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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 자에서 주는 자로
2001년 02월 05일 (월) <서연남 기자> ynseo@wonjutoday.co.kr
따뜻한 온돌방은 아니라도 찬 바람만이라도 피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헤메던 사람들.
한끼라도 먹지 않기 위해 운동량을 최소화하고 지하철이나 역 대합실에서 쪼그리고 누워 하루를 1년처럼 보냈던 그들이지만 이제는 세상의 누구보다 희망찬 하루를 보내고 있다.


원주밥상공동체 희망연대에 모인 15명은 과거 6개월 이상은 노숙생활을 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으로서 경제활동을 하며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단돈 100원이라도 아껴쓰는 자린고비가 됐다.

밥상공동체에서 실시하는 자활훈련을 통해 집수리, 옷장터, 생계형 노점, 보물상등을 운영하고 있는 15명은 지난해 10월 희망연대라는 이름으로 뭉쳐 매월 한번씩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재활의지를 다지고 있다.


힘들었던 과정도 함께 나누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하루 해가 다 가는지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보면 15명은 형제 못지 않은 돈독한 정을 느낀다고 한다. 20대 후반부터 60대 초반까지 연령대도 다양해 한 가족이라 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다고 입을 모으는 희망연대 가족들.
더욱이 모두 이유는 다르지만 같은 고통속에서 방황의 세월을 보내다 보니 이들은 서로에게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두고 있다.


생일이나 명절이 돼도 누구하나 챙겨주는 사람 없이 더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희망연대 식구들이 있기에 이들은 화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통닭 한마리를 10여명이 나눠 먹기도 하고 솜씨는 없지만 시장에서 미역을 사다가 미역국을 끓여 주는 이들의 모습이야 말로 참된 공동체 모습이란 생각이 든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가장 절실하지만 희망연대 회원들은 그들이 그리울때마다 입술을 깨문다. 실직의 고통으로 밑바닥까지 허물어지고 있는 남편을 버리고 집을 나간 아내와 가족들.
그리움에 연락을 하지만 가족들이 먼저 전화를 끊어버릴 때면 더 열심히 살아 자신들을 외면한 가족 앞에 당당하게 설 것을 굳게 다짐한다.


희망연대 회원들이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것은 자신들도 이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매지리 산 밑에 혼자 살고 있는 80대 노인의 집은 벽과 천정의 사이에 틈이 생겨 여름이 되면 뱀이 들어오기도 하고 비도 샜지만 희망연대 회원의 도움으로 편안하게 누워 잠을 청할 수 있게 됐다.

‘왜 하필 나만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라고 비관하던 이들이 이제는 ‘더 열심히 살자’며 서로의 어깨를 다독거려 주고 있다.

밥상공동체 앞에 구두수선점인 구두대학을 열고 월 60만원 정도를 벌고 있는 이기복씨(46)는 15만원 짜리 월세방을 얻어 단란한 가정도 꾸렸다.
월말이 되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도와달라며 3만원 정도의 후원금도 내고 있다.

집수리 봉사를 하던 한 회원은 학성동 부근에 집수리센터를 개소해 어엿한 사장이 됐고 배윤식씨(42)는 시간만 나면 한식조리사 공부를 해 현재 대명콘도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 역시 자신들처럼 실의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도와 달라며 일정 금액의 후원금을 밥상공동체로 보내온다.


허기복 목사는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이젠 삶의 의지를 되찾았다”면서 “도움을 받던 자에서 도움을 줄수 있게 됐다는 보람에 하루 하루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한명씩 한명씩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당당히 일어서는 모습을 볼때마다 회원들은 세상에서 가장 값진 행복을 만끽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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