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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본 치바현-장애인 일자리사업
'잡코치'로 장애 뛰어 넘었다.
2007년 11월 05일 (월) 허연숙 기자 ysheo@wonjutoday.co.kr

월급 5만원 교통비도 안된다

장애인을 위해 마련된 작업장에서 일하는 복합장애인 김모(24) 씨의 한달 월급은 5만원이다.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하루 8~9시간 씩 볼펜 끼우는 일을 하는데 교통비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일하는 작업장의 담당자는 "장애인들이 일을 하다 보면 불량품이 많을뿐더러 어려운 일은 시킬 수 없어 그 정도 돈을 벌 수밖에 없다"며 "일자리를 제공한다기보다는 사회생활에 참여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수당과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을 받고 있는 신모(42) 씨는 "일자리를 얻게되면 수급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봤다"며 "일해서 버는 돈이 놀면서 수급자 지원금을 받는 돈보다 적으니 일을 안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
 두 사람을 통해 장애인의 일자리에 대한 현실을 단적으로 볼 수 있었다.  
 비장애인도 일자리가 없어 노는 판국에 '장애인이 일자리 어쩌고 배부른 소리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나 장애인 취업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일본의 장애인 취업정책을 취재했다. 일본 역시 사회복지가 발달한 유럽처럼 취로 해결 문제가 아주 긍정적이진 않았다. 사회적 문제가 되는 장애인 일자리 문제의 현실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그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에서 살펴봤다. 
 일본에서 방문한 곳은 취바현에 있는 생활클럽 물류센터와 학교를 갓 졸업한 장애인들의 간단한 일거리를 제공하는 아까톤보(고추잠자리란 뜻), 민원상담창구인 중핵지역생활지원센터, 장애인들이 일하는 스완베이커리 등 4곳이다.
 장애인들에게 간단한 일거리를 제공하는 아까톤보는 가정집에 모여 나무젓가락을 끼우는 일과 빈 캔을 분리수거하는 일, 액자 만드는 일 등을 하는 곳으로 이들은 한 달에 10만엔(8만원 정도)도 되지 않는 월급을 받고 있다.
 아까톤보 호리코시 유이치 팀장은 "작업장에 다니는 장애인들은 자립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 기술도 개발하고 나아가 비장애인들이 일하는 작업장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부모들은 학교 졸업 후 갈 곳 없는 자식들이 이곳 작업장을 다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이들을 꼭 작업장까지 데리고 다니는 등 과잉보호를 하고 있다"며 "장애인 자녀를 감싸는 부모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부모들은 믿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잡코치' 든든한 후원자

치바현 사쿠라시에 있는 생활클럽물류센터에는 특별한(?) 사람이 일하고 있다. 중증발달 장애를 가진 나카무라 준(29) 군이다. 
 지난달 29일 이곳에서 만난 준 군은 서류종이 폐쇄작업, 배달할 때 물건 정비, 병 제품 회수하는 일 등을 하고 있었다.
 정상적인 발달을 하지 못해 처음 이곳에서 일할 때인 지난 4월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부분이 적었다. 비장애인들이 볼 때는 너무 쉬운 일조차 힘들어했었다.
 하지만 잡코치(직업보조원)인 하라다 씨의 도움으로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센터에서 한 사람 몫을 충분히 하고 있다. 하라다 씨는 준군이 못할 때 잘할 수 있도록 옆에서 거들어주기 때문에 센테에서도 준 군이 일을 못하는 부분 때문에 크게 손해를 보지 않아도 됐다. 하라다 씨가 준 군에게 일하는 방법을 모두 가르쳐 주기 때문에 준 군이 일 하는 방법을 습득할 수 있도록 센터에서는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됐다.
 생활클럽물류센터 야마자키 토모카주 센터장은 "처음에는 나카무라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이 적었지만 6개월 정도 지난 지금은 우리회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며 "잡코치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나카무라의 능력이 크게 상승되는 건 어려웠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센터에 장애인은 나카무라 한 사람밖에 없지만 나카무라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해준다면 추후 더 많은 장애인을 고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잡코치인 하라다 씨는 "장애인 고용후 그 일에 적응하기 전까지 그 일을 채워주는 잡코치가 꼭 필요함에도 일본 역시 아직 잡코치가 제도화 돼 있지는 않아 극히 일부만 시의 지원을 받고 일하고 있을 뿐이다."며 "영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잡코치를 적극 활용해 장애학생들의 취업을 도와주는 사업이 적극적으로 활성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라다 씨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차별없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사회를 만들자는 취
지로 만들어진 특정비영리활동법인 '모쿠요우노이에'에서 활동하고 있다.
모쿠요우노이에는 장애인들의 취업을 알선해 주는 일과 그 일을 위해 필요한 사안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하라다 씨는 "일터에서는 장애인을 채용하면 행여 다치기라도 할까봐, 또 장애인이 일할 수 있을 만큼 익숙해질 때까지 가르쳐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고용을 하지 않으려 한다. 때문에 장애인들은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 살지 못하고 졸업 후 집안에 갇히게 되는 것"이라며 "장애인들도 직업 훈련을 받으면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으므로 그 단계까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잡코치가 있어 장애인을 고용하는 업체의 부담을 줄여주고 그로 인해 장애인 고용이 많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비장애인 차별 안해

