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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동 먹자골목 ‘천석’ - 주메뉴 보쌈 … 콩나물밥도 인기
2002년 11월 25일 (월) <김보경 객원기자>
주메뉴 보쌈 … 콩나물밥도 인기<br>
장일순, 지학순주교등 ‘운동권’들이 굶주림 털어내던 집 <br>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만석’으로 하지 왜 ‘천석’? “계속 성장하라고 누가 붙여줬어요.” 조용조용 말하는 곱고 얌전한 주인 아주머니 이영순씨(56)는 손님과 눈도 못마주칠 정도로 부끄럼이 많다.
이런 아주머니가 민주화 열기로 온나라가 휩싸였던 80년대 원주 ‘운동권’들에게 단골로 밥상을 차려냈다. <br><br>
한살림운동의 장일순, 지학순 주교로부터 김민기에 이르기까지 ‘천석’은 이들이 ‘굶주림’과 애타는 ‘목마름’을 털어낸 곳이다. 나지막한 천장과 내뿜는 화력이 대단한 연통을 길게 뺀 난로, 까맣게 때가 앉은 너덜너덜한 벽지를 보고 있노라면 뿌연 담배 연기 속 이들의 격정이 들리는 듯하다. 턴테이블에 걸려 있는 비제의 카르멘이 그 시절 비장함을 더한다. <br><br>
16년전 기업은행 뒷골목, 지금의 자리에 문을 연 ‘천석’은 보쌈이 주메뉴. 썰려 나온 돼지고기는 고기와 비계가 삼겹으로 돼 있어 붙여진 삼겹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삼겹이 뚜렷하다. 삶으면서 기름이 쪽 빠졌지만 씹으면 입안의 윤활유가 될 정도로 기름이 씹혀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게 넘길 수 있다.
절인 배추와 상추가 함께 나오는데 특히 절인 배추는 다른 가미는 하지 않고 소금에 절이기만 했다는데 단맛이 난다. 숨이 다 죽을 정도로 절이지 않아 사각사각하다. 싱싱한 생굴을 듬뿍 넣어 무친 무채무침은 냄새만 맡아도 침이 꿀꺽 넘어간다. 배추 잎에 싸서 입에 넣으면 어릴 적 김장하던 날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여기에 하나 더. 배추에 속을 넣고 말아서 썬 것이 나온다. 김밥을 생각하면 된다. 배추, 무채를 따로따로 얹어 먹는 것을 귀찮아 하는 남자 손님들을 위해 만들어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똑같은 배추잎에 똑같은 무채무침인데 아주머니의 손맛이 배서 그런지 훨씬 맛있다. 함께 나오는 콩나물국도 일품.  <br><br>
이제는 보쌈이 주 메뉴가 됐지만 천석은 원래 오징어불고기로 불같이 일어선 가게다. 오징어불고기 한 메뉴를 수년 동안 수없이 많은 손님들에게 내놓았다.
한창 때는 이 집에 뭔일 났나 싶어 주변 사람들이 기웃거릴 정도였단다. 맛있으니 계속 오고는 싶은데 한 가지 메뉴에 질력이 난 손님들이 다른 것도 해보라고 권해 하나씩 메뉴를 늘려가기 시작해 지금은 예닐곱 개 정도가 있다. <br><br>
점심시간에 적당한 메뉴로는 콩나물밥이 있다. 뚝배기에 콩나물을 깔고 지은 밥에 상추와 볶은 고기를 얹은 것을 우리 콩으로 집에서 담근 간장에 비벼 먹는데 구수하고 소박한 옛맛 그대로다. 돼지 앞다리살이라는 두향살도 이 집의 오랜 메뉴. 지금은 서울 등지에서 ‘항정살’이라는 이름으로 인기 메뉴가 됐지만 아직 원주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부터 했다. 돼지 한 마리에서 손바닥 만한 크기로 두 조각이 나온다는 귀한 부위. <br>
전라도산 매실로 직접 담근 우리집매실주도 향긋하고 깨끗해 찾는 손님이 많다고 한다. <br>
▷문의:745-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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