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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부양 할 수만 있다면…한국 갈래요"
다문화시대 함께가는 길-<하> 베트남의 한국 열풍
2007년 12월 03일 (월)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
   
 
  ▲ 썸로읍 마을 입구.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선 이런 길을 30여분 걸어야 한다.  
 

 국제결혼 '빈곤탈출 티켓'…부풀려진 정보에 현혹
 '언어와 문화차이' 극복 과제…사회인식 전환 요구

   
 
  ▲ 밤방통 할아버지(79)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자동차로 3시간 가량 떨어진 썸로읍 마을.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선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 도로를 30여분 걸어야 한다.  
 107가구가 모여 사는 이곳은 벼농사와 과일재배를 생업으로 하는 베트남의 전형적인 시골 촌락이다. 하지만 이 마을에서도 7명이 국제결혼을 했다. 그중 5명은 신랑이 한국사람이다.
 이 마을 터줏대감인 밤방통(79) 할아버지도 지난 2005년 딸을 한국으로 시집보냈다. 9남매 중 막내인 팜티쫑(30·한국명:박인애) 씨는 밤방통 할아버지에게 많은 자녀들 중에서도 각별한 딸이다.
 조혼풍습이 있는 베트남에서 20대 후반까지 결혼을 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팜티쫑 씨는 다른 형제들은 모두 출가했지만 자신의 결혼을 미루고 봉제공장에 다니며 노부모를 봉양했다.
 하지만 봉제공장에서 받는 돈만으로 세식구가 생활하기는 벅찼다. 2005년 9월 마침 현지 국제결혼중개업체 직원이 국제결혼을 원하는 아가씨를 찾아 마을에 왔고, 팜티쫑 씨는 "한국사람과 결혼하면 부모님을 봉양할 수 있다"며 국제결혼을 결심했다.
 그로부터 한달만인 2005년 10월 한국으로 떠난 딸은 자주 전화연락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밤방통 할아버지는 "바로 어제도 전화통화를 했는데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며 트럭운전을 한다는 한국인 사위 자랑에 여념이 없다.
 한국인과 결혼하는 베트남 여성 대부분이 이런 방법을 통한다. 한국과 연결된 중개업체가 시골마을을 돌며 지원자를 모집하고 한국 남성과 맞선을 주선한다. 이 과정에서 결혼업체 직원은 '거래'를 성사 시키는 브로커 역할까지 한다.
 국제이주기구인 IOM 하노이사무소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국제결혼을 한 여성은 대만이 11만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2만명인 한국이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각각 5천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매년 14만명 이상이 가족부양과 빈곤탈출의 수단으로 국제결혼을 택하고 있다.
 
   
 
  ▲ 듀엣 원장  
 
베트남에서 국제결혼에 관한한 한국은 폭발적인 인기라는 말이 과히 틀리지 않다. 2001년 130명에 불과했던 한국행 베트남 신부는 2005년 5천800명, 2006년 8천500명으로 급증하더니 2007년 들어 매달 1천여명이 결혼비자를 신청하고 있다.
 호치민시 여성동맹산하 결혼지원센터 듀엣 원장은 "대만인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의 좋지않은 소식들이 연이어 알려지면서 한국인과 결혼을 원하는 여성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와 관련 예전에는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외국인 남성이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에서, 최근에는 베트남 여성도 중개업체에 돈을 지불하는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가족부양 의무감에 국제결혼 결심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을 꿈꾸는 가장 큰 이유는 가난한 가족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앤드류 빌로 소장  
 
 IOM 호치민사무소 앤드류 빌로(Andrew Billo) 소장은 "국제 결혼은 베트남에서도 경제적으로 낙후된 메콩강 주변 지역 여성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국제결혼을 꿈꾸는 여성 대부분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외국인과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 근거로 "실제 말레이시아의 국제결혼과 관련된 보도의 신문 헤드라인이 '빈곤에서 탈출하는 표를 사서 말레이시아로 왔다'였다"고 전했다.
 그는 또 "베트남 전역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한국 드라마를 쉽게 접할 수 있는데, 한국사회에서도 극히 소수만 누릴 수 있는 생활환경 등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를 여과없이 받아들여 일반적인 생활로 착각할 수 있다"며 한류로 인해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 남성과 한국 사회에 대한 환상을 가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IOM 하노이사무소(베트남 대표부) 앤드류 브루스(Andrew Bruce) 대표는 "베트
   
