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

현재 도내에서 문화재단이 구성되어 있는 곳은 강릉과 춘천 두 곳이다. 강릉은 재일교포의 기부금을 기초로 재단이 만들어진 형태이고 춘천의 경우 시의 재단전입금을 기초로 출범한 경우이다. 전자처럼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깨닫고 기부한 기부금이 많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문화예술재정의 빈약함으로 재단을 유지, 운영하는데 급급해 실질적인 문화예술활동에 기금이나 재정이 투여되지 못한다면 참으로 난망한 일이 될 것이다. 문화재단이 비대하지 말아야 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강원도가 직접 관여하는 강원문화재단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문화재단 업무에는 문화예술기금 지원이 있는데 그 공정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금심사위원들을 재단을 구성하고 있는 문화단체의 추천으로 선정하고 있어, 문화단체의 기금지원신청을 문화단체의 추천을 받은 사람들이 심사하는 일들이 벌어짐으로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문화재단이 투명성과 객관성을 가져야 되는 이유중의 하나이다.

문화재단이 필요한 이유는 소위 '팔길이 원칙'이 가지는 장점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팔길이 원칙'은 팔길이 만큼의 거리를 두고 지원을 한다는 의미로 행정부와 민간부분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두어 상대적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유럽쪽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이런 원칙은 그 자율성을 보장하는 확실한 지원방식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불안정한 지원체계는 문화예술을 행정부의 선전관이나 나팔수로 전락시킬 우려가 매우 높다. 창조성과 사회적 금기를 뛰어넘는 것을 생명으로 하는 예술가(계)에게 자유로운 창작여건을 제공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상업성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순수문화예술은 정책적 지원이 없다면 문화예술계의 기반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렇지만 그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지속적인 지원을 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문화재단이라면 심각히 고려해 볼 일이다.

문화예술이 가지는 이런 특성을 고려해 지역의 문화예술계와 해당 부분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재단을 구성하고 이 재단으로 하여금 자율적으로 문화예술지원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같은 취지에 비추어 본다면 문화재단의 운영은 그 주체가 되는 문화예술계가 운영의 객관성이나 공정성, 투명성을 가져야 함을 전제로 한다. 문화재단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부터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차근 차근 합의하고 정리해 놓지 못하면 자칫 행정부와 근거리에 존재하는 새로운 문화권력을 만들어내는 것과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우리는 문화권력이 주는 폐해를 이미 여러 번 경험해 왔다. 소위 예술적 권위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관료화와 경직성은 문화예술을 죽이는 일이다. 이의 해소를 위해 재단의 임원이나 기타 주요직책의 경우 순환직화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문화재단은 순수문화예술계에 대한 지원과 프로그램 유통을 중심으로 한다. 또 관에서 관리하는 문화시설을 위탁 관리하는 일도 같이 한다. 이 모든 일들이 행정적 일정표나 소수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원주의 문화예술계와 시민들은 또 많은 기회비용을 치러야할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