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원주대학과 강릉대학교의 통합대 교명을 강릉대 측에서 '강릉'(지역이름)을 앞세워 '국립 강릉원주대학교'로 무리하게 확정하려는 것과 관련하여 역시 무리하게 지역이름 강릉을 앞세우고 있는 비슷한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다름 아닌 '원주-강릉 복선전철' 이다. 이사업을 추진하는 정부(국토해양부 산하 한국철도시설공단)의 공식 사업명은 '원주-강릉 철도건설'이다. 그러나 강릉 쪽에서는 '원주-강릉'을 거꾸로 표기하여 '강릉-원주'라 고쳐 부르고 있다. 그리고 도내 주요 신문이 이를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

'원주-강릉'이나 '강릉-원주'나 의미가 같은 것임으로 별 문제될게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간단한 사례로 경부선을 부경선으로 경인선을 인경선으로 또 경의선을 의경선 이라고 할 수 없듯이 말이다.신설 도로와 철도 등의 노선 이름을 정하는 통상적인 기준은 경부선 경인선과 같이 서울 쪽을 우선하여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 쪽에 더 가까운 원주를 앞에 표기하여 '원주-강릉 철도건설'로 공식 사업명을 정한 것은 이런 기준에 따른 자연스런 이름이다. 8월 19일 강원일보는 중앙선 복선사업 구간 명칭을 '덕소-원주'라고 표기하여 이 기준을 따르고 있다. '강릉-원주' 방식대로 한다면 '원주-덕소'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렇게 볼 때 '강릉-원주'란 표기는 기준과 상식을 무시한 것이며 억지와 떼쓰기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강릉-원주'라는 표기는 2007년 10월 9일 강릉지역 사회단체가 2018 동계올림픽 유치 및 '강릉-원주'간 복선전철 추진 협의회를 구성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언론에 처음 등장했다. 그 이후 도내 지역소식을 주로 보도하는 강원일보와 도민일보에서 '강릉-원주'라는 표기를 자주 보게 된다.

그러한 표기는 전체 도민의 입장에서 볼 때 편향된 것이며 원주시민의 감정을 거슬리게 한다. 또 강릉지역의 의견만을 중시하는 보도 태도라 아니 할 수 없다. 다만 '강릉-원주'라는 표기가 들어있는 협의회 명칭은 임의 단체가 스스로 작명한 것임으로 그대로 표기해 줄 수도 있다. 또 강원도가 아닌 타시도 지역과의 관계라면 지방신문의 독자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강원 도내 지명을 먼저 표기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양쪽 주민 즉 같은 도민을 독자로 하는 신문이 강릉 쪽에 치우쳐 보도하는 태도는 원주 쪽 독자(시민)를 가볍게 여기는 것이며 이는 신문이 스스로 자충수를 두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통합대 교명문제 때문에 심기가 불편한데 '강릉-원주'라는 표기를 볼 적마다 '강릉원주대학교'가 연상돼 더욱 마음을 상하게 한다. 이것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왜 공식명칭이 있는데 굳이 순서를 바꿔가며 지명을 표기할까? 강릉 쪽에서 요구한다 해도 공식명칭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공정한 태도이다.

지난 8월 11일 한 신문은 사설 제목에서까지 '강릉-원주'라고 표기했고 다른 신문도 8월 20일 철도 조기착공을 촉구하는 기사제목에 '강릉-원주'라고 썼다. 그런가 하면 8월 14일 원주KBS 밤 9시 지방뉴스 시간에는 강릉KBS 기자가 제작한 리포트를 그대로 방영하여 '강릉-원주'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불쾌하다.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철도를 하루 빨리 건설하는 것임으로 노선명을 놓고 더이상 시시비비를 논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문제는 통합대 교명을 '강릉원주대학교'로 무리하게 밀어붙이려는 강릉 쪽의 의도가 노골화 되는 가운데 노선명 조차도 무리하게 '강릉'을 앞세우려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만약 모든 것이 강릉 쪽 의도대로 된다고 한들 그것은 오직 그들만의 잔치가 될 것이며 우리에겐 '좋은 이웃'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상식과 공정성을 외면하고 원주를 가볍게 여기는 언론도 결국은 승자가 아닌 패자가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