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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보건교사
2004년 07월 19일 (월) .
허은재 (횡성여고 보건교사)

보건교사 희생을 요구하는 건 상생이 아니다.
상생과 복지는 나와 더불어 남을 배려하는 것.

7. 13일 저녁 9시 한 방송사의 뉴스를 들었다. 긴 장마 속에서도 내일은 환한 햇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속의 일기예보는 빗나간 것이었다.

‘강원도내 보건교사가 정원의 200%를 초과하여 업무량이 많은 타 교과 선생님의 업무경감을 위해 보건교사를 줄여가겠다’는 강원도교육청 인사담당 장학관의 폭탄선언이었다. 따뜻한 교사가 되어, 아니 좋은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싶어 하는 보건교사에게 이 뉴스는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이해찬총리의 교육부장관 시절, 신자유주의 시장논리는 나이가 많은 교사 한 사람을 쓸 비용으로 젊음이 용솟음치는 교사 2, 3명을 임용할 수 있다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쁨으로 3, 40년을 교직에 헌신한 교사들을 교육현장에서 밀어냈다. 그러나 학교는 충분한 교사수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참담하게 퇴직당한 교사들이 기간제 교사로 다시 학교로 돌아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그 때의 수많은 선생님들은 정년감축의 찬반논쟁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야만 했다. 그 교육부장관이 총리로 거론되고 임명동의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많은 선생님들이 총리임용 반대서명을 한 것이 불과 며칠 전의 일이다. 그런데 오늘 똑같이 교육현장에서 몸을 담고 아이들을 위해 애쓰던 보건교사는 타 교과선생님들의 업무경감을 위해 정원을 줄여야만 한다는 것은 내가 하면 로맨스요 네가 하면 스캔들이 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묻고 싶다.

보건교사는 한 학교에 한 명이 근무한다.  보건실을 찾는 학생의 수가 4,50명을 넘어 화장실 갈 시간도 점심 식사시간에도 없기는 가운데 성교육 10시간의 시수와 비만아의 상담, 응급환자처치, 공문서처리 등으로 발을 동동 굴러도 수업권이 없고 교과가 없다는 이유로 ‘노는 사람’ 혹은 가장 편한 직업으로 폄하되기도 한다. 환자가 없어도 응급상황을 대비해 차 한 잔 마음 놓고 마시지 못하고, 휴게실 한 번 가 앉을 여유도 갖지 못하는 보건교사는 학교의 약자이며, 사회의 여성으로 이중차별에 시달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2004학년도 학교보건 활성화를 위한 기본방향에 의하면 학생의 건강증진을 위하여 보건교사는 학교보건교육, 학교신체검사, 교내 전염병관리, 학생 성인병관리, 난치병관리, 학생 흡연 등 약물오남용 예방, 응급처치 등등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보건교사가 없는 농어촌 학교의 학생들과 18학급 미만의 소규모 학교의 이러한 기본방침은 공염불인가 아니면 내팽개쳐두고 있다는 것인가.

정원축소의 근거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 33조에 의거 18학급 이상에 보건교사를 둔다’를 들지만 ‘학교보건법 15조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학교에 보건교사를 둔다’고  명시되어 있다. 농어촌의 학교가 학생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보건교사조차 배치되지 않고 열외 된다는 것은 교육의 또 다른 차별이다.

참여정부는 복지사회를 지향한다고 했던가? 학교사회에서 교사의 복지를 위해 보건교사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상생은 아니다. 상생과 복지는 나와 더불어 남을 배려하는 것이다. 보건교사에게 수많은 업무를 강요하고, 정원감축을 운운하며 위기의식을 불어넣어 흔들지 말고 함께 손을 잡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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