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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한상복 '배려'관련 첫 공식인터뷰
"가장 무서운 존재는 우리 자신입니다"
2006년 11월 20일 (월) 서연남 객원기자 wonjutoday@hanmail.net

-작가 한상복은?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원고와 성균관대 영문과를 나왔으며 서울경제신문과 이데일리 등에서 취재기자를 지냈다. 91년 대학 재학 중 공채에 합격해 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신문사 재직 시절에는 '시체 처리 전담반'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한때는 서울 강남에서 벤처 관련 사업을 했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벤처 뒤집기'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저서로 <한국의 부자들>(1, 2) 등이 있다.
 
 -메마른 현실 속에서 '배려'의 출간으로 책 제목이 우리 사회의 키워드가 됐습니다. 성공의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내용으로 으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출간 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르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예상하셨나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다보니까 우리가 잃어가는 덕목 가운데 하나를 소설 형태로 써본 것인데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실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제가 유명 작가도 아니어서 이런 책을 낸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등장인물 이름이 기존의 책 내용들과는 다르게 독특합니다. 각자의 개성을 잘 살린 인물들의 이름이 또 다른 재미를 주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이름이나 직책을 사용할 경우 그 사람의 캐릭터를 전달하기 위해 별도로 여러 가지 상황을 만들어 서술해야 하는데요, 그런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별칭을 주로 활용하고 등장인물 간의 대화에서는 성과 직책을 혼용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한국의 부자들'도 '배려'도 경제와 성공이란 공통점을 쉽게 풀어냈습니다. 경제기자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각 등장인물들이 현재 우리 사회 구성원들 개개인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서 책의 모델이 되거나 영향을 받은 사람이 있나요.
 ▲등장인물들은 대개가 지금까지 만난 분들의 캐릭터들을 조합한 것입니다. '인도자'의 경우 몇몇 경영자 분들(굴지 기업에서 사령탑을 맡았던 분도 계시고요)을 섞어놓은 캐릭터입니다. '공자왈'의 경우 제 고등학교 시절 은사님의 스타일을 따왔습니다. 한문 선생님이셨고 지금도 재직 중이신데요, 그 분이 공자 철학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주인공 '위'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입니다. 열심히 살아왔고 행복과 성공을 이루기 위해 발버둥 치죠. 그러한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상처와 회한, 부끄러움이 많은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인 것이죠. 그래서 '위(we)'라고 붙였습니다. 주인공의 성이기도 하면서 우리들 자신인 셈이죠.
 
 -스펜서 존스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가 베스트셀러로 자리를 굳힌 이후 캔 블랜차드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등 자기계발 우화가 계속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국내 작가를 통한 한국판 자기계발 우화가 제대로 소개되지 않아 많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배려'의 출간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소재와 주제 그리고 이야기 전개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집필 동기와 줄거리를 풀어나가는데 있어 어려움은 없었나요.
 ▲특별한 동기라기보다는 세상이 너무 각박해졌다는 반성에서 시작됐습니다. IMF 위기 이후 경쟁력 지상주의가 도그마처럼 인식되다 보니까 '지면 죽음이다'라는 공포가 사람들을 휘감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경쟁력(우리가 흔히 일컫는)과 성공은 반드시 비례한다는 결론을 내리기 힘들거든요, 경쟁력과 행복의 관계는 더더욱 그렇죠. 다만 경쟁력이라는 실체 없는 유령이 우리를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있을 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배려'는 경쟁력 지상주의에 빠져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어온 우리들 스스로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됩니다. 줄거리는 스토리텔링 전문가와 상의를 통해 만들어나갔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출판되는 책마다 많은 사랑을 받아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올랐습니다.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을 것 같은데 대외 노출을 극도로 자제하는 것 같습니다.
 ▲기자 생활을 12년 정도 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것은 익숙한데요, 인터뷰라는 것을 당해보니까 매우 어색하고 긴장이 돼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더군요. 몇 번 인터뷰 당하고 나면 적응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좀처럼 되지 않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아예 모든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경제적 부에만 관심들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부자들'도 '벤처 뒤집기'도 독자들의 이러한 관심에 부응하기 위한 서적입니다. 그런데 '배려'는 어쩌면 지금까지 쓴 책들의 내용과는 사뭇 다릅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한국의 부자들'에 대한 오해가 많은데요, 그 책은 사실 재테크 책이 아닙니다.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닌 것이죠. 그냥 부자들에 대한 보고서 정도라고 보는 것이 나을 겁니다. 책에서 제가 관심을 가진 것은 '돈 보다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재테크라는 말을 매우 싫어합니다. 마치 '편하게 돈을 버는 신기술' 같은 것이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거든요.
 몇몇 부자들을 만나서 느끼고 깨달았던 부분이 '배려'를 쓰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만난 부자들을 크게 나누면 '즐거워하는 사람'과 '불만투성이인 사람', 이렇게 두 부류였는데 즐거워하는 사람들로부터 인생을 사는 묘미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분들은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졸부니 뭐니 하는 부자들에 대한 편견을 180도 바꿔놓을 만한 생활태도와 삶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신문기자 생활 12년을 되돌아보니까 그동안 만난 분들 중에 그렇게 즐거운 삶을 사는 사람이 꽤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삶의 원동력이 무엇일까'하고 찾아보다가 그분들의 사람관계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즐겁게 살아간다는 공통점을 발견한 것이죠. 그렇게 해서 나온 결론이 '배려는 만기가 정해지지 않은 저축'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차곡차곡 쌓은 배려는 언젠가 다시 돌아오거든요. 그게 어떤 형태이건 말입니다.
 
