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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권 확대, 길은 열려 있다"
권한확대와 전문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필요
2008년 01월 07일 (월) 김선기 기자 skkim@wonjutoday.co.kr

신년 기획특집 "지방의회 블루오션을 찾아라"

②베일에 쌓인 의회의 권한과 지방자치

"의회가 모르는 의회 권한 또 있을까?"

지난해 8월 원주시의회에서는 컨벤션 호텔 건립 부지 매각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 처리를 놓고 일대 격론이 벌어졌다. 논쟁의 요지는 집행부가 의회에 제출한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을 수정의결 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예를 들어 시유지 1천㎡를 팔겠다는 집행부의 계획을 의회가 수정해 800㎡만 매각하라고 의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었다. 
당시 김동희 의원은 "공유재산관리계획 의결은 시민 재산의 취득·처분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하는 것처럼 공유재산관리계획도 수정의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의원과 집행부 관계자들은 "공유재산관리계획을 수정의결하는 것은 의회가 집행부 역할을 하는 것이어서 월권에 해당한다"며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는 예산안 삭감과 같이 공유재산관리계획의 수정의결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집행부에서 제출한 공유재산관리계획의 취득 또는 처분 건에 없는 공유재산에 대해서는 집행부 동의 후 수정의결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일프라자 재개발 논란 과정에서 시민광장 조성 안의 거론이 가능했던 이유도 보건소와 도서관(재산의 활용방법) 신축을 위해 투입해야 하는 재산의 내용(토지와 건축비)을 의회가 수정의결(삭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행 지방자치법 제39조 제1항에 명시된 지방의회 의결사항은 모두 수정의결이 가능한 셈인데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95년 이후 원주시의회는 스스로 권한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행사하지도 못한 결과를 낳은 셈이다. 의회가 모르는 혹은 외면하는 의회 권한이 또 있을까?

주목 해야 할 지방자치법 제39조 제2항

지방자치법 제39조 제1항에는 지방의회에서 의결을 받아야 할 열 한가지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조례의 제·개정과 폐지, 예산의 심의·확정, 결산의 승인, 중요재산의 취득·처분, 공공시설의 설치·처분 등이다. 이와 같은 내용이 의결사항인 이유는 모두 주민의 이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지방자치법 제39조 제2항에는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의 사항 외에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의회에서 의결되어야 할 사항을 따로 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이 의미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김회창 인천 동구의회 전문위원은 "제2항은 지방의회가 자치단체의 특성에 맞게 의결권한을 확대하는 길을 열어 놓은 것"이라며 "지방의회는 이 조항을 근거로 어떻게 효율적으로 집행부를 견제할 것인가, 의결권을 어떻게 확대해 나갈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구리시의회와 부산광역시 기장군의회는 이 조항에 따라 각각 '구리시 의회 의결사항에 관한 조례', '기장군 의회 의결사항에 관한 조례'를 제정·운영하고 있다.
구리시 조례에는 지방자치법 제39조 제1항 사항 이외에 ▷타 지방자치단체와의 교류·협력에 관한 사항 ▷공유재산을 이용한 민자유치사업 ▷연간 사용료 1천만원 이상인 공유재산의 사용허가 또는 대부를 별도의 의회 의결사항으로 정해 놓고 있다. 기장군 조례에는 이와 같은 내용에다 '공유재산에 건축물 등 영구시설을 설치하고자 할 때'를 추가로 규정해 놓고 있다.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양 자치단체 모두 의회 의결권 확대를 위한 의지가 엿보인다.
원주시가 컨벤션 호텔 부지 매각과 골프장 부지 임대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집행부는 공유재산의 임대는 의회 의결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원주시에 구리시나 기장군과 같은 조례가 제정돼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의결권은 주민을 대변할 수 있는 권리이고 권한이 제대로 행사된다는 것만 전제된다면 의결권 확대는 곧 주민의 이익으로 이어진다. 의결권을 확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는 만큼 주민의 이익을 위해 의회가 합리적으로 의결권을 어떻게 확장시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요구되고 있다.

낮잠 자는 조사권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한 지방의회의 권한 중 대표적인 것이 행정사무 감사권과 조사권이다. 행정사무감사는 매년 1회씩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행정사무감사 못지않게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조사권이 낮잠을 자고 있다는 것이다. 4대 의회나 5대 의회에서 조사권을 행사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지방자치법 제41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중 특정 사안에 관하여 본회의 의결로 본회의나 위원회에서 조사하게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한, 필요하면 현장 확인도 할 수 있고 집행부로부터 자료제출 요구도 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관계 공무원을 출석시켜 의견 진술을 받을 수도 있는데 거짓 증언을 한 자는 고발 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거나 증언을 거부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다.
재적의원 1/3 이상의 연서만 있으면 조사 발의가 가능하고 지방의회가 폐회 또는 휴회 중이어도 조사 발의가 있으면 지방의회 집회 또는 재개 요구가 있는 것으로 지방자치법은 규정하고 있다. 대상 기관 역시 해당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무를 위탁받은 법인이나 단체, 개인도 조사할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되는 우리환경 청소 위탁업무도 의회가 의지가 있다면 조사를 통해 직영이 더 효과적이라는 미화원들의 주장이 정말 옳은지, 청소업무 위탁의 문제점은 없는지 객관적으로 밝혀낼 수 있다. 그만큼 의회에 막강한 권한을 준 것이다.
상지대 행정학과 박기관 교수는 그의 저서 '한국의 지방자치론(도서출판 예인 / 2007년)'을 통해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정책대안을 중심으로 책임을 추궁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지방의원들은 정례적인 의정활동, 주민과의 접촉을 통해 평상시 감사와 조사를 준비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감사실이 집행부에 설치돼 있어 태생적 한계가 있기 마련인 현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조사권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 조사권을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주목할만한 특위 장비임대료'

원주시의회는 지난해 12월 2008년도 본 예산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을 확정했다. 총 40억860만3천원을 삭감해 이중 10억3천782만원을 집행부 동의하에 새로운 사업에 편성했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 주요공사실태조사 특별위원회 장비 임대료 200만원. 다른 증액예산과는 달리 이 예산은 의회가 의정활동을 좀 더 전문적으로 할 수 있게끔 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한상국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예산이 없어 좀 더 일을 하려 해도 못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때가 있다"며 "많은 예산은 아니지만 특위 활동을 좀 더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만약 삭감한 예산 중 수천만원 또는 수억원을 의회가 쓸 수 있는 전문조사 예산이나 타당성 검토 용역 예산으로 증액 편성, 확정됐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또는, 의회 공통경비를 현재보다 더 많이 편성해 조사나 타당성 검토 용역 등을 위한 경비로 쓴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아마도 집행부는 웬만한 준비 없이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 의결 등을 쉽게 요구하지 못할 것이고 각종 정책에 대한 좀 더 확실한 검증작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시민의 이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특위 장비임대료 예산편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의회가 의결권과 조사권 등 각종 권한을 어떻게 확대해 나가고 권한행사에서 전문성을 어떻게 강화시킬 것인지 관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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