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지당 시비 척형명을  원주에 세운다.

임윤지당은 1721년부터 1793년까지 조선후기 영·정조 시대에 강원도 원주 봉산동에 살았던 여성 성리학자였다.

그 시대에 남성 전유물이었던 성리학을 여성이 공부하고 연구 한다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와 같이 어려웠다.

그러나 임윤지당은 일평생을 바쳐 우주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심오한 원리를 체득하고 부단히 심신을 수양했다. 도덕적 실천으로 높은 인격을 완성하고 달관의 경지에 이르러 자신이 연구하고 체득한 것을 훌륭한 문장으로 저술하여 '윤지당 유고'라는 문집을 남겼다(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윤지당 유고' 목판본이 뒤늦게 발견됐다).

임윤지당은  함흥판관을 지낸 노은 임적(任適)의 5남2녀의 막내 딸로 자랐다. 오라비인 대 성리학자 녹문 임성주(任聖周)와 운호 임정주(任靖周)의 영향을 받아 여성이지만 학문에 뜻을 두고 열중했다.

19세(1739)에 원주의 선비 평산 신씨 문중의 신광유(申光裕)와 결혼하였으나 8년 후 남편과 사별한다. 시동생 신광우의 아들 재준을 입양 하였으나 그 아들 마저 일찍 죽고 시어머니와 양시어머니를 섬기며 사는 파란만장한 삶을 격조 높은 성리학으로 승화하면서 봉천(지금의 봉산동) 구석정(龜石亭) 부근에 사셨다.

가정의 비운은 윤지당의 학문적 열정을 더욱 자극하여 많은 작품과 저술이 창작됐으며 유고집에 남겨졌다.

우리 역사의 인물로 여류를 손꼽는다면 신라시대 여왕, 이조시대 신사임당과 임윤지당을 거론 할 수 있다. 신사임당은 율곡이란 훌륭한 아들이 있어 후세에 빛났지만 임윤지당은 자손을 두지 못한 여성의 칠거지악의 운명이 사후에는 묘소마저 불확실하였다.

오랜 세월이 지나 학계의 연구와 관심, 원주시의 지원으로 원주시 호저면 무장1리 신평저수지 제방 밑 마을 서향 야산 신광유의 증조부 묘소 발치에 묘 2기를 발견, 윤지당 묘소로 추정하고 있다.

원주에서는 신사임당에 버금가는, 어쩌면 더 학문적 업적이 높은 역사적 인물을 찾아 그분의 선양사업도 펼쳐왔다. 원주시가 국역 '윤지당 유고'를 발간 배포하고, '원주의 인물 조선의 여성성리학자 임윤지당'을 원주문화원이 만화 형식으로 발간, 각 학교에 배포했다. '임윤지당의 생애와 작품'을  원주예총에서 발간했으며, 문인협회는 '임윤지당 백일장'을 2회 개최하고 헌다례회 등 활발한 선양 행사를 했다.

이를 고맙게 여긴 풍천임씨(豊川任氏)중앙종친회에서 시비 '척형명'을 제작, 원주시에 헌납하여 건립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어느 문중의 관심이나 관련 단체만이 아니라 이 고장의 역사적 인물의 행적을 후세의 교훈으로 삼고 원주라는 정체성을 드높이는 문화적 유물을 창건한다는 차원에서 그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이다.

세월이 지났지만 우리 곁에 성리학자 임윤지당 할머니의 숨결이 들릴 듯 '척형명(자와 저울에 새기는 말)'의 일부분을 풀어 본다.
　
　순임금과 도척은 같은 마음이나 천지간에 차이라네
　모르고서 못한 것은
　그래도 말이 되지만
　알고도 실천 못한 것은
　이것이 바로 자포자기라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