 -원주에서 한 도시 한 책 읽기 도서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각 도시에서 '배려' 읽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또 어린이용 '배려' 출간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배려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계기를 갖게 됐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원주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보통 공공기관에서 추천하는 책은 유명 석학이나 지명도 높은 해외작가의 작품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 같은 '반딧불 작가'의 책을 선정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어린이와 어머니들에게는 사과하고 싶습니다. 어떤 초등학교들은 '어린이용 배려'를 필독서로 선정해 독후감 숙제를 시킨다고 들었는데요, 그래서 엄마들이 대신 써주느라 고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숙제의 계기를 제공한 당사자로서 죄송합니다.
 
 -'사스퍼거'라는 신개념을 만들어 냈습니다. 우리 사회에 일침을 가하는 개념인 것 같습니다. 현 시대의 사스퍼거는 누구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모범답안은 '정치인'이겠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야 할 겁니다. 우리 시대의 사스퍼거는 바로 우리들 자신입니다. 그런 정치인들을 지연과 학연 등의 이유로 뽑은 것은 우리들 자신이고, 그 책임은 우리가 고스란히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식당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를 둔 부모도, 갓길 운전을 서슴지 않는 운전자도, 친구를 왕따 시키는 학생들도 사스퍼거의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우리를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존재는 바로 우리들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경제 분야 책만을 집필할 계획인가요. 다뤄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다른 분야에는 그 분야의 전문가 분들이 이미 많이 계셔서 제가 섣불리 흉내를 내기 어렵습니다. 능력도 모자라고 말이죠.
 
 -식상한 질문이지만 글이 잘 안 써질 때는 어떻게 하나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쉬는 게 최고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쉬고 나면 매듭이 눈에 들어온다는 게 인생 선배들의 가르침입니다. 저는 쉬면서 책을 봅니다. 만화책을 볼 때도 있고 무협지를 빌려다 읽을 때도 있습니다. 인문사회나 경제 분야의 책을 보기도 합니다. 이 책 저 책 닥치는 대로 읽다가 컴퓨터 앞에 앉으면 술술 풀릴 때가 많습니다.
 
 -기자로서 기사를 쓰는 것과 작가로서 글을 쓰는 것의 차이는.
 ▲기자는 창조보다는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실을 명확하게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제1의 가치입니다. 반면 작가는 창조하는 역할 쪽에 가깝습니다. 객관적인 사실이 아닌 다분히 주관적인 느낌과 주장을 글로 표현하게 되죠. 사람들은 기사를 읽을 때는 '그런가보다'하고 말지만,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나름의 잣대로 판단(이 책을 돈 주고 산 게 잘 한 일인가 등)을 내리려고 합니다.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낸다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죠.
 
 -존경하는 작가나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책이 있으신지요. 있다면 이유는.
 ▲조세희 선생님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첫 손가락으로 꼽고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와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을 좋아합니다. 직접 읽어보시면 세 권의 공통점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책을 쓰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나 책에 미처 담지 못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IMF 위기가 우리에게 남긴 상처와 그 부작용(경쟁력 지상주의 등)을 조금 더 통렬하게 비판하고 싶었습니다. 미국식 자본주의와 세계화 과정에서 우리는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한정된 분량의 원고에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족 사항과 취미가 궁금합니다.
 ▲아내와 아홉 살 배기 아들과 살고 있습니다. 시간이 날 때는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앵글에 담기를 좋아합니다.
 
 -'배려'를 읽은 독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작은 배려로 행복을 느끼실 일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한상복 작가와의 인터뷰는 당초 직접 인터뷰를 계획했었으나 작가가 끝내 사양해 서면인터뷰로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배려 출간 이후 언론사와의 첫 인터뷰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지면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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