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는 지난 9월 17일부터 각 부처 행정업무, 원주시 주력사업 등을 원주시민과 원주시청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시청건물에 옥외전광판을 설치했다. 전광판 설치에는 8억9천만 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전광판 설치에 대해 시민들 사이에서 말이 많다. 명륜동에 사는 최수경(54) 씨는 "전광판을 설치할 필요가 있었다면 위치에 대해 고민했어야 한다"며 "현재 설치된 곳은 누가 보라고 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단계동에 사는 최원협(43) 씨도 "9억 원이나 되는 예산을 투입해 설치한 전광판인 만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설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전광판 위치를 두고 말이 많은 이유는 시청 방문자 대다수가 차량을 가지고 오는데 주차하기 전에는 전광판을 보기 어렵고, 주차한 뒤 이동하는 곳에서도 전광판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옥외전광판은 차량 통행량이 많고 사거리 신호등이 있는 곳이나 보도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에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청건물 전광판 위치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은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명래(하나포스 직원)씨는 "시청 앞 사거리에서도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데 나무가 더 크면 전광판이 보이는 곳은 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광판 설치 담당부서 책임자인 김억수 원주시 공보담당관은 "원주시청이 시민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길 바라며 멀티미디어시대에 맞추어 시각적 효과가 높은 볼거리 마련을 위해 전광판을 설치했다."며 "월드컵 등 거리중계가 필요할 경우 시청 앞 사거리 진입로를 차단하면 수천 명이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50만 도시로 성장하는 원주시 위상을 외부에 알리는데도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했다. 나무에 가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최적의 위치는 아니지만 최선책이었다."며 향후 전광판 전면에 있는 가로수를 옮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무실동에 사는 김옥란(48) 씨는 "시청 주변을 걷다보면 전광판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데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며 "전광판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곳에 설치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한 "주변 사람 대부분이 전광판 위치에 비판적인 만큼 위치변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광판 설치와 위치에 대해 1년 동안 고심했다는 시 관계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민여론이 좋지 않은 것은 경제가 어려운데 10억 원이나 들여 자체 전광판을 설치한데다 위치 또한 부적절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료, 유지보수비 등 매월 적지않은 비용이 들어가는데다 감가상각비까지 감안하면 월 1천만원 이상이 투입되는데 비해 효과가 의문시 되므로 예산낭비라는 지적이다. 

박진숙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