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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오리털 잠바
2004년 05월 17일 (월)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곽대순 (치악중학교 교사)


언제부터인가 오리털 잠바는 서민 대중들 겨울 패션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나 역시 겨울철이면 이 것에 의지하여 겨울을 나곤 한다.


그런데 이 오리털 잠바가 낡았을 경우 조금은 골치가 아프다. 잠바 곳곳에서 오리털이 삐져 나와 가뜩이나 후줄그레 한 사람을 더욱 지저분한 몰골로 만들어 놓곤 한다.


이 놈의 털은 손질하면 할수록 기승을 부리며 삐져 나오니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방법은 새 잠바로 개비하는 것인데, 서민의 주머니사정이 그나마도 녹녹치 않다.


요즘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관 주도의 교육 개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의 낡은 오리털 잠바와 어찌도 이렇게 같은지 쓴웃음을 짓곤 한다. 어떠한 급수이건 교육의 수장이 바뀌면 교육 현장은 한바탕 난리굿을 피운다.


작년에는 그리도 강조되던 독서교육의 활성화가 EBS에 눌려 기조차 펴지 못하는가 하면, 성스러운 공교육의 장이라던 학교가 이제는 사설 학원화되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것 등이 그 예이다. 그 속에서 학생과 교사들은 마루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수장들은 개혁이라는 말로 교육 현장을 바꾸어 놓겠다고 목청을 돋우지만, 조선공사삼일이라는 말을 실증이라도 하려는 듯 멀쩡한 교육 현장을 더욱 어수선하게만 만들뿐 별다른 실효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즉, 가뜩이나 어수선한 교육현장에 오리털까지 분분하게 만들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교육의 개혁에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교육개혁은 우리 시대에 반드시 이루어야할 시대적 과제이다. 그리고 그 과제는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했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점을 고명하신 분들이 모르실 리 없을 터인데도 그들은 투자에는 너무나도 인색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교육 예산은 신자유주의의 신봉자들에 의해 여기저기서 난도질당하고 있다.


그러기에 교육은 가식적인 통계수치상의 허위로 예견되고,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이라는 구시대적 유훈에 의해 진행이 강요되고 있는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성서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지난번 총선 때 어느 당의 사무총장이신 분이 ‘50년 된 불 판’이라는 말로 유권자들의 호응을 받았던 것을 기억한다. 정말 옳고도 지당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교육현장도 마찬가지이다. 개혁을 운운하며 교육현장을 낡은 오리털이 어지러이 날리는 곳으로 만들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다.


이번 기회에 새 오리털 잠바로 개비해 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말처럼 아무런 투자 없이 교육을 개혁해 보겠다고 설치다가, 아예 교육을 말아먹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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