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원주시는 인구 30만 명을 넘어섰다. 각종 개발사업과 택지조성으로 인해 원주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원주 도심의 기온 상승률이 평균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또한 각종 대규모 개발 사업은 지역 주민 간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도시개발이 곧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무분별한 난개발은 각종 환경문제, 교통문제, 그리고 복지문제를 낳을 수 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절박했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삶의 질과 웰빙을 강조하는 시대이고 이것이 먹고 사는 수단이 되고 있다. 원주시도 도시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담당부서를 신설하고 도시미관에 관심을 갖고 접목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원주시의회에서는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8일까지 7박9일간 동유럽 4개국(네덜란드,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을 방문했다. 이글은 연수기간에 보고 느낀 점을 정리하여 지역주민과 함께 나누고 향후 원주시정에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고한다. (이 글은 지면관계상 여섯차례에 나눠 게재할 예정입니다.)

얼마 전 도심에 쓰레기가 쌓여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 악취를 풍기며 썩어 가고 있었다. 원주시 공원묘원 조성 예정지 주민들이 화장장 조성에 반대하여 매립장의 쓰레기 수거차량 진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 쓰레기 문제는 강제 진압과 공원묘원 조성 잠정 유보라는 임시적인 조치로 일단락되었다. 한여름 뙤약볕 속에 젊은이도 몸 가누기 힘든데 연세 많은 어르신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에 나앉아 구호를 외칠 때에는 그만큼 절박함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화장장이나 묘지가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은 내가 사는 동네에 들어오는 걸 결사적으로 막으려 하고 행정부서에서는 늘어나는 화장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시설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당연히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비엔나의 시립중앙묘지는 묘지가 당연히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을 깨뜨리는 곳이었다. 오히려 우리 연수단 방문 중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묘소를 둘러보고 있었고 음악가 묘역에는 여행자들이 가져다 놓은 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소개하는 관광책자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걸로 보아 혐오시설이 아닌 것은 물론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비엔나의 중요한 관광자원이었다.

빈 동쪽 링크 외곽에 있는 중앙묘지는 빈 시당국이 1894년 조성을 시작, 20년 후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5개의 묘지를 한데 모아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묘지라는 것을 알 수 없고 넓은 공원 같은 느낌이다. 바로크 양식으로 대칭적으로 줄을 맞춰 늘어선 커다란 나무들과 길 사이로 각양각색의 비석이나 석관이 없었다면 그냥 엄청난 크기의 공원이었다.

250ha의 광대한 이 녹지대에는 33만기 66만 명이 묻혀 있다고 한다. 조성 당시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것을 화장해 이장한 것까지 합치면 3백만 이상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그런데도 아직 50만평 규모가 남아 묘지 100만개를 더 쓸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장기적인 계획 속에 조성한 곳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정문을 지나 가로수 길을 200m 가량 들어가면 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음악가들의 묘역이다. 음악 책에서나 이름을 듣던 그 유명한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요한슈트라우스, 모차르트 등의 묘가 그곳에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들이 태어난 곳은 달라도 죽어서는 나란히 묻혀 있었다. 

다른 묘지에 비해 흉상이나 조각이 특별할 것도 석관이 유난할 것도 없지만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에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나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곳이 되었다.

당초 비엔나시가 산재해 있던 5개소 공동묘지를 한 곳으로 모으려는데 시민들의 참여가 저조하자 정책적으로 베토벤, 슈베르트 등 유명 음악인들의 묘지 이장을 추진·조성한 것이 효과를 거둔 것이다. 오늘의 비엔나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곳에는 역대 오스트리아 대통령들의 묘도 함께 있었다. 음악가들의 묘를 왼쪽으로 끼고 중앙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원형 공간이 나온다. 바로 역대 대통령들의 묘이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묘를 직접 본적은 없지만 좀 있는 집 무덤만 가 봐도 엄청난 크기의 봉분에 비석에 웬만한 집의 정원 이상으로 꾸며 놓았던데 이곳의 대통령들은 살았을 때 사이가 좋았건 나빴건 죽어서는 서로 이렇게 함께 나란히 누워 있다.

그것도 평범한 시민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