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 이해를 하는 것이 진정한 배려

일반부 김현순

원주에서 ‘한 도시 한 책읽기 운동’이 실시되고 있다는 뉴스에 웹사이트에 접속하여 작년에는 ‘독도를 지키는 사람들’을 읽고 독도 문제와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고 올해는 ‘배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제목 자체가 추상적이어서 내용도 그러려니 싶었는데 곧 내 자신이 ‘위’가 되어서 단숨에 읽고 말았다. 나는 그대로 이미 위가 되어 버린 것이다. 나도 올해 직장생활 12년차로 업무는 익숙해지고 경력자가 되었지만 왠지 광고의 카피처럼 항상 2% 부족한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었고 그래서 주인공에게 그만큼 더 공감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대조적인 두 사람이 보여 진다. 한 사람은 인도자요, 또 한 사람은 철혈이마이다. 그 극단적인 예는 택시 승객이 교차로에서 내리면서 시간이 지체되었고 그로 인하여 많은 차량이 정체되면서 교착상태로 빠졌다. 이 상황에서 인도자는 만약 이 승객이 교차로를 벗어나서 내렸다면, 또 차량들이 조금만 양보해 주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의문을 던졌고 철혈이마는 남보다 좀더 빨리 교차로를 벗어나지 못함을 원망한다. 똑같은 상황에서 인도자 입장에서는 모두 가해자요, 철혈이마 입장에서는 피해자로 상황의 인식이 달라진 것이다. 가해자가 된 사람은 반성과 미안함, 후회를 느끼지만 피해자는 다른 사람을 원망하고 다음 상황에서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운전자로서 운전하다가 옆 차선의 차가 끼어들기를 하려고 하면 괜히 끼어들지 못하도록 차 간격을 좁히며 경적을 울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혹시 다른 차량이 끼어들기라도 하면 화를 내고 아침 출근길에 기분이 불쾌한 적이 종종 있었다. 지난 여름 한 연수에서 강사님 말씀이 생각난다. 아침에 출근할 때 오늘은 10명의 차에게 양보해야지 하고 결심하면 저절로 차로에서도 모든 것이 다 이해가 되고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배려, 바로 이것이 아닐까. ‘안 돼’가 아닌 ‘허용, 이해’를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의 방향을 조금만 바꾸어 보자. 흔히들 이 사회를 ‘무한경쟁의 시대’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남보다 앞서기를 갈망하며 남과 다르기를 고민하며 남의 약점을 잡으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나의 모습이고 위의 모습인 것이다. 언제나 올바른 정답을 찾는다는 명분하에 조급하고 허둥대지만 사실은 정답은 문제 그 속에, 그리고 내가 아닌, 모두의 생각이 모여질 때 비로소 답이 된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모르는 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언젠가 TV에서 ‘효율적인 대화 기법’에 대해 방영한 적이 있다. 사람간의 대화에서 상대방이 화가 나거나 슬플 때 내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말은 “아, 그랬구나. 그래서 화가 많이 났구나, 슬펐구나” 뿐이다. 이 말에 상대방의 분노와 슬픔은 반으로 준다고 한다. 상대방이 날 이해한다고 느끼면 그만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감이고 배려인 것이다.
 사실 나도 이 책에서 마지막 장의 에필로그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내가 똑같은 아내 입장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위가 아내에게 느끼고 말하고 싶은 감정은 사실 아내 역시 똑같이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내가 원하고 있는 이것이 바로 아내가 원하는 것이다. 즉,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도 나라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 “타인이 곧 나이다”라는 생각, 이것이 바로 배려인 듯싶다. 억지로 남을 배려하려고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타인이 나라는 생각으로 행동하고 배려한다면 서로가 의지하고 살아갈 수 있는 인(人)이 되지 않을까?
어제 나도 우리 남편과 싸웠을 때 생각이 난다. 오늘은 먼저 화해를 해야겠다. 나의 생각이 곧 그의 생각임을 이제는 알기에. 주인공 위는 혹시 위(僞)에서 위(爲)로 변함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거짓에서 베푸는 사람으로 변함을 말하는 어쨌든 책을 읽으면서 여러 인물을 내 주위의 사람들과 하나하나 연결 지었던 것도 또다른 재미였다. 그러고 보니 내 주위에도 많은 인도자와 공자왈이 있음에 새삼 놀란다.
그럼, 나는 어떤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