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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原州), 원주(圓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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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원주(原州), 원주(圓周)
원주에 온 후 지역연구를 하기 위해 자료를 검색하던 중 나는 잠시 놀란 뒤에 곧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을 경험했다. 국회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해 정기간행물에 실린 원주 지역에 관한 논문과 기사를 찾고자 ‘원주’라는 키워드로 검색했더니,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많이 나와 놀랐다.
잠시 뒤 제목을 찬찬히 살펴보니 정작 원주(原州)에 관한 것은 별로 없고, 대부분이 원주(圓周) 등에 관한 것들이었다. 이미 다른 지역에 관한 자료를 검색했을 때 별로 찾지 못했던 경험이 있어서, 새삼스럽게 실망까지 하지는 않았다.
왜 이렇게 지역연구가 부진할까? 무엇보다도 중앙집권적인 한국사회에서 지역연구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마다 교수들에게 전국 규모 이상의 학술지에 논문을 실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런 학술지들이 지역연구 논문을 게재하는 일은 별로 많지 않다.
질 높은 논문을 쓰라는 학교측의 입장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학술지들이 지역연구를 홀대하는 것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이러다 보니 분야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체로 중앙 또는 전국적인 주제 위주로 연구하게 된다. 단지 지역연구는 대접을 덜 받는 지역의 학술지에 실어야 할 때만 하게 되니 신경을 덜 쓰는 일도 나타난다.
또한 지역의 무관심과 지원 부족도 지역연구가 활성화되지 못하는데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역연구가 실제로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해오지 못했기 때문에 무관심과 지원 부족을 초래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역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의 해결에 즉각적인 도움을 줄만큼 지역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또 다시 지역연구를 냉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왜 그랬는지를 짚어보고, 관심을 가지며, 지원을 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렇듯 지역연구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연구의 중요성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 지역연구는 일차적으로는 지역발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나아가서는 한국사회를 전국적인 차원에서 조망하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학계 풍토의 변화가 필요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꽤 많이 걸릴 것이다. 따라서 지역에서 먼저 지역연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보다 앞서 지역의 연구자들이 스스로 지역연구의 중요성을 깨달아야만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분야의 연구자들이 지역연구를 할 수는 없고, 할 필요도 없다. 또한 지역의 연구자들이 지역연구만을 해야 한다는 것도 결코 아니다.
다만 지역적으로 필요성이 있고, 또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연구자들이 있다면 지역연구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때 정기간행물에 실린 논문이나 기사를 원주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원주(原州)가 원주(圓周)보다 더 많이 나올 날이 앞당겨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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