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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데이에 가려진 책의 날
2004년 11월 15일 (월) . .
임영규(진광고 교사)

어제 아침이었다. 학교에 출근하자 선생님들 자리마다 빼빼로가 놓여 있었다. 어제는 독서운동 단체 등에서 ‘책의 날’로 정한 날로, 우리 학교 어머니독서회인 <참빛 독서클럽>의 독서토론이 있는 날이기도 하여 누가 빼빼로(?)를 선물한 모양이었다. 글쎄, 매년 11월 11일은 ‘책의 날’인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속상한 마음에 빼빼로데이에 밀린 현실을 자위해 보는 말로서, 속히 독서클럽별 독서토론이 이루어지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독서클럽이란 5명에서 8명 단위의 구성원들이 소집단을 구성하여 직접 책을 선정하고, 자율적인 방법으로 책을 읽은 뒤, 정기적으로 토의모임을 가지는 활동이다. 이러한 형태의 독서클럽은 학교를 중심으로 활동이 구조화되고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며 실제 수업 시간에 적용되는 학교 독서클럽이 있고, 시민 사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일반인들이 독서문화 형성과 확산을 위해 사회 운동의 차원으로 이루어지는 사회 독서클럽이 있다. 이 독서클럽은 필자가 강조하는 작은 도서관 운동과 연계되어, 이제 우리 지역도 마을 마을마다 작은 도서관이 생겨 오가다 들러 책을 읽는 독서문화가 형성되었으면 좋겠고, 마을 단위든 직장 단위든 취미나 활동 단위로 독서클럽이 조직되고 운영되어 우리 원주가 독서하는 문화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이러한 소망이 결실을 맺어 이번에 우리 원주에서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이 펼쳐지게 되었다. 지난 9월 15일 도서선정 선포식을 시작으로 우리 원주는 지금 온 시민이 독서 중에 있는 것이다. 이 운동은 2가지가 중요한데, 첫째는 대상 도서를 잘 정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 대상 도서를 시민들이 같이 읽고 독서토론까지 이어져 내면화되고 그 정신이 삶 속에 나타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어제 우리 학교 어머니 독서클럽인 <참빛 독서클럽> 독서토론 모임을 갖게 되었다. 우리 학교 어머니회 회장을 포함해 모두 14명의 어머님들이 참석하셔서 함께 읽은 <좁쌀 한 알>을 이야기식 독서토의 모형의 3단계에 따라 독서토론을 실시하였다. 먼저 1단계 배경지식과 관련한 토론의 발문으로 1-1) 우리가 살고 있는 원주하면 떠오르는 것으로 무엇이 있는가? 1-2) 보통 한 세대를 30년이라 하는데, 30년 후의 원주가 어떤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는가? 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눠 보았다. 우리 학생들에게 위 발문을 물어 보았을 때에는 원주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원주 TG’ 또는 ‘농구’ 등으로 답한 학생이 많았는데 어머님들은 ‘한지’나 ‘한지 문화제’ 또는 ‘옻공예’ 등으로 답해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이어 2단계로 책의 본문 내용과 관련한 발문으로는 43쪽의 ‘인물론’에 대해 토론해 보았다. 정말 이제는 우리도 남을 지배하는 인물이 아니라 남을 섬기는 인물로 인물관을 바꿨으면 한다. 이어 259쪽의 ‘군고구마’에 대해 서로 얘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발문으로 13-1) 장일순은 군고구마 장수의 글씨를 정말 잘 쓴 글씨라 하였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눠 보았다. 우리 진광고등학교의 교명 ‘眞光’의 眞을 자세히 보면 참진자의 진(眞)에 십자가(†)가 들어가는 글자의 형상이다. 전문적인 서예가의 글솜씨이자 우리 학교의 설립 방향이 묻어있는 글씨체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십자가 참진자를 쓰신 장일순 선생님은 어느 날 시내 군고구마 장수의 ‘군고구마 팝니다’란 글씨에 감탄하며 바로 저런 생활 속의 글씨가 참 글씨라고 가르치시는 대목이 나온다. 참여한 여러 어머님들께서도 ‘군고구마’ 글씨는 그 장수가 생계를 걸고 최선을 다한 글씨이므로 자신들도 장일순 선생님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반응하였다. 그래서 우리 원주에서 이 책 읽기 운동의 일환으로 ‘생활 글씨 전시회’를 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3단계, 책과 관련된 인간 삶이나 사회 문제와 관련된 발문으로는 지역감정에 대해 토론해 보았다. 65쪽의 ‘전라도’ 라는 소제목의 내용으로 우리나라가 남북이 갈린 것도 속상한 데 동서가 다시 갈리고, 서울의 강남과 강북이 나뉘고 수도권과 충청권이 갈리고, 우리 강원도도 영동과 영서로 갈리는 지역갈등에 대해 토론해 보았다.

토론을 마친 후에 소감을 여쭤 보았더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재미있기도 하고 유익하기도 하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독서토론회를 하였으면 좋겠다는 반응이었다. 원주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의 결실을 보는 것 같아 피곤한 심신이 새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 우리 원주부터 책 모습을 본떠 매월 11일은 ‘가정의 책 읽는 날’로 정하고, 매년 11월 11일은 ‘원주 책 읽는 날’로 정해 ‘빼빼로데이’라는 상술을 이기고 독서문화 도시로 가꿔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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