치바현 카시와시 상가가 밀집해 있는 곳의 작은 빵집 '스완베이커리'에는 3명의 지적장애인(자폐 포함)이 일하고 있다. 빵 진열과 판매하는 일을 담당하는 노자키(여32) 씨, 반죽과 빵 기지를 만드는 코바야시(28남) 씨, 빵재료 구입 담당 등을 맡고 있는 스미키소 (19남) 군 등 이들은 각자 담당하는 일이 있다. 처음부터 역할을 정한 것은 아니고, 근무하면서 자연스레 분업이 이뤄졌다고 한다.
 저마다 할 수 있는 몫이 있고, 그 몫의 크고 작음을 따지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에 스완베이커리는 모두 23개소. 택배회사인 야마또에서 지역복지협의회와 함께 만든 프랜차이즈회사다. 이 모든 곳에는 3~4명의 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야마또는 스완베이커리를 운영하기 위한 보증금을 받지 않는다. 대신 장애인을 무조건 고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스완베이커리 마에다카주키 점장에 따르면 작업소에서 일하는 장애인들 대부분 볼펜 끼우기, 봉투 붙이기 등 단순 작업만을 하고 있는데 이들이 한달에 벌어들이는 돈은 1만엔(8만원 정도)을 넘지 못한다.
 장애인들의 고용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완베이커리가 설립된 것이다.
 스완베이커리에서는 일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다. 물론 임금도 똑같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최저임금(706엔)보다 다소 높은 750엔을 받고 있다. 이는 스완베이커리의 설립목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중증장애인 3명과 비장애인 3명이 함께 일을 나누고 작업을 하는 방식은 생산 활동이라기 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활동에 가깝다. 
 마에다카주키 점장에 따르면 장애인들은 8시간씩 이라는 게 어려워 6시간씩 일하면서 한달에 9만엔 이상씩을 받아가고 있다. 이 금액은 단순작업을 하는 작업장에서 받는 월급에 비하면 9배 정도의 수준이다.
 스완베이커리의 한달 매출은 평균 5천만원으로 6천만원은 돼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고 한다. 적자는 모두 택배회사인 야마또에서 지원하고 있다. 마에다카주키 점장은 "빵이 조금만 더 많이 팔리면 흑자로 전환될  수 있어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완베이커리가 만들어기지 전인 3년 전부터 함께 일해온 지적장애인 코바야시(28) 씨는 이곳에서 일하기 전에는 단순작업소에서 일해왔다. 그는 "전에 일하던 곳의 사장님한테는 미안한 소리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게 훨씬 즐겁다"며 "빵 굽는 기술도 익혀 언젠가 내 빵가게를 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마에다카주키 점장 역시 빵 굽는 기술을 코바야시 역시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이곳에서는 일에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제한두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에다카주키 점장은 "처음 이들을 만났을 때 무슨일을 잘할 수 있을까를 찾는 일이 가장 어려웠지만 현재 모두들 제 역할을 잘 해주고 있기 때문에 한명도 없어서는 안될만큼 잘 해주고 있다"며 "장애인이 만드는 빵이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하지도 감추려고 하지도 않는다. 빵 맛으로 컬리티를 높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애인이 일하기에는 부담되는 일도 물론 있다. 모든 직종에서 장애인을 고용하라고 추전해주고 싶진 않다. 하지만 장애인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장애인도 일할 수 있는 업종에서는 장애인을 고용해 그들이 비장애인들과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장애인이라고 더 큰 문제를 야기시킨다고 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스완베이커리에서는 70세 이상의 노인 3명이 배달일을 하고 있다. 

