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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일 가는 날
2004년 05월 10일 (월)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허은재 보건교사(횡성여자고등학교)


연두빛이 안개처럼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앞 산이 곱기만 하다. 신록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연분홍 산벚꽃이 바람에 흔들리며 내 마음을 사로잡아, 청일중학교로 순회근무 가는 첫날 발걸음을 가볍고 설레게 한다.


전교생이 59명인 작은 학교 꽃밭에는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는 아이들의 새카만 눈망울처럼 금낭화, 하늘매발톱, 쑥부쟁이, 구절초, 애기나리, 범부채, 원추리가 초록빛으로 환하다.


한 달에 한번 만나게 될 아이들의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두 눈이 고맙고, 반갑다. 첫 시간이라 기초적인 성지식을 묻는 설문지를 통한 수업을 했다. 2학년 학생들은 쑥스러움으로 귓불까지 붉게 달아올라 고개를 못 들었는데 3학년은 질문도 많고 당당하고 활발하다. 한 달에 한번 순회로 이 궁금증을 어떻게 채워 주어야할지…. 사춘기 청소년들이 가지는 성이나 양성평등에 관한 궁금증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궁금증은 친구들 혹은 선배나 부모님과의 대화와 학교 교육,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지만 부모님이나 학교교육을 통한 성교육을 제외하고는 왜곡된 정보를 접하기 쉽기 때문에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침에 따르면 일년에 10시간의 성교육과 비만, 흡연, 약물 오남용, 안전교육, 예방접종, 전염병 예방교육을 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 현장은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성교육은 시수조차 확보되지 못하고, 가정·기술, 체육, 생물 등 각 교과에 흩어져 있는 시간을 끌어 모아 보고를 위한 보고를 하는 실정이다. 매년 순회근무를 나갈 때마다 교사와 학생들은 말한다. 의료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작은 학교에 보건교사가 배치되어야지 어찌하여 도시의 큰 학교, 병의원이 많은 곳에 보건교사가 배치되는지 알 수 없다고.


내가 담당하는 순회교는 두 학교이다. 본 근무교를 합쳐 세 학교에서 근무를 하는 셈이기에 ‘자주 우리학교에 와주세요’라는 아이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순회 중에는 몸이 불편해 보건실을 찾았을 때 보건교사를 만나지 못하는 횡성여고의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청소년 시기는 교육을 통한 행동의 변화를 쉽게 발견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성교육 혹은 양성평등교육 등과 같은 이런 교육의 효과가 가정에 빨리 파급된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입시위주의 교육과 시장주의 논리는 보건교사에 의한 이러한 실용적인 교육 보다는 영·수·국·과·사와 같은 주지교과 교사에 의한 입시중심의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고, 학생들은 진작 일상생활과 평생에 걸쳐 자신의 정체성 정립과 같은 부분에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 등과 같은 매체를 통하여 여과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문제를 낳기도 한다.


모든 학교에 보건교사가 배치되어 아이들의 이마를 짚어주는 따뜻한 손길이 되고, 질병이 발생했을 때의 응급처치가 아니라 교육을 통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자신의 건강을 지켜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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