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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라는 것
2004년 05월 03일 (월)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김정자 횡성초교 교사


“개나리가 벌써 폈네!”, “벚꽃 축제가 시작되겠군.”


봄이 되어 유난히 볕이 따스해 지면 사람들의 마음에 제일 먼저 자리 잡는 것이 꽃 얘기다.


어디 그것뿐이랴.


날 잡아 대청소와 베란다 청소를 할 계획을 세우고 작년 봄에 입었던 봄옷에 대한 기억을 되살린다. 우중충하고 움츠려 있던 겨울의 묵직함에서 벗어나 화사한 빛들이 주위를 감싸는 일까지 누구 하나 시켜서 그리 한다는 것보다 누군가와의 약속을 지키듯 그리하는 것에 새삼 놀란다.


그러나 한번도 그게 약속이라는 걸로 생각해 본적은 없을 것이다.


어느 날 아이들과 운동장 청소를 하다가 막 봉오리가 터질 것 같은 철쭉나무 앞에서 아이들에게 우리 주위에서 약속을 제일 잘 지키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숙제 잘 해 오는 아이요.”, “준비물 잘 챙기는 아이요.”


아이들은 자기 수준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대답을 했다. 그’래 맞구나’ 라는 소리가 없어서인지 아이들이 내게 되물었다.


“선생님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나는 이 꽃들이라고 생각한단다. 어김없이 이 시간이면 이 꽃들은 꽃을 피우잖니! 누구랑 약속 한 것도 아닐텐데 얼마나 대견하고 기특하니!”


나는 이 말을 해 놓고 내 어머니를 떠올렸다. 생활이 늘 무거워도 꽃 화분 앞에서 즐거워 보이시던 어머니가 스치자 콧등이 시큰했지만 아이들은 내 말을 이해했는지 아닌지 그냥 무덤덤 했다.


“그런데 우리 사람은 뭐냐. 자기 스스로 내 뱉은 말도 책임을 못 지고 잘 안되면 남의 탓 만하고 그래도 꽃 앞에서 큰 소리 칠 수 있니?”


이 말은 교실에서도 이어졌다. 정말 남의 탓이 큰 요즘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잘못을 지적 받았을 때 처음부터 ‘네 잘못 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아이는 없다.


어떻게 하든 자신 잘못의 무게를 줄여 보려고 남의 탓이다. 자신과의 싸움도 없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서야 어찌 자연이 약속을 지키는 일을 이해 할 수 있으랴. 그렇다고 우리 주위에 무수히 많은 지켜야 할 약속에 대해서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자는 얘기는 무리 일 것이다. 그러나 기본은 있어야겠다. 모두에게 생각의 기본이 되어있다면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자연은 약속을 잘 지킨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자연 속에 산다. 그러므로 우리 스스로를 부끄럽지 않게 해야 함이 옳은 일이다. 때아닌 봄 눈, 웬 우박 하는 것은 우리 사람에 대한 자연의 거부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 “선생님 수석 가져 오셨나요?” 과학시간 암석을 배우다 수석 얘기가 나와 내게 있는 것을 보여 준다고 했더니 아침부터 내게 확인이다. ‘그래 내게 확인하는 너희들 입장이 당당한 것처럼 너희도 다른 사람 앞에 당당함을 보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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