 

치바현, 중핵지역생활지원센터

맞춤서비스 다양한 고민 해결

 2002년 취임한 도모토 치바현 지사는 지역사업 계획수립을 위한 자리에 현민을 참가시켰다. 이때 참가한 현민들은 시나 현에서 운영하는 민원상담창구에 대한 불만을 지적했고, 새로운 상담창구를 요구했다.
 시에서 운영하는 민원상담창구는 상담 시간이 제한돼 있었으며, 겉으로 보이는 문제만 대충 해결하려는 공무원 특유의 불친절 등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중핵지역생활지원센터다. 치바현에서 독자적으로 만든 사업으로 시에서 직접 운영하지 않고 14개 단체에서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찾아간 곳은 차바현 생활협동조합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곳이었다.
 중핵지역생활지원센터는 현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전화 한통화로 불편한 사항을 알려주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상담하는 곳이다.
1년 365일 24시간씩 운영되며 방문상담과 전화상담을 모두 하고 있다. 지난 9월 말기준 지금까지 1만1천231명이 상담을 받았다.
 지금까지의 상담 이용시간을 보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천30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오후5시부터 9시까지 2천480건으로 많았다. 그 외에도 저녁 9시부터 자정까지가 668건, 새벽 6시부터 9시까지 557건, 자정서부터 새벽 6시까지 226건 등이었다.  
 이곳 이용자의 80%가 장애인이다.
 이들의 상담내용을 보면 장애연금, 수첩, 일자리, 장애인서비스 이용방법, 살집에 대한 고민 등으로 다양하다. 나가오카 시주카 소장은 "상담내용을 들어보면 가족 모두의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시나 현에서 운영하는 민원창구는 단순히 보이는 문제만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령 엄마과 아들이 모두 장애인 모자가정이 있다고 하자.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시의 생활지원과와 병원, 장애복지과, 아동육성과, 학교선생님, 교육위원회, 도우미서비스 사업단 등과 이들 모자가정에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에 대해 지원 컨퍼런스를 열기도 한다. 한사람 한사람에게 맞춤 서비스를 하는 게 바로  중핵지역생활지원센터의 역할인 것이다.
 이곳을 이용한 호리꼬리(56) 씨는 "더 빨리 이곳을 알았다면 좋을뻔 했다"며 "이런일 까지 상담해 주는지 몰랐고, 팜플렛을 가져가 다른 사람에게 알려줘야 겠다"고 말했다. 나가오카 시주카 소장은 "이곳에서는 개인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바현은 장애인을 위해 자체 조례를 제정했다. 그 내용은 장애라는 이유로 다른 사람과 분리한 취급을 당하게 하지 말 것과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막는 장벽을 해소할 것 등 두 가지 목적이었다. 구체적으로 복지, 의료, 상품 및 서비스 제공, 노동자고용, 교육, 공공교통기관, 정보제공 등에서 장애인이기 때문에 받아야 하는 불이익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치바현이 이렇듯 장애인을 위해 조례를 제정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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