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초면 학곡리는 치악산국립공원 초입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을 거쳐 치악산을 오르는 등반객이 연간 60만∼70만명에 달하는 관계로 민박이나 음식점이 곳곳에 널려 있다.

김종인(58) 씨가 이장을 맡기 전까지는 학곡리 주민들도 여느 관광지 초입처럼 오는 손님 맞이에 바빴다.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발상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나 김 씨는 달랐다. 이장을 수락한 2002년 이미 새농촌건설운동과 녹색농촌체험마을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는 조부 때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토박이다. 학력이라곤 교학초교를 나온 게 전부다. 젊어서 남들처럼 농사를 짓다 공사장을 쫓아다니며 건축일을 배웠다. 지금 살고 있는 자택도 손수 지었다. 92년 집을 신축 후 민박을 시작해 IMF가 터진 98년 경까지는 큰 재미를 봤다. 3남1녀 모두 민박해서 번 돈으로 키웠을 정도였다.

그러나 IMF 이후 민박사업이 시들해지자 관광객 유치를 꿈꾸게 됐던 것. 이장을 처음 맡을 당시 이미 또래들은 한차례씩 이장을 했던 터라 본인 차례도 됐거니와 기왕 맡을 바에는 마을주민들을 위해 제대로 해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평소 꿈꿔왔던 새농촌건설운동을 제안했으나 기초가 워낙 미약했기 때문에 3년간 정지작업을 벌였다. 그리고 2005년 첫 도전에서 우수마을에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이 쾌거는 이듬해로도 이어졌다. 농림부로부터 녹색농촌체험마을에 선정됐으며, 농협중앙회에서 심사한 협동마을대상 심사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

새농촌건설운동 우수마을 및 녹색농촌체험마을에 선정돼 모두 7억원의 상사업비를 받은 것보다 협동마을대상을 수상한 게 더 기뻤다. 전국 농촌마을 중 협동이 가장 잘 이뤄지는 마을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사업비가 입금되자 주민들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막상 돈을 쥐게 되자 서로들 자기집 주변에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건물을 짓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 학곡리는 6개 반으로 나뉘어 있는데 반별로 거리가 멀다보니 상사업비 수혜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주민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같이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었던 건 주민들에 대한 믿음이 있어 가능했다. "주민들이 마을 일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고 굳게 마음먹으며 주민들을 설득, 얼킨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 마침내 주민들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었다.

주민들이 새농촌건설운동을 시작할 당시의 마음으로 돌아왔을 즈음, 회의를 열어 마을 입구에 녹색농촌도농교류센터를 짓자고 제안하고 곧바로 공사를 시작해 지난달 준공했다. 1층은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파는 판매장으로 사용되며, 2층은 회의실로 쓰일 예정이다.

새농촌건설운동을 추진하면서 친환경 농법에 대한 지식이 늘어 복숭아, 수수, 콩 등을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하고 있어 판매장이 설치되면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학곡천 정비사업 및 하수종말처리시설이 내년 갖춰지면 지금보다 훨씬 깨끗한 환경에서 손님 맞이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외관을 갖춘 것일 뿐 본격적인 사업은 이제부터다.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만큼 가치있게 활용하기 위한 궁리작업이 한창이다. 준공식은 내실까지 갖춘 후 열 계획이다. 오는 25일에는 주민 120여명과 함께 선진농촌으로 불리는 횡계 바람마을을 견학하기로 했다.

2년 임기의 이장은 내리 3번을 연임, 올해로 끝난다. 이제 본업에 충실해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하고, 유능한 사람이 이장을 맡아주길 바라고 있지만 주민들이 놓아줄 지는 미지수다.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