시작된지 이미 오래다.

이러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중요한 몇 가지 원칙들이 적용되었는데 크게 '중앙 집중적 에너지 공급방식에서 지역 분산형 에너지 방식으로의 전환'과 '지역 재생가능에너지 이용을 통한 에너지 자립' 원칙들을 들 수 있다.

덴마크의 경우 80년대 대규모 중앙 공급 열병합 방식에서 90년대 소규모 지역 분산형 열병합 방식을 도입함에 따라 이동에 따른 에너지 손실 비용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게 되었다. 더군나나 최근에 와서는 지역의 에너지원 볏짚이나 기타 농산부산물 등을 이용해 열병합 발전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어, 기존의 화석연료 의존도도 줄이면서 지역에너지원 활용을 통해 에너지 자립의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도 지역의 형태를 잘 살린 지역 에너지원 이용에 한창이다. 독일 남부의 풍부한 일조량은 태양광 발전의 잠재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독일 북부의 질 좋고 풍부한 바람에너지는 풍력 발전을 통해 24시간 쉴 새 없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농촌의 경우도 가축분뇨와 농산부산물도 그냥 버리지 않고 지역난방의 연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바이오가스 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판매, 농가의 부가적 수입이 되고 있다. 결국 수입의 안정화는 지역 생활의 안정화로 이어지고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발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각 국가별로 각 지역별로 특성에 맞고 잠재량이 풍부한 지역의 자연 에너지원을 발굴하고 이용하려는 시작은 고유가 시대를 대비하고 에너지 전환을 이루려는 우리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는 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