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륜 오토바이(일명 사발이)에 매단 수레에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태우고 병원과 약국을 오가는 한명수(62) 씨. 본인도 병원신세를 지고 있으면서도 노모를 모시는 게 지극정성이다.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터라 넉넉치 않은 살림에, 도와주는 다른 가족도 없어 삶이 고달플 법도 한데 전혀 그런 내색이 없다. 빌린 밭 4천여㎡에 부추나 배추, 상추 등을 심어 혼자 농사지어 새벽시장에 내다 팔고,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 씨는 젊었을 때 결핵을 앓아 몸이 많이 쇠약하고 신경장애를 앓고 있다. 앓아 누으면서 아내는 가출했으며, 자식도 없다.

당연한 걸, 왜 귀찮게 묻느냐는 한 씨는 "장남이라는 책임감에 모시는 게 아니라, 어머니니까 당연히 할 도리를 하는 것 뿐"이라며 "내 아버지도 다섯형제 중 막내였는데 부모님을 모셨다"고 말했다. 부모가 마음 편하고 부담없는 자식과 함께 있으면 그만이지 책임감이니, 돈이니 따져봐야 마음만 무겁다는 것. 한 씨의 나이만큼 63년을 함께 한 모자는 친구같이, 서로의 얼굴만 봐도 평온함을 느낀다.

인천에서 원주로 내려온 지 4년밖에 안되지만, 모자는 일주일에 한번 이상 오가는 약국이나 병원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다. "인천에서 농사도 짓고, 사료공장도 운영하다 IMF 때문에 수금이 안되서 망했지, 뭐~. 빚이 20억이었는데 이젠 다 갚고 원주에서의 삶에 만족해요"라고 말하는 한 씨와 어머니 김승애(86) 여사는 봉산동 화실마을 비닐하우스에 거주하고 있다. "많이 벌면 많이 먹고, 조금 벌면 조금 먹으면 되죠" 이 어려운 진리를 모자는 몸에 익힌 듯 하다.

새벽시장이 마음에 든다는 한 씨는 "새벽시장에 나가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어 좋아요. 퇴직걱정 없는 평생직장이지"라며 "내가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진 새벽시장에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새벽2시에 일어나 새벽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하루 4시간 자고, 낮잠 1, 2시간 자고 밭 일을 하고 노모와 함께 병원에 다니고 하느라 항상 바쁘다.

사람은 일을 하고, 어울려서 사는 게 인생이라는 한 씨의 철학은 인천에서의 아픔을 딛고 터득한 듯하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어. 돈 버는 것보다 살아서 움직이는 게 중요하지"라고 말한다.

지난 추석연휴에는 인천 동생네 집에 노모와 함께 다녀왔다.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모자가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행복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