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현

직업은 인간이 사회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요건으로서 한 개인의 사회적 지위의 근거를 제공할 뿐 아니라 자기 존중감과 건강한 자아개념의 토대가 됨으로써 인간의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시키는 주요 수단이 된다.

또한 가장 중요한 생계보장의 수단이 되며 독립적인 사회인으로서 사회통합의 가장 중요한 방편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장애학생에 대한 직업교육은 학교교육의 중핵이 되어야 한다.

이에 학교환경에서의 직업교육에 머물지 않고 학교환경에서 근로환경으로 옮겨갈 수 있는 현장실습은 정기적으로 실시돼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교가 지난달 13일부터 실시했던 3주간의 산업체 현장교실은 참으로 의미가 있다 하겠다.

약봉투, 캐릭터 시럽병, 캐릭터 투약기 등 약국에 납품되는 소모품들을 생산하는 업체에서 실습을 했던 양선이는 패드를 찍는 기계에 익숙하지 않아 출고할 수 있는 제품보다 불량이 더 많았다. 하루 이틀 기계 앞에 앉아 작업하는 시간이 늘어감에 따라 양선이의 실력도 불량률 제로에 도전하는 고수가 되었다. 처음에는 장비를 망가뜨려 난감해 하기도 했고, 손가락에 상처가 나기도 했지만 이제는 잉크 범벅이 된 그녀의 두 손이 아름답게 느껴질 뿐이다. 그녀의 노력만큼이나 동료분들의 칭찬도 끊이지 않는다. 과장님께서 전문적으로 패드를 찍었으면 하고 취업의 가능성을 비춰 주셨다.

해가 짧은 요즘 같은 시기는 학생들이 실습하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 3시30분에 학교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아이들은 땅거미가 짙게 깔리고 추위로 웅크러드는 퇴근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깜깜해졌는데 왜 집에 보내주지 않느냐고 물었던 학생들이 이제는 퇴근시간이 되어야만 간다는 것을 서서히 인식해 가고 있다.

혼자서 버스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집에 찾아가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일상처럼 당연하고 쉬운 일이지만 우리 학생들에게는  20여년이 넘는 그들의 인생에서 첫 경험이 되었던 학생들도 많다.

선생님들과 함께 출퇴근 훈련을 하면서 버스 카드를 찍고, 신호등을 확인하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집으로 향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더디지만 학생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일을 만들어 가고 있다.

40분 수업, 10분의 쉬는 시간. 시간표대로 생활했던 학생들은 하루 종일 앉아서 또는 서서 작업을 하고, 점심시간과 한두 번의 쉬는 시간이 꿀맛 같은 휴식시간의 전부이지만 3주가 지난 지금은 조금씩 익숙해지는 듯 하다.

학생들은 학교생활과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춥고, 몸은 지치고 힘들고, 때로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도움이 없는 외로운 길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그렇게 그들의 즐거운 꿈 찾기는 시작되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고용에 관심은 있었지만 한 번도 장애인을 고용하거나 함께 생활해 본 경험이 없었던 한 사장님의 말씀을 대신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장애인을 고용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막상 학생들이 이 곳에 와서 실습을 하겠다고 했을 때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그들도 우리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보다 생각하는 것이 조금 더디고 느리더라도 그들을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가 기업하는 사람에게도 필요할 것 같다. 그들이 꿈을 찾아 이렇게 도전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