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원주희망대학 졸업식이 있었다. 희망대학은 상지대학교와 갈거리사랑촌 공동 주최로 노숙인을 포함한 지역 소외계층을 위한 자활프로그램인 인문학강좌로서 지난 2월부터 시작하여 5개월간 철학, 문학, 예술 등의 강좌가 이루어졌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노숙인을 포함한 빈곤복지사업을 하면서 의식주 해결과 여러 가지의 재활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자립에 실패하고 빈곤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그래서 "왜 살아야하는가" "왜 술을 끊어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 행복한 삶인가" "나는 누구인가" 등의 정신적인 깨우침,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여기에는 인문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강좌를 갖게 되었다. 그럼으로써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기를 기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처음에는 노숙인들에게 인문학 강좌가 필요할까 하는 의구심과 또 잘 이끌어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낮에 손수레 끌며 고물 줍고 건설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여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강좌에 출석하여 온 20여명이 졸업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 동안 이런 강좌가 자기에게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그만둔 학생도 있었고, 여러 명의 학생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수강 인원수의 변동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꾸준히 강좌에 참여하였고 문화체험으로 영화관람과 안동 도산서원도 다녀왔다.

그리고 일부 학생들은 컴퓨터도 배우고 희망대학 카페에서 적극적인 소통의 기회도 가졌다. 학생들에게 이러한 문화체험이나 컴퓨터에서의 대화 그리고 인문학강좌는 평생 처음인 경험이었을 것이다. 어느 50대  중반의 음주 문제를 가졌던 학생은 부인과 함께 도산서원 답사를 다녀왔는데 출발하는 버스 안에서의 모습은 초등학생이 소풍가는 그런 모습이었고 본인은 신혼여행 간다며 즐거워하였다.

그리고 철자법과 띄어쓰기가 맞지는 않지만 희망대학 카페에 글을 올리며 지나 온 삶과 지금의 삶에 대한 진솔한 고백과 고민 등을 주고받고, 어떤 이는 강좌를 듣고 공부하는 것이 즐겁고 지금 돈이 없고 힘들지만 행복하다며 노래 부르며 고물을 줍는다고 하였다. 이러한 변화들을 지켜보면서 노숙인도 인문학강좌를 듣고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고, 처음 기대 반 우려 반 시작한 인문학강좌는 노숙인 재활사업으로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

정부의 노숙인을 포함한 빈곤복지사업은 과거의 의식주 지원에서 최근 생산적복지 차원의 재활프로그램과 일자리창출사업 같은 적극적인 복지사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복지예산이 빈곤사업에 사용되고 있지만 복지사업의 수혜자가 빈곤층에서 벗어나 얼마나 자립하였는지는 극히 저조할 것으로 생각된다. 나 자신 복지사업을 하면서 정부로부터 생활비 지원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일을 하면서 생활지원비를 받는 자활사업 대상자가 자립에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이것은 "가난은 나랏님도 못 구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그만큼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고 지금까지의 복지사업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재활프로그램에 인문학 강좌 같은 삶의 가치를 깨우쳐주는 정신적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고 앞으로 복지사업에 인문학강좌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이루어지고 정부에서도 이러한 강좌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끝으로 인문학 강좌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어느 노숙인 수강생이 카페에 올린 '용기'라는 글을 소개한다.

"동기들이여! 힘을 내자.  용기를 가져보자 !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용기와 자신감 일 것이다. 현실의 삶을 부정 하지 말며 현실 속에서 행복을 찾아보자. 철학을 배우는 학생이기에 이런 글을 써본다. 생각이 바뀌어야 세상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불행한 사람이 아니다. 진정한 봉사자다." (이하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