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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면 호박이 드러나듯
2004년 05월 24일 (월)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임영규 진광고 교사


요즘 저는 성경 속 이야기인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종종 기억하곤 합니다. 거대한 블레셋 장군 골리앗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던 이스라엘을 구하고자 나선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소년 다윗이었습니다. 그는 골리앗의 위력 앞에 벌벌 떨던 이스라엘 군사들 앞에서 물맷돌 하나로 골리앗을 제압하고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우리 학교 현실도 거대한 골리앗 장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습니다. 0교시부터 야간 자율학습까지 공부하는 것도 모자라 우리 원주는 이제 일요일까지 등교해야하는 휘귀한 도시가 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사교육비는 날로 증가하고 우리 학생들은 어디론가 내몰리고 있습니다. 우리 원주는 비평준화로 회귀한 후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 사이의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원주 고교생 연합체육대회를 해도 그것이 축제로 승화되기는커녕 서로의 갈등만 확인하는 그런 자리가 된지도 꽤 되었습니다. 우리 원주 교육은 거대한 골리앗 장군 앞에서 점점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러한 원주 교육의 위기와 우리나라 교육을 회복하기 위해 제가 나름대로 학교 현장에서 독서운동을 해오기 시작한지 어느덧 20년 가까이 됩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낮은 독서 수준이 국가 발전의 장애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필자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학교 현장의 독서지도 교사들과 함께 독서인증제 시험을 기획하여 실시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그 동안 전국의 학생 및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독서교육을 활성화하고 독서문화를 형성할 것인가를 고민해 오면서 이번에 독서인증제 형태의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교와 사회에서 ‘책읽기 운동’이 살아나도록 하기 위해 몸부림쳐 본 것입니다.


그런데 학교 독서교육의 경험이 거의 없는 도서목록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우리 독서지도교사 모임의 독서인증제를 반대하는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독서란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택해 자유롭게 읽고 마음대로 상상하면 되는 것을 책을 정해주고 강제로 읽게 하며 시험까지 보게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일견 참 좋은 이야기이나 이는 독서교육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학교 독서교육 현실을 잘 이해하지 못했거나 도서목록 선정의 기득권 해체위기에서 그러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또 다른 단체는 MBC 느낌표에서 ‘기적의 도서관’ 운동을 하던 단체로 <도서관문화네트워크>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합세하여 또다시 우리를 비난해 왔습니다. 그들은 도서관을 크게 잘 만들어 활성화하면 독서운동은 저절로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동안 우리나라가 도서관이 없어서 책을 안 읽었으며 지금도 거대한 기적의 도서관이 없어서 책을 읽지 않고 있는 것입니까? 물론 독서운동에 도서관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필자도 기회 있을 때마다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기적의 도서관> 보다는 그 돈으로 마을 마을마다 오고가다 들어가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을 더 많이 짓는 것이 우리나라 독서교육 활성화에 더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습니다.


이미 선진 각국에서는 영상매체가 주도하는 사회에 대응하여 독서교육을 정책적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21세기 지식 기반 사회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창출해 내기 위해서는 독서교육만이 효율적이고도 중요한 교육 방법임을 말해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컴퓨터 교육이 강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발맞추어 더욱 독서교육이 강화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즉 여가선용이나 취미활동 위주의 독서에서 학습독서로의 전환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모든 교과 학습과 관련하여 다양한 독서활동이 전개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학교는 개교이래 지금까지 아침 명상을 실시해 오면서 3년 전부터는 토요 독서명상을 시작했습니다. 그 때 제가 학생들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호박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무지하게 큰 호박잎 때문에 호박이 웬만해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뜨거운 여름을 지나며 호박이 크게 자라게 되면 자신을 가리던 호박잎을 뚫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드러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독서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인생이 변합니다. 아니 우리나라가 변합니다. 독서를 통해 거대한 골리앗이 지배하는 우리나라를 살리고 독서를 통해 우리의 가치관이 새로워지고 우리의 비전이 호박처럼 영글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진리는 호박처럼 드러나며 다윗처럼 승리하게 될 것입니다.
(readl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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