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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름을 게워내며
2004년 08월 02일 (월) . .
지난 5월 15일, 그러니까 스승의 날이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니 내 책상 위에 하얀 봉투 하나가 얌전히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그간의 노고에 감사한다는 짤막한 편지 한 장과 5만 원짜리 상품권 하나가 들어있었다.
나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봉투를 챙겼고, 그것은 휴일을 맞아 집에 온 큰 아들 녀석이 회 덮밥을 먹고 싶어 하기에 나와 우리 가족의 뱃속에서 자신의 임무를 마감했다.
나는 정말 그 순간 이 봉투가 불순한 봉투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후 시내 모 학교에서 이른바 스승의 날 촌지 문제가 발생하여 매스컴과 도교육청 홈페이지를 뜨겁게 달구며 논쟁이 한창이 아닌가? 게다가 어느 분이 대법원 판례까지 제시하는데 그 판례에 의하면, 내가 생각 없이 받은 그 상품권도 명백한 뇌물이 아닌가?
나는 당황했다. 내가 받은 것이 법적으로 뇌물이어서가 아니라, 내가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이들 앞에서 도덕성을 강조하던 내가, 기성세대의 도덕불감증에 대해 아이들 앞에서 사자후를 토하던 나 역시 부도덕한 인간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맹자는 말했다지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라고. 차떼기의 척지(尺志)건 나의 촌지(寸志)건 본질상으로는 아무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 느꼈던 창망함이란…. 나는 즉각 내가 써버린 봉투를 채워 학교로 가지고 갔다. 반납하기 위해서. 그러나 이미 대부분의 동료 선생님들이 받은 즉시 학부모에게 반납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물색없이 받아 쓴 내가 다시 한 번 부끄러워 몸을 떨었다. 나는 도덕의 칼날 앞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고 그리고 결심했다. 이제 두 번 다시 이런 봉투는 받지 않겠다고….  그리고 이번의 문제 제기로 따끔하게 반성의 기회를 제공한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염을 표한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까지 구차하게 나는 변명했다. ‘정말 뇌물인 줄 몰랐다’라고. 그러자 누군가가 말했다. ‘봉급생활자에게 봉급 이외의 것이 뇌물임은 상식’이라고. 어언 나는 부도덕의 경지를 넘어서 몰상식의 반열에까지 들어가고 있었다.
실수는 이어졌다. 어머니회에서 연례적으로 바자회인지 뭔지를 하면서 각반 담임과 부담임에게 참기름을 한 병씩 나누어주었고, 올해도 내 책상에는 두 병의(나는 두 반의 부담임이기에) 참기름이 놓여졌다. 나는 이번에도 정말 아무 생각 없이(나는 왜 이리 생각 없이 사는지 모르겠다.) 낼름 집으로 가지고 갔다. 얼마 후 왜 학부형에게는 판매를 하면서 선생님들께는 공짜로 주느냐는 항의가 교육청에 접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게워내기로 하였다. 마누라에게 사정을 말했을 때, 부도덕하고 몰상식한 선생 마누라 생활 20년에 마누라도 파렴치하게 변했는지, 반성하는 기색 하나 없이 분기탱천하여 “가져가!”라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쨍 소리를 내며 식탁 위에 올려지던‘원산지 중국’이라는 마크도 선명한 참기름 두 병 ….
변명하지 않겠다. 내가 잘못했고, 건전한 사회로 나가기 위해 피를 깎는 고통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제갈 량도 읍참마속하지 않았던가? 그저 바람은 제갈 량은 마속을 참하며, 읍(泣)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읍(泣)이 빠진 참(斬)은 우리를 너무 삭막하게 만든다. 예수 앞에 간음하다 붙잡힌 여자가 흥분한 군중들에게 끌려왔을 때 예수가 “너희 중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라는 말씀에 옛날의 군중들은 다 흩어져 갔지만, 요즘은 군중들은 그 얘기가 나오자마자, 그 여인을 향해 쨩돌을 날릴 것만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요즘 들어 나는 조조의 아들 조비가 그 아우 조식을 죽이려 할 때, 목숨이 경각에 빠진 조식이 지었다는 세칭 칠보작시(七步作詩)를 흥얼거리는 습관이 생겼기에 마지막으로 그 시를 소개하고 이 졸문을 마치고자 한다.

煮豆燃豆   - 콩깍지를 태워 콩을 볶누나
豆在釜中泣 - 솥 속의 콩은 울고 있다.
本是同根生 - 원래 한뿌리에서 자라났는데
相煎何太急 - 어찌 이리도 급하게 볶아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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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대순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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