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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신드롬
2001년 02월 12일 (월)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아! 얼마나 많은 국민들, 우리 젊은이들이 읽고 또 웅지를 폈던 책인가?
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공산권등 그가 발자취를 남긴 세계는 정말 넓게 느껴졌고 비행기 안에서도 쉬지 않고 노트북을 두드렸다는 일화를 들으면서 우리 자신의 나태함을 자책해 보기도 했었다. 조선소 근로자들을 붙잡고 함께 흐느껴 우는 모습을 보면서 그 진실을 공감해보려고도 했었다.


지금 많은 국민들이 분개하는 것은, 그래서 자발적인 체포조까지 만들어 아프리카 저 먼 대륙까지 추적하겠다는 것은 그가 실패해서 남긴 많은 빚을 우리가 세금으로 내는 것이 너무 아까워서가 아니다.
IMF로 인한 국제적인 망신과 회복할 수 없으리만치 크나큰 경제적 손실도 너그럽게(?) 보아넘긴 통 큰 민족이다.


우리가 지금 그렇게 분개하는 것은 일개 중소기업 사장도 아니고 한국의 간판급 기업인이, 그리고 한 때 우리의 모델이 됨직도 했던 사람이 조그만치의 양심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일종의 집단적 가치관의 혼돈인 것이다.

국가 중심의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어느새 거대한 공룡으로 변해 버린 소수 재벌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집적된 몫의 분배를 요구하면서도 그들로 표상되는 한국 국가 이미지의 제고에 대해서 한편으론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IMF로 인해 그들의 대리점이 하나씩 철수해 갈때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우리 교민들은 이를 무척 안타깝게 바라봤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결과를 일찍이 예견했어야 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짧은 표제의 ‘세계’, ‘넓다’, ‘많다’라는 물량적 표현에 우리 모두 너무나 시원해하지 않았는가?


마지막 남은 한 단어 ‘할 일’은 그야말로 우리 모두의 삶의 지상 목표가 아니었던가? 우리가 모두 이루고 싶어하던 꿈을 그는 대변했을 뿐이었다.

꿈은 깨질 수도 있다. 그러나 꿈이 깨지는 순간이 바로 우리가 현실을 직시하고 진솔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구원의 순간이 될 수 있다. 과거의 꿈에 집착하는 한 허상은 부숴지지 않는다.


또 하나 우리가 직시해야 할 점은 누구로 대표되는 그러한 성공은 결국 타락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국민이 배제된 채 국가가 주도하는 근대화, 소수 몇으로 대표되는 민주화, 개개 기업의 성공등 우리 사회는 이러한 관계성이 배제된 대표화된 허상이 많다.


기실 인간은 언제 약해질지, 악해질지 자신도 모르는 존재이다.

그러한 개개인의 죄로의 성향(inclination to sin)이 집단적 관계성 속에서 방어될 수 있다.
그래서 일찍이 루소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 인간이 단지 군집 동물이라는 말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가장 선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시민이 국가를 감시하고 시민 단체가 기업을 감시하려는 것은 상대를 문책하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갖고 있는 단점을 상호관계 속에서 방어해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한 관계망이 잘 형성되고 확립되어 있는 사회가 선진 사회이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화려한 외형 속에 탄탄히 갖추어진 관계망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때 성공했던 한 개인의 침몰을 보면서 착잡한 것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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