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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나눔의 계절
2004년 12월 13일 (월) .
허은재 (횡성여고 보건교사)

12월, 나눔의 계절이다. 쌀쌀함이 옷깃을 파고들 때가 되면 손과 손을 잡아 따스함으로 채우라는 계절, 12월. 거리엔 자선남비가 짤랑짤랑 우리의 가슴을 두드린다. 작은 정성이지만 배고픈 이들에게 밥이 되고, 등 시린 이들에게 아랫목이 되길 기대하며 발걸음을 멈추는 나눔이 있어 12월은 아름답다.

학교에서 연말연시를 앞두고 크리스마스 씰 성금을 모금했다. 씰 모금액은 우리나라의 결핵예방과 치료 사업을 위해 쓰일 것이다. 우리는 이미 씰 성금으로 무료 예방접종을 받았으며, 다시 우리가 결핵에 감염되었을 때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호소했지만 호응도는 높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카드와 연하장에 우표와 나란히 붙여 보냈던 씰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세대는 “그래, 그렇게 사랑의 마음을 담아 보내는 거야”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학생들에게 씰은 무용지물이었던 것이다. 편지봉투와 카드에 정성을 다하여 그림을 그리고 사랑을 담아 보내던 느림의 시대는 가버리고 이메일에 활자를 담아 보내는 초고속 시대의 아이들에게 우체통이 아무런 의미가 되지 않듯 씰에 대한 생각도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학생들처럼 씰 모금에 참여한 선생님과 업무 담당자도 자율모금이라고 하긴 하지만 뭔가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학교에서야 학생들의 성금액에 사인을 하고 얼마의 성금이 모여졌나 확인이 되지만 이 성금이 전국적으로 얼마가 모금되어 어떻게 사용되어지는지 알 수 없으니 자율모금이라는 이름으로 강매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것이리라. 이런 의구심이나 의혹을 가지게 하는 것이 어디 이뿐이랴.

언론을 통하여 소외된 이들을 남모르게 돕는 아름다운 손길이나 따스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보다 성금의 용처가 불분명하게 쓰인다는 부정적인 소식을 더 많이 듣게 된다. 이런 상황이니 어쩌다 돕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정말 이 성금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너나없이 모두 어렵던 시절에도 연말연시에는 양로원과 고아원을 방문하여 위로하고 작은 선물이라도 나누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현대인들은 사는 것이 어려워 자신조차 가눌 수 없음인지, 너무 바빠 정신을 차릴 수 없음인지 발걸음이 그친지 오래이며 위문품 앞에 놓고 의례적인 사진을 찍기 위해 오는 사람조차 없다고 한다. 물론 성금의 기부와 자원봉사가 일회성 행사나 동정과 연민이 되어서도 안된다. 상처받고 소외된 이웃에 따뜻하게 손을 내미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 그것은 책임과 의무이며,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우리 모두의 내일인 것이다.

TV나 방송을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의 환한 웃음과 소외된 이웃들의 얼굴에 희망이 피어나는 소식을 크리스마스 캐롤과 함께 하고 싶다. 일년을 정리하고 반성하는 12월, 가까이에 어려운 이웃이 있지는 않을까 다시 한 번 더 돌아보자. 새봄의 희망은 추위와 세찬 바람을 꿋꿋하게 이겨내며, 자신을 겸손하게 돌아볼 수 있는 12월이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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