 
  ▲ 앤드류 브루스 대표  
 
남에서 '이주'나 '국제결혼'은 개인의 결정일 수도 있지만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족'의 결정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면서 "현재 호치민이나 하노이 같은 경제발달지구에서 일하는 한 사람의 노동으로 시골에 있는 가족을 부양하는 형태가 해외로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베트남 여성이 국제결혼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베트남 사회 내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위치를 보면 가족 부양의무가 아주 강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없이 낯선 곳에 가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과 한국정부의 노력
 베트남 정부는 공식적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한 국제결혼 중개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으로 운영되는 사설 중개업체에 대한 정부 단속은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중개업체 단속에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사설 중개업체를 통하는 경우 베트남 여성이 결혼 상대국에 대해 부풀려진 정보를 여과없이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
 베트남 정부도 이에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부기구로 설립된 베트남 여성동맹 산하에 2003년부터 결혼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국제결혼을 원하는 자국 여성에게 조언을 하고 지원하며, 여성들이 행복한 결혼을 할 수 있도록 돕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사설 중매인을 통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결혼지원센터는 한국의 한 결혼정보회사와 지난해 1월 MOU를 체결해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중매에 직접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한민국 국회가 '국제결혼 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어 연내 통과를 추진중인 점은 반가운 소식이다. 여성가족부도 여성인권 담당관을 호치민총영사관과 필리핀 대사관에 파견키로 했다.
 '국제결혼 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탈법적인 결혼중매와 결혼당사자 보호를 위해 국제결혼중개업을 지금의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중개업체의 근로자 파견, 직업소개 등 겸업을 금지하며 허위과장광고 금지와 해외 결혼중매 감독 강화 등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여성인권담당관은 현지에 파견돼 결혼중매 등 모든 업무를 주재국 정부와 협의하게 된다.

 함께 준비해야 할 다문화사회
 한국에 시집온 외국인 여성이 겪는 가장 어려운 점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다. 사소한 문제가 큰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의 골이 돌이킬 수 없는 문제로 확대되기도 한다.
 특히 언어문제는 자녀 교육과도 연계된다. 자녀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엄마가 말이 익숙하지 않으면 자녀의 학습능력도 따라서 뒤쳐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지역사회에 또 다른 사회문제가 돼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지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취업교육도 필요하다. 외국인 여성과 결혼한 한국인 남성 중 저소득층이 많다는 점에서 자칫 빈곤의 대물림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 중 고급인력이 많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원주시가 여성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10, 11월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글교육과 취업에 대한 욕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여성결혼이민자와 그 가정을 바라보는 우리사회 인식의 변화다. 그들도 같은 국민이자 소중한 인권이 있는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의 전환과 그들이 하루빨리 이 땅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함은 물론 이에따른 예산 수립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의 저자인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은 프랑스 똘레랑스 정신을 인용해 "피부, 언어, 문화 등의 차이를 차별이나 억압, 배제의 근거로 삼아선 안된다"며 "한국사회가 성찰이성의 성숙도를 높여 그들과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도록 끌어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진 것입니다. 


   
 
  ▲ 한국인과 결혼하고 싶다는 린·란(18), 웨이(19).  
 
 "한국으로 시집가고 싶어요"
 

 썸로읍 여성들의 코리언 드림


 베트남 썸로읍을 찾아 밤방통 할아버지를 취재할 당시 20여명의 동네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 마을에 한국으로 시집가고 싶어하는 아가씨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 아주머니가 기다렸다는 듯 아직 앳된 소녀의 손목을 끌고 나섰다. 자신의 딸인데 나이는 18세이고 한국으로 시집가고 싶어 한다는 설명이다. 통역의 소개가 끝나기 무섭게 두명의 지원자가 뒤를 잇는다. 그렇게 나선 아가씨가 린(18), 란(18), 웨이(19) 셋. 한국으로 치면 이제 막 고교를 졸업했을 어린 나이다. 
 혹시 부모의 욕심에 떠밀려 나온 것은 아닌지. "정말 한국으로 시집가고 싶냐?'며 재차 묻자 "한국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며 수줍게 웃는다. "한국에 가도 이곳에서와 마찬가지로 힘든 농사일을 해야할지도 모른다"며 반응을 살피니 "베트남에서도 늘 하는 일인데 한국이라고 못하겠느냐"며 되려 적극적이다.
 왜 한국인과 결혼하고 싶은지 이유가 궁금했다. 린, 란, 웨이는 하나같이 "한국으로 시집 간 친구들과 간혹 연락을 하는데 모두들 풍족하게 잘 산다"며 "베트남 남성들은 일하기보다 술을 먹고 아내를 구타하는 일이 많은데 한국으로 시집가면 그런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베트남보다 한국이 더 문제"
 베트남대학 국제관계학과 김경진 씨

