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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편성 지침", "적정성 따져봐야"
예산수반 조례 제정의 의미와 문제점
2008년 05월 19일 (월) 김선기 기자 skkim@wonjutoday.co.kr

 조례(條例)란 '지방 자치 단체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지방 의회 의결을 거쳐 그 지방의 사무에 관하여 제정하는 법'을 말한다. 다시말해 지방자치법 제9조에서 규정한 자치단체 사무와 관련한 법을 '법령의 범위 안에서',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 만드는 것이다.
 조례를 발의할 수 있는 기관은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이고 조례 심의·의결권은 지방의회에 있다. 주민들 역시 일정 요건을 갖추면 조례를 제정, 개정, 폐지를 청구할 수 있다.
 조례는 지방자치단체 사무에 관한 법이기에 그 어떤 상위법 못지 않게 주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법 체계상 하위에 놓이다 보니 경시되는 경향이 있다. 예산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조례에 따른 행정집행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제재수단이 없다는 맹점 때문에 경시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조례 역시 '지켜져야 할' 법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조례 제정과 이에 따른 집행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경시되는 각종 조례들
 2004년 12월 의원발의로 제정된 '원주시 보행권 확보 및 보행환경 개선에 관한 조례'. 시민들의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례로 '시장은 보행환경 개선 목표 및 시책 방향 등이 담긴 보행환경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매년 시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원주시가 이를 근거로 보행환경 기본계획이나 시행계획을 수립해 추진한 바는 없다. 결국 이 조례는 이행되지 않아 유명무실한 조례로 전락했다.
 김동희·장만복 의원이 발의해 지난해 7월 제정된 '원주시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및 육성지원에 관한 조례'. 이 조례에는 '시장은 건설산업의 보호육성을 위한 신공법 및 기술의 진흥을 위하여 관내 소재 대학의 관련 연구기관을 원주시 지역건설산업 기술지원센터로 지정, 산·관·학 협력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도록 적극 노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장만복 의원은 "집행부에 수차례 관내 대학과의 협약체결을 촉구했음에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예산이 수반되지 않는 조례까지 이렇게 경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유명무실해진 조례 대부분은 의원발의를 통해 제정된 조례이다. 왜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조례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들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는 '원주 혁신·기업도시 편입지역 주민 지원 조례안'. 법령 위반 논란도 있지만 이 조례안을 두고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예산 문제다. 조례를 발의한 김동희·한상국 의원은 원주 발전을 위해 본의 아니게 희생해야 하는 주민들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고 집행부에서는 낮은 재정자립도를 고려할 때 특정지역 주민에게 특별한 지원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5대 의회에서 의원이 발의한 조례는 총 35건. 이를 두고 집행부에서는 "지방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인심쓰듯이 각종 조례를 만들어 재정 부담을 가중 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재선을 염두에 둔 정치성 조례제정"이라는 비판까지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원들은 "재정 부담이 되면 재의요구라는 절차가 있는데도 이를 활용하지 않고 무조건 조례제정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정치적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조례를 근거로 예산을 편성하거나 행정행위를 집행하지 않는 것은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132조에는 "지방의회는 새로운 재정 부담을 수반하는 조례나 안건을 의결하려면 미리 지방자치단체 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한, 제108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의회의 의결이 예산상 집행할 수 없는 경비를 포함하고 있다고 인정되면 이유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례내용이 새로운 재정 부담을 수반하거나 지방의회 의결이 예산상 집행할 수 없는 경비를 포함하고 있다면 지방자치법을 근거로 재의요구 절차를 밟아야 하고, 집행부가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면 우선적으로 제정된 조례를 근거로 예산을 편성하거나 행정행위를 집행해야 한다는 게 의회의 입장이다.
 조례 심의과정에서 조례가 제정된 후 이를 집행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예산이 소요되고 이 예산이 전체 원주시 예산운영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 등을 분석하지 않은 채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 "조례를 제정해도 집행하지 않는다"라는 해묵은 논쟁만 반복되고 있다.
 
 "조례가 예산편성 지침 돼야"
 원칙적으로 법은 지켜져야 한다. 조례 또한 법이기에 "할 수 있다"라는 재량권이 부여된 조례라도 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따라서 집행부는 예산편성을 할 때 신규시책보다는 조례에서 요구하는 예산을 우선 편성하는 게 상식이라는 지적이다. 의회에서는 "정부가 해마다 예산편성 지침을 자치단체에 시달하는 것은 위임사무에 관한 지침이고 자치사무에 대한 예산편성 지침은 조례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예산을 수반하는 조례에서 예산이 빠지면 조례로서의 생명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모 의원은 "조례가 예산편성 지침이 된다면 각종 조례제정에 있어 의원이나 집행부는 더욱 신중을 기하게 될 것이고 지방자치에 대한 시민적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며 "의회와 집행부가 함께 논의해 현재 있는 조례를 일제히 재검토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조례가 예산편성 지침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책과 예산을 고려한 과학적 조례제정
 예산은 곧 정책이고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은 편성된다. 하지만, 무한정 남아도는 예산을 쓰는 것이 아니고 한정된 예산의 파이를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따라서 조례가 예산편성 지침은 될 수 있지만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조례가 예산편성 지침이 된다면 우선 현재 제정된 조례가 요구하고 있는 예산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집행부 신규시책 등과 비교·평가해 정책우선 순위를 정하고 이에 따라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예산이 수반되는 조례를 제정하고자 할 때는 현재 제정된 조례가 요구하는 예산규모와 시책이 요구하는 예산규모를 따져 수반되는 예산규모가 적정한지를 따지는 과학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묵은 논쟁을 벗어나 실효성 있고 과학적인 조례제정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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