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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예술해서 먹고살 수 있나?"
특별기획: 문화도시를 가다 ③ 문화도시 원주를 꿈꾼다
2008년 11월 10일 (월)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
   
 
 

진행 정명숙, 고창영, 구자훈, 김병호, 김세중,

김장록, 백송희, 성락윤, 이지원, 이창구,

전보나, 최희철, 홍성용

 
 

 문화시설 태부족 프로그램은 피상적…인재는 외지로

원주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원주횡성문화정보센터 카나비가 주민들의 문화정보와 문화의식을 파악하고 능동적인 문화 생산·소비자 양성을 위한 효율적 운영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실시한 문화향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문화생활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시민 84.7%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현재 문화생활에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사람보다 향후 지출의사를 갖고 있다고 답한 사람이 10%정도 높았으며 한달간 문화생활에 쓰는 비용 역시 2만4천원 늘어난 9만3천600원으로 예상돼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는 점차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이런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문화시설과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문화·예술을 즐기려는 시민들의 욕구는 높지만 이런 욕구를 충족시킬 원주의 문화·예술 인프라는 말을 꺼내기가 부끄러운 실정이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모이는 자리면 으레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문화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한탄이다. 전시공간과 공연장은 물론, 작업실이나 공연연습이 가능한 허름한 공간 하나 구하기 어렵다는 푸념이다. 문화예술계에서 프로그램이나 행사에 집중된 지원을 공간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수해 전부터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최근 문화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기존 건물에 새옷을 입히고 새 기능과 역할을 주자는 일명 리빌딩을 통한 공간확보. 실제로 문화도시로 불리는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지은지 100년이 넘는 건물을 리모델링해 훌륭한 문화공간으로 변모시켰다.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가나자와시가 운영하는 시민예술촌은 문 닫은 방직공장을 시가 인수해 리모델링해 활용했고, 창작의 숲은 인근 농가들을 개조해 공방으로 쓰고 있다.  

원주에서도 구 도심의 영화관을 작가들의 작업장과 화랑 그리고 소규모 공연장, 무용과 연극 스튜디오를 갖춘 아트타운으로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곧 폐선이 되는 중앙로 철길을 따라, 혹은 이전을 앞둔 캠프롱 부지, 재개발 지역에 남아있는 창고 건물과 공간을 공원 조성과 함께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논의와 기대가 꾾임없이 이루어졌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문화예술인들은 그 꿈이 현실이 되는 날 일회성 행사가 아닌 주말마다 시민들이 찾고, 지속적으로 외지인들이 방문하는 원주의 랜드마크가 탄생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역 문화예술가와 그 수혜자인 주민들의 욕구에 원주시의 정책적 의지가 합해진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시민들의 역량을 최대한 살려 시민이 주인인 공간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연간 130만명이 찾는다는 일본 가나자와시 21세기미술관은 36명의 직원이 있다. 이 중 시설관리에 14명, 학예와 교류사업을 맡은 인원이 22명이다. 큐레이터조차 없이 시설관리 인력으로만 채워진 치악예술관과 비교하면 '관리'와 '운영', 어느 곳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 기본 인식부터 큰 차이가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본 가나자와시 '창작의숲' 쿠로사와 소장은 "막연히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란 것만으로 주민들을 설득할 수는 없다"면서 "어떤 시설이 필요하고, 어떻게 공간을 활용해야할지 컨셉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시민이 활용하고 주인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도시 원주를 꿈꾸는 지금 수요자인 시민 중심의, 시민을 위한 공간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원주횡성문화정보센터 '카나비'로부터 '원주·횡성문화정보센터카나비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용역을 의뢰 받은 상지대 산업경영연구소(책임연구원: 임상오 교수)는 지난 7월 21일 지역 예술단체와 기관, 시설 관계자 및 예술인을 초청, 2회에 걸쳐 간담회를 열고 지역 문화예술의 현실과 발전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당일 간담회에 제시된 의견을 주제별로 정리했다. 현장 실무자들이 체감한 원주 문화예술의 현실과 그들이 제시한 앞으로의 과제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같이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학교담장 허물고 공원조성 학교에 공연장·전시장 만들자
 문화예술 생산자 원주에 뿌리내리게 하는 작업 필요

원주 문화예술 수준(하드웨어·소프트웨어·인력) 진단
김병호: 원주는 인적구성은 좋은 편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문화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진 않는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인력 셋 중 가장 큰 문제는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다. 

최희철: 하드웨어 부족을 절감한다. 치악예술관이 대관실적 1위라고 하는데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는 이야기다. 백운아트홀도 일반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지 않나. 냄새나는 치악예술관 전시실 상상할 수 있는 일인가? 지역에서 먹고살기 힘들어 떠나는 문화예술 인력도 많다.