   
 
  ▲ 김경진 씨  
 
 국립 베트남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경진(20) 씨. 중학 졸업후 가족과 함께 베트남으로 이민 와 6년째 하노이에서 살고 있다. 졸업 후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있는 건실한 젊은이다.
 베트남 사회에 부는 코리언 드림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각은 냉정하다.
 "같은 과 친구들도 텔레비젼에 비쳐지는 화려한 한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해요." 텔레비젼을 통해 한국을 접하는 베트남 여성들은 한국을 상상속의 나라로 그린다는 설명이다. 자신도 한국인과 결혼하면 텔레비젼 속 드라마 주인공처럼 화려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
 이와 함께 대학을 졸업하고 석·박사 학위를 따더라도 취업이 어려운 경제사정이 한 몫하고 있다고 했다. 베트남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교육열이 높아 고급인력은 많지만 취업여건이 좋지않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단다.
 유교사상이 뿌리깊고 서양인들의 침략에 시달려 온 사회·역사적 배경도 거부감 있는 서양인 보다 외모가 비슷한 한국인을 선호하는 이유같다고도 했다.
 또, 모계사회에서 비롯된 딸들의 가족부양 정신도 한국열풍을 부채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족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자신의 고생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게 베트남 여성들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큰 문제는 정보부족이에요. 대부분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인 브로커들에게 속아서 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점에서 베트남보다 한국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냉철하게 문제를 짚는 김 씨는 "대한민국 대사관이 운영하는 다이나믹코리아 등 프로그램을 확대해 한국인과 결혼하는 베트남 여성들을 위한 '한국알기' 교육을 실시하는 등 한국정부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차원에서 한국인 남편을 대상으로 베트남 문화와 언어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했다. "왜 베트남 여성만이 교육을 받아야 하죠? 다문화사회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문화만을 강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한국 남성들도 성공적인 가정을 꾸리기 위해 베트남 문화와 언어에 대해 공부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김민호 기자 


   
 
  ▲ 지난 8월 호저면 결혼이민자 어울림행사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실질적 도움에 촛점 맞춰야

 여성결혼이민자 지원 시책

 원주시는 도내 최초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명륜종합사회복지관 내 설치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는 한국문화를 익히고 안정된 가정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한 21개 과목을 전개하고 있다. 한글, 가요, 요리, 컴퓨터, 미디어(촬영, 편집기법) 교실을 운영한다. 한글교실은 농촌지역으로 찾아가는 활동을 하는데, 지리적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다. 또 문화탐방, 지역탐방, 다문화체험(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활동), 지역문화행사 참여 등을 통해 한국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결혼이민자들이 지역사회의 한 일원으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통역 등 자원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는 성폭력, 가정폭력, 가정법률 등의 상담과 가족교육을 실시했으며,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자조모임을 운영한다.
 원주시에 등록된 결혼이민자는 226명. 국적은 중국이 가장 많고 일본, 필리핀 베트남, 태국, 우즈베키스탄이 뒤를 잇는다. 원주시는 늘어나는 결혼이민자에 올해부터 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 이민자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결혼이민자 인력을 파악하고 취업을 알선했다. 또 지역탐방과 무료 암검진을 실시했다.
 원주여성단체협의회에서 해마다 개최하는 결혼이민자가족체육대회는 결혼이민자 뿐 아니라 가족들과 화합을 다지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만남을 이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외에 원주시농업기술센터는 여성결혼이민자가족 요리체험을 실시하고, 원주시새마을부녀회는 장담그기, 원주문화원에서는 사물놀이와 전통음식체험 행사를 했다.
 원주시 여성가족과 백은이 여성복지 담당은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여성결혼이민자 대부분이 농촌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이들은 대부분 경제력이나 환경적인 이유로 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교육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소초·부론·신림·귀래면과 무실동에서 운영한 '찾아가는 한글교실'을 점차 확대하는 등 도움이 절실한 여성결혼이민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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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로읍 마을 입구.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선 이런 길을 30여분 걸어야 한다.

밤방통 할아버지(79)

앤드류 빌로 소장

듀엣 원장

앤드류 브루스 대표

한국인과 결혼하고 싶다는 린·란(18), 웨이(19).

김경진 씨

지난 8월 호저면 결혼이민자 어울림행사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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