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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설자 씨, 농민들과 희로애락 23년
새벽시장 커피장사
2008년 07월 28일 (월) 이영주 기자 yjlee@wonjutoday.co.kr
   
 
   
 

새벽4시부터 원주천 둔치에서 개장하는 새벽시장. 바쁘게 움직이는 농민들 사이에서 기를 불어 넣어주는 이가 있다. 농산물을 나르다 지친 몸을 잠깐 쉬기 위해 삼삼오오 모인 농민들 사이에 있는 짹짹이할머니 박설자(69) 씨. 새벽시장이 생기기 전부터 둔치에서 음료를 판 것이 어언 23년째이다. 차 종류도 다양하다. 커피, 율무차, 마차, 유자차, 인삼차, 한방차, 칡차 등등.

새벽시장에서 농산물을 파는 농민들은 하루 몇시간을 잘까? 새벽2시부터 장에 나와 손님맞을 채비를 하는 농민들은 잠을 쫒아주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기쁜 일, 속상한 일, 억울한 일 등을 속시원히 털어놓으며 살아가는 재미를 찾는다.

농민들이 오는 시간에 맞춰 박 씨도 새벽2시에 나온다. 단계동에서 택시를 타고 나와 장사를 준비한다. 그래도 남편이 가끔 데려다주고 청소까지 해 주는 등 많이 도와준다.

놀라운 것은 23년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픈 날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했다는 사실. "안 나가면 단골이 떨어져 안돼. 다 친군데 어떻게 안나가겠어요" 정말 1년 중 6개월을 매일 얼굴보며 살다보니 이젠 누가 누군지 목소리만 듣고 알기도 한다.

박 씨는 "옛날에 땟거리가 없어서 시작했어요. 간장물에 소금 타서 마시고 하루종일 죽 한그릇으로 버텼다우. 월세 500원을 못낼 정도였는데 뭐" "그 땐 좀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지금도 곱게 화장한 모습과 활기찬 목소리가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나이를 잊게 만든다. 새벽시장에서 음료를 파는 상인은 박 씨를 포함해 모두 3명인데 젊은 사람이 더 많이 판다며 걱정하기도 했다.

3년 전부터 94살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는 박 씨는 "생활이 어려워도 열심히 일해야 노후대비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23년을 해오다보니 시장에 친구도 많이 생겼고,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힘든 것도 잊는다"고 했다. 경기가 어려워 간신히 유지만 하는 정도인데, 그래도 기력이 있을 때까지 계속 할 생각이다. 하루 평균 3만원 벌이로, 택시비에 가스비, 종이컵 등 운영비를 제하고 나면 남는 것도 별로 없단다.

평상시엔 새벽시장이 끝나는 오전10시 집에 들어가 시어머니 뒷바라지와 식사를 하고 잠을 청하지만, 풍물장이 열리는 2·7일에는 새벽시장이 끝나고 풍물장으로 옮겨가 밤8시까지 장사한다.

"원래는 70살까지만 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시장나와 보내는 시간이 나한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됐어요. 집에 있으니 답답해서…." 박 씨가 건네는 커피 한잔에는 정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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