전보나: 지금까지 문화예술을 너무 등한시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창작 활동하면서 힘 빠질 때가 많다. 관에서 관심 가져주지 않으면 행정과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이지원: 좋은 인재들이 고교 진학부터 서울로 간다. 지역 차원에서 보면 유출이다. 그들이 역량을 키워 지역으로 돌아오면 순환구조가 형성되지만 문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지역 예술이 저해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역 내에 5개 대학이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예술대학을 설립해 지역 인재를 지역에서 키우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백송희: 하드웨어 부족은 두말할 것도 없고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지역의 예술인들이 자기 전망을 갖고 행위를 할 수 있는 구조가 되느냐가 핵심이다. 매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남겠나. 예술과 기획 등 한가지만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가 현실적으로 원주에서는 어렵다. 문화예술시설은 지역 예술가들이 수시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따뚜공연장, 치악예술관, 백운아트홀 등을 만들면서 시민들에게 필요한 공간이 무엇인지, 의견을 물었는지 묻고싶다.

홍성용: 시설, 소프트웨어 모두 많이 부족하다. 원주는 문화를 별로 중요시 하지 않는 것 같다. 열리는 행사도 너무나 피상적이다. 전반적으로 공허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깊이가 있으면서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오려면 그만큼의 바탕이 있어야 한다. 경제나 다른 분야는 뭔가 되어간다 싶지만 문화예술은 그냥 휘발되어 버리는 것 같다.
 
원주문화의 장·단점
김병호: 객관적인 관점에서 볼 때 원주 문화예술계는 잘 뭉쳐지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박경리 선생이 통영으로 가신다는 뉴스를 접하고 깜짝 놀랐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문화적 가치를 모으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원주만이 가진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화예술인들 사이에 네트워킹이 잘돼야 한다. 지역에서 생산된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중지를 모을 수 있는 채널이 아쉽다.

전보나: 예술인들 스스로 생각을 좀 달리해야 한다. 시민들에게 수준높은 창작물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과 반성이 필요하다.

최희철: 현재 원주시의 창작지원금이 아마추어나 동아리, 클럽에 맞춰져 있는 것도 문제다. 전업작가들은 수익이 없으면 창작활동을 할 수 없다. 이건 기본이다. 아마추어는 자신의 취미활동으로 투자가 가능하지만 전업작가는 생업이다. 창작지원금도 전업작가에게 촛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이창구: 강릉을 보면 민·관 협력이 잘된다. 원주는 따라 가려면 멀었다. 그래서 행정에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예술가들도 더욱 분발해야 한다.

성락윤: 작가들이 창작에만 집중하면서도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반 아마추어 반 프로'가 많다고 한다. 프로로는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프로로 완전히 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김장록: 총체적인 부실이라고 진단하고 싶다. 고향으로 돌아와 마치 거짓말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굉장히 서글픈 일이지만 시의회에서 교향악단 육성보다 그 예산을 다른 곳에 투입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곳이 원주다. 문화에 대한 가치인식을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틀을 만들어야 한다.

구자훈: 직접적으로 청소년들과 접하는 일을 하는 실무자 입장에서 원주의 문화활동을 피부로 느끼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아마 이것은 우리 기관을 이용하는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어떻게보면 지역 문화에 대해 생소한 느낌마저 든다.
 
지역 문화예술 발전방향
고창영: 문화도시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들을 하지만 원주시 재정자립도로 볼 때 수십억, 수백억씩 쏟아 붇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스쿨파크 사업을 제안하고 싶다. 비싼 땅 사들여 공원짓고 시설 만들어야 한다는 마인드에서 벗어나 지역에 있는 학교의 담장을 헐고 공원, 공연장, 전시장을 만들자. 학교에 대한 시설투자는 교육청 몫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원주미래를 풍요롭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명숙: 좋은 의견이다. 영국 에든버러도 보면 교회나 성당을 활용한다. 뿐만 아니라 유럽의 명성있는 축제나 공연예술 현장을 찾아보면 지역내의 소규모 공간을 잘 이용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스쿨파크에 더해 교회나 성당 건물을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김병호: 문화예술 생산자를 원주에 뿌리내리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생산자 유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생산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지역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해주면 문화예술 향유권층의 수요로 연결될 것이다. 마인드만 있으면 기존 행정 능력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본다. 생산자 확충을 위한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희철: 문화예술보다 행정을 잘 아는 사람이 지원금을 받는 현재의 구조로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문화재단을 만들고 진정 예술가들에게 필요한 공간이 확충돼야 한다.

김세중: 문화예술가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가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지원: 기존 건물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동사무소, 복지회관, 학교 등 저녁6시 이후 비어있는 공간을 개방해도 된다. 물론 과감하고 혁신적인 개방이어야 한다. 널려있는 공간에서 지역 예술가들도 뭔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공간 문제만 해결되면 문화의 바다를 이룰 수 있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한편으론 시민들의 문화적 소양의식을 일깨우는 작업도 필요하다.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을 하는 것처럼, 전 시민이 하나의 공연이나 전시회를 감상하자는 운동을 펼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문화적 감성과 문화적 생활의 중요성이 체득될 것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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