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물론 장맛까지 보편화된 도심 속에선 음식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잇점이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오랜 정성과 손맛이 담긴 고향의 맛이 그립다. 부모님이 해주신 맛 그대로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만한 홍어삼합집이 8년째 향수요리를 이어오고 있다.

태장동에서 5년 운영 후 무실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홍어전문점 '해남땅끝마을(대표: 이윤희)'은 꾸준한 단골손님들로 경기를 탈 새가 없다.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 해남이 고향인 이 대표는 친정어머니의 음식솜씨를 그대로 전수받았다.

삭힌 홍어와 두툼한 돼지고기, 또 목포의 목갈치를 넣고 맛을 낸 숙성김치로 삼합의 맛을 낸다. 편육은 소나무잎을 넣고 삶아 돼지고기의 잡냄새를 제거하고 은은한 향을 돋운다. 홍어삼합은 귀와 코에서 연기를 뿜을 정도의 삭힘은 아니기 때문에 처음 도전하는 이에게도 무리가 없다.

홍어는 홍어회, 홍어무침, 홍어찜, 홍어전골 등으로 활용되고 껍질은 탕으로 쓰여 그야말로 버리는 게 없다. 게다가 일명 '애'라고 불리는 영양덩어리 홍어간을 곁들이면 보양식이 따로 없다. 홍어에는 고도 불포화 지방산이 75%이상, 유리아미노산이 다량 함유돼 있어 뇌졸중과 혈관질환, 심부전증 예방효과가 뛰어나다. 삭힌 홍어의 지방함량은 0.5% 미만이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좋고 산후조리나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탁월하다. 홍어탕은 장의 노폐물을 제거해 숙취해소나 스테미너 식품으로도 효능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홍어애 맛은 너무나 고소해서 한 접시는 뚝딱이다. 물컹한 생애가 아니라 냉동애가 나오는데 입에 넣는 순간 눈처럼 사르르 녹아버리는 것이 한 접시가 순식간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주인장이 워낙 손이 크다보니 삼합을 시키면 기본 4, 5명은 먹는다. 대략 전골을 시킬 때 2인분을 주문하면 3인분 분량이 나오는 식. 반찬도 젓갈이 많다. 기본적으로 전라도 상차림이라 보면 된다. 김치는 목갈치로 직접 담가 젓가락이 쉴새가 없다. 특히 이 김치로 만든 찌개를 주문하는 손님들이 많이 늘어 아예 김치찌개도 메뉴에 추가했다.

홍어전문점이지만 숨은 강추식단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점심메뉴인 짱뚱어탕과 매생이. 짱뚱어탕은 원주에선 맛 볼 수 없는 유일한 메뉴다. 전라도 영암 갯벌에서 훌치기로 낚은 짱뚱어 1년분량을 구입해 만들어 낸다. 5~10월에만 나고 최근엔 꽤 귀해져 기본 단가가 마리당 1천원이란다. 그런 짱뚱어를 8천원에 판매되는 탕 한그릇에 5마리나 넣으니 사실상 크게 남는 것도 없다. 심지어 손님들이 돈을 더 받아야하지 않느냐고 할 정도. 또 11월에서 3월에 나는 매생이도 손님들에게 인기만점이다.

이 대표는 "손님들 주머니도 어려운데 음식을 푸짐하게 드리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4, 5명이 삼합하나 시키면 묻힘이나 탕은 서비스로 제공하고, 가끔 홍어를 처음 접하는 손님들이 도전에 실패한 모습을 보면 안타까워 원하는 손님에 한해 메뉴에도 없는 닭볶음탕이나 삼겹살도 내올 정도. 심지어 닭볶음탕에 들어가는 닭조차도 토종닭으로 쓸 정도로 내 식구 음식상 차리듯 한다. "유난스럽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주방도 남한테 맡기는 게 싫다"는 이 대표는 "아무리 바빠도 음식은 직접 하는 게 철칙"이라고 말한다. 또 음식양을 푸짐하게 내는 이유에 대해서는 "음식이 남아도 그렇게 해야 속이 풀린다"고.

8남매 중 다섯째로 자란 이 대표는 뛰어난 음식솜씨를 자랑하는 어머니 밑에서 낙지잡이 30년에 학교갔다 오면 들에 가서 일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밥해먹고 다닐 정도로 억척스러웠다. 그래서인지 푸짐하고 정겨운 고향의 정성과 손맛을 잃지않고 있는 것인지도.

삼합 3만5천원, 홍어회, 홍어무침, 홍어찜은 2만5천원이며, 영업시간은 오전11시~오후11시까지. 예약은 필수.

▷문의: 734-9933(해남땅끝마을)

김상희 